옴니7 사이트의 '세븐프리미엄X다카다 겐조' |
패션의 거장 겐조와 장 폴 고티에가 편의점의 손을 잡았다. 세븐&아이홀딩스의 자체브랜드 ‘세븐프리미엄(Sept Premieres)’는 장 폴 고티에와 여성의류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다카다 겐조와 콜래보레이션 라인을 발표했다. 이 컬렉션은 소고와 세이부 등 백화점과 이토요카도 등 대형 할인 쇼핑몰 36개 매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며, 연매출 목표는 10억엔이다.
겐조와 세븐프리미엄 컬렉션은 재킷과 치마, 바지, 셔츠, 니트, 니트 코트, 원피스, 잡화 등 95개 상품으로 구성됐으며, 30~4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다카다 겐조가 선택한 소재에 작약꽃 모티브, 컬러풀한 색채의 전 세계 민족 의상 요소를 더한 데일리 웨어를 제안한다. 가격대는 800~3만9000엔으로, 세븐&아이홀딩스 그룹 종합 사이트인 ‘옴니 7’에서 구입하면 전국 1만8000개의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받을 수 있다.
◇ 15년만에 패션 디자이너로 돌아온 겐조
일본 최대 소매유통업체의 패스트패션 라인업 발표는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이미 판매망을 가진 업체에서 패션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한 사례는 종종 있다. 그러나 ‘세븐프리미엄’은 장 폴 고티에와 다카다 겐조와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와의 콜래보레이션 의류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프랑스 패션 거장의 귀환이 프레타 포르테가 아닌 패스트 패션으로 귀환한다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을 터다. 다카다 겐조는 최근까지 화가를 비롯해 실내 장식 및 호텔의 종합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패션 디자이너로서는 15년만의 귀환이다. 또한 장 폴 고티에는 지난 2014년 이미 기성복 사업을 접었으며, 직원들을 대거 감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패션 디자이너 중에는 반세기 넘게 탄탄한 마니아층을 유지하며 인기를 누리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 시대의 총아로 반짝 인기를 누린채 서서히 대중성을 잃어 가는 것이 현실이다.
겐조는 1970년대, 코티에는 1980년대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지만, 이들이 오늘날 대중을 만족시켜야하는 대형 유통업의 PB 디자이너로서 귀환하는데에 무리가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다카다 겐조의 콜래보레이션 캡슐컬렉션를 보면, 포크로릭 유틸리티(Folkloric Utility)를 다룬 듯한 ‘무늬와 색채의 마술사’라는 겐조의 크리에이션은 아직 건재하고 현대적인 모던감도 있지만, 화려함을 지양하는 오늘날의 30~40대 입장에서는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1970년대의 뷰티크 패션 시대를 경험한 단카이세대 (1947~1949년 사이 베이비붐으로 출생한 세대) 라면 몰라도 리얼한 현실을 살고 있는 오늘날의 30~40대가 지향하는 패션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패션의 가치는 그 시대의 생활자와의 상대적인 것이며, 뛰어난 크리에이터도 시대의 대중성까지 갖추기는 매우 어렵다.
◇ 20년 사이클의 대중브랜드화
패션사를 돌이켜보면 1950년대의 퀼드 재생, 1960년대의 대중 브랜드화, 1970년대의 캐주얼 브랜드 대두, 1980년대의 대중 브랜드화, 1990년대의 스트리트 패션 등장, 2000년대 대중 SPA화, 2010년대의 유틸리티 패션 출현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약 20년 주기로 대중브랜드화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SNS가 확산되는 최근의 대중화 사이클은 더 가속되고 있지만, 오늘날의 대중적 PB를 담당하는 디자이너로 1990년대의 스트리트 패션이나 2010년대의 유틸리티 크리에이터가 아닌 장 폴 코티에와 겐조를 선택한 세븐&아이홀딩스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비즈니스에서 축적된 인기상품 식별능력, 정보시스템에 의한 물류체제와 정확한 재고관리로 일본 제일의 소매업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소고와 세이부의 리미티드에디션은 세븐일레븐에서 전수받은 관리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라인업을 해 연간 매출 1000억엔까지 확대시켰다.
◇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대형 할인 쇼핑몰
그러나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이토요카도를 포함한 대형쇼핑몰의 의류 개혁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백화점패션도 일부 인기 브랜드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내셔널 브랜드(NB)제품은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니클로’ ‘자라’ 등의 SPA에 뒤쳐지고, 패션 의류는 물론 최근에는 생활 의류까지도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노하우로 PB 리미티드 에디션이 잘 팔린다고 해도, 이는 백화점 본래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세븐프리미엄’이 히트하는 것은 세븐일레븐이란 편의점에 대한 로열티이다. ‘세븐프리미엄’이 성업하고 있는 것은 디플레이션에서 NB가 고전에 대한 반사 효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고객은 NB나 명품브랜드로 충분히 돌아갈 수 있기에 패스트 패션 개념의 PB로 귀환하는 패션 거장이 새로운 팬심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과거 명장인 고티에와 겐조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공개된 '세븐프리미엄X다카다 겐조' 컬렉션 |
김숙이 일본 칼럼니스트
sooke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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