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체노바의 파격 패션… 시장 변화 예고

박인비 선수가 116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의 낭보를 전하며 골프웨어 산업에 훈풍을 예고하고 있다. |
“박세리 언니가 물에 들어가는데 흰 발이 너무 신기하고 멋져 보여서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하던 ‘세리키즈’ 박인비가 116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땄다. 왼손 엄지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숱한 우려의 눈길을 견뎌야 했고, 대회 출전조차 불투명했던 터라 그녀의 우승은 특히 ‘대반전 드라마’로 회자되며 더욱 화제가 됐다.
금메달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곧 바로 남자대회에서도 낭보가 이어졌다. 며칠 후인 22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신예 김시우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 한때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김시우의 재기 신호탄이자, 미국 무대 진출 4년 만에 이룬 첫 우승으로 더욱 감격을 주고 있다.
최근 국내 경기 침체로 패션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이번 ‘박인비 올림픽 금메달’과 ‘김시우 우승’이라는 호재를 만나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 골프웨어는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까?
◇ 올림픽 금메달, 그 파급효과는?
흔히 한국에서 골프는 박세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평가된다. 1998년 박세리가 LPGA 투어 신인으로 등장해서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난 뒤 한국에서 골프는 그 이전과 비교해 엄청나게 달라진 위상을 갖게 됐다.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없이 많은 ‘세리키즈’들이 골프에 입문하며 선수층이 두꺼워졌고, 골프의 변방에서 단 20여 년 만에 올림픽 우승이라는 결실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비단 선수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인 골퍼 역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에 따르면 연간 골프장 누적이용객은 1998년 832만 명에서 이듬해 1026만 명으로 눈에 띄게 성장했다. 골프는 귀족 스포츠라는 기존의 인식에 변화를 일으키며 2005년 1750만명으로 7년여 만에 연간 누적이용객은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국내 골프의 저변이 넓어졌다. 이는 골프와 관련된 패션, 장비 등의 연관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하다.
이번 박인비의 금메달 역시 비슷한 정도의 파급효과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골프 국가대표 선수복을 후원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의 ‘엘로드’는 경기 결과가 나온 후 첫 주말 동안 매출이 2배 넘게 상승하는 등 이미 금메달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
◇ 골프웨어 5년 만에 2배 성장
사실 올림픽 이전부터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주목을 받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1조5000억원에서 2015년 3조원으로 두 배 가량 성장했다. 국내 패션 산업이 전반적인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골프웨어만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골프웨어의 성장세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아웃도어에서 빠져나간 소비자에 의한 풍선효과에 따른 시장 성장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11년 아웃도어 시장 연간성장률이 34%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성장률이 감소세로 돌아서 본격적인 성장률 하락세를 보인 반면, 골프웨어 시장규모는 같은 시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분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홍진호 레노마스포츠 이사는 “국내 어느 곳을 방문하든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아웃도어 패션으로 다니는 모습이 일반화되면서 아웃도어 의류에 대한 피로도와 식상함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며 “새로운 패션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골프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부터 가벼운 외출 시에도 예의에 벗어나지 않는 패션을 연출할 수 있는 골프웨어가 시기 적절하게 파고들어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골프의 저변 확대라는 효과를 가져올 이번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호재가 골프웨어 시장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까스텔바쟉' |

◇ 브랜드 증가, 파이 키우나?
최근 2년 사이 새롭게 론칭한 골프웨어 브랜드는 ‘와이드앵글’ ‘헤리토리 골프’ ‘BTR’ ‘데상트골프’ ‘까스텔바쟉’ ‘벤제프’ ‘마크앤로나’ ‘밀레-푸조골프’ ‘휴스토니’ ‘왁’ ‘슈퍼두퍼’ ‘비바하트’ 등 10여 개가 넘는다. 아웃도어 시장이 폭풍 성장기를 지나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대부분의 복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자 하는 국내 패션기업이 골프웨어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다양한 콘셉의 제품과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와이드앵글’은 2014년 하반기 론칭 후 인지도를 쌓아 지난해 연매출 650억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고, ‘까스텔바쟉’은 지난해 봄 론칭 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올해는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오순 ‘까스텔바쟉’ 상무는 “지난 5월의 경우 월매출 목표 90억원을 3주만에 돌파해 100억원에 육박했고, 6월에는 매출이 전년대비 210% 상승하는 등,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상반기에만 전년대비 월매출 누적상승률이 470%에 달한다”며 “기존 골프웨어와 차별화된 아트 감성을 담은 일러스트와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화사한 컬러톤을 적용한 상품으로 젊은 층의 소비자들로부터 신선하고 새롭다는 평가를 받는 상품으로 새로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까스텔바쟉’ 같은 브랜드가 등장하고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골프웨어의 저변이 더 넓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을에도 엠케이트렌드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LPGA 갤러리’ 외에 ‘쉬스’ ‘힐크릭’ 등이 국내 소비자와 만날 차비를 마쳤다. 한성FI가 ‘레노마스포츠’를 크리스패션이 ‘링스’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기존 골프웨어 브랜드를 가진 패션기업이 골프웨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 인수에 적극 뛰어드는 사례도 있다.
최기영 엠케이트렌드 LPGA사업부 이사는 “90년대 캐주얼을 입고 자라온 세대는 캐주얼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지만 이 세대를 끌어안을 만한 브랜드가 없는 상태”라며 “골프웨어로서의 본질인 퍼포먼스는 기본으로 갖춘 것은 물론, 골프웨어지만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상품으로 캐주얼에 대한 니즈를 가진 소비층을 공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내년 상반기에 ‘볼빅 골프웨어’ ‘트레비스’ 등이 론칭을 앞두고 있고, 온워드코리아는 내년 가을 일본 골프 브랜드 ‘23구골프’ 론칭을 결정하고 크리스패션의 이대형 부사장을 대표로 영입했다. 이외에도 인디에프와 블랙야크 역시 브랜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골프웨어 론칭을 검토하고 있어 골프웨어 론칭 바람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 시장 과열, 김영란 법 발효 등 곳곳에 암초
이렇듯 브랜드가 늘어나고 시장이 과열되면서 한편에선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아웃도어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지나치게 과열된 시장이 업체간 출혈 경쟁을 유발해 성과를 저하시키고, 더 나아가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묘환 CMG 대표는 “시장형성기에 선점효과를 노리고 여러 브랜드에서 뛰어들고 있지만, 현재처럼 과열되어 치킨 게임 양상으로 변할 경우, 제살 깎아먹기가 되어 원하는 만큼의 성과로 이어질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아웃도어에서의 경험이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공존한다. 무분별한 매장 확대로 재고의 덫에 빠져 시장 전체를 무너뜨린 경험이 있는 만큼 동일한 전철을 밟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경제 펜더멘털이 나쁘지 않은데 소비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것은 소비자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요인이므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상품을 끊임없이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오는 9월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경우 골프 시장에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도 성장세를 이어가던 골프웨어에 위험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박인비의 금메달’과 ‘김시우 우승’이 이러한 우려의 시선을 반전시키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노하우 vs 새로움으로 승부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성적과 관계없이 이슈가 된 선수가 있다. 바로 러시아 국가대표 마리아 베르체노바다. 베르체노바는 그녀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둥글게 챙이 넓은 모자와 자국의 국기를 모티브로 한 주름치마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화제를 모은 그녀의 패션은 골프웨어 스타일에 변화의 새 바람을 몰고 온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골프웨어 마켓은 큰 성장 가능성이 잠재돼 있지만 경쟁도 치열해지는 만큼, 시장을 수성하려는 기존 브랜드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브랜드는 각각의 강점을 앞세우며 주도권을 쥐고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론칭 후 짧게는 3년 길게는 30여 년 넘게 골프웨어로 국내 시장을 주름잡아온 기존 브랜드들은 브랜드 로열티와 인지도, 소싱 노하우, 탄탄한 유통망과 충성고객을 무기로 선점효과를 누리겠다는 각오다.
김한흠 ‘팬텀’ 전무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뛰어난 경쟁력을 가졌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요즘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성비’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노하우는 시장에 막 진입한 업체가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또 “골프웨어 브랜드의 주요 타깃층이 상품을 구매하는 데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도 매우 중요하다”며 “신생 브랜드가 시장에 자리잡기까지는 일정 이상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기존 브랜드와 견줄 만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새로움을 앞세운 신규 브랜드들의 의지 역시 충만하다.
최기영 엠케이트렌드 LPGA사업부 이사는 “골프와 일상복이 같이 존재하는 ‘LPGA갤러리’의 콘셉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았다”며 “캐주얼 세대의 골프웨어라는 새로운 골프웨어의 콘셉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골프웨어의 타깃층을 조금 더 끌어내리고 새로운 소비층의 니즈를 공략한다면, 새롭게 창출한 시장으로 골프웨어의 저변을 넓히고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레노마골프' |
'레노마골프' |
박상희 기자
ps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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