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70년대 명동패션 보여준 영화 <하류인생>
순백의 원피스, 레이스 가운, 레이스로 만든 러플, 다양한 패턴의 수트들… 이번 스파컬렉션에서 예전과는 다른 성숙한 면모를 보여준 디자이너 홍승완이 영화 〈하류인생〉의 의상을 만들어냈다. 그의 옷들은 1960∼70년대 서울 명동이 배경인 영화 〈하류인생〉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 하고 있다. 그 시절의 복고적인 감성을 섬세하고 로맨틱하게 그려내는 데는 아마 홍승완이 제격이었으리라. 디자이너 홍승완이 그려내는 〈하류인생〉의 옷들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4월 18일, 스파컬렉션의 마지막 날, 디자이너 홍승완은 섬세하고 로맨틱한 클래식과 로맨티시즘이 결합된 성숙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 영화 〈하류인생〉 작업과 겹쳐 컬렉션을 쉬었으니, 예전과는 다른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그의 의도대로 이제껏 홍승완이 보여준 체크무늬의 복고적이고 따뜻한 이미지보다는 클래식하고 소프트한 이미지, 밝은 컬러가 컬렉션을 장식했다.
특히 이번 쇼는 푸마가 협찬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의 고전적인 디테일과 다양한 장식들에 현대 도시의 이미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장치로 선택한 게 푸마 운동화. 옷과의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일일이 끈을 풀고 레이스로 연결해, 섬세한 스커트와 수트들에 레이스를 단 목이 긴 푸마 복싱화들이 매치되었다.
쇼가 끝난 후 주변에서는 예전에 비해 성숙됐다며, 50여개의 쇼 중에서 디자이너의 컬러가 확실히 묻어나는 쇼였다는 칭찬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백화점 바이어들은 비즈니스적으로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쇼였다는 평이었다.
사실 스파컬렉션을 준비하기 7개월전부터 홍승완은 영화 의상을 만드는 데 푹 빠져 있었다.
바로 영화 〈하류인생〉의 의상을 맡은 것.
작년 8월부터 6개월 간을 〈하류인생〉과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하류인생〉에 매료되어 있었다.
임권택 감독과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은 영화 의상을 맡을 디자이너를 찾기 위해 직접 여러 매장을 둘러봤다고 한다. 디자이너 홍승완의 옷을 보고는 ‘이거다’싶었다고.
“예전부터 영화 의상을 하자는 제의가 많았지만, 정중히 거절하곤 했다. 임권택 감독님이 준 〈하류인생〉의 시나리오를 읽고 나선 정말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류인생〉은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로 1950∼1970년대의 혼란했던 시기의 건달 이야기를 풀어낸다.
디자이너 홍승완은 이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과 주요 엑스트라의 옷 60여 벌을 제작했다. 기존에 제작된 「스위트리벤지」 옷도 40여 벌이 쓰였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기획단계에서부터 각 신(scene)별로 주인공의 상황과 흐름에 맞는 주인공의 의상을 디자인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고, 다시 감독과 여러 번 상의한 끝에 직접 옷을 만들었다.
“아침 촬영이 있을 때면 보통 새벽 5시에 집합해서 8시부터 찍곤 했다.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이태원 사장과 함께 일했다는 자체가 너무 큰 영광이다. 거장의 작업을 옆에서 지켜보고 배울 수 있게 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임 감독의 치밀함과 열정, 일에 대한 고집과 열정은 꼭 본받고 싶단다.
임권택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영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컨셉을 잡거나 자연스럽게 옷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특히 그 시절을 볼 수 있는 자료 중에는 이태원 사장이 빌려준 사진첩이 큰 도움이 됐다. 이태원 사장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서 남자주인공인 최태웅의 의상 컨셉을 디테일하게 잡아나갔다.
“주인공인 최태웅(조승우 분)과 박혜옥(김민선 분)의 옷을 만들 때 먼저 영화에서 가진 그 인물의 이미지를 생각하고, 다음 그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의견을 좁혀나갔다. 건달인 최태웅은 거친 가죽 재킷으로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갔고, 국회의원의 딸이자 교사인 박혜옥은 우아하고 선이 고운 로맨틱한 옷들로 배역의 특성을 살려갔다.”
개봉일을 앞두고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마냥 가슴이 두근거린단다. 영화의 흥행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든 옷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기 때문.
“친구들과 소주 한잔 기울이고 나서 볼 만한 진짜 남자들의 이야기”라며 “임권택 감독의 명성에 걸맞는 복고적 감성을 자극할 만한 영화”라며 영화홍보에 여념이 없다.
디자이너 홍승완은 또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다.
올 여름에 열, 갤러리나 바 같은 조그만 공간에서 텍스타일 디자이너, 공간 디자이너 등 각기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공간을 채워 넣는 전시회가 그것.
홍승완의 옷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고 싶단다.
“자아도취에 빠진 디자이너는 싫다. 노력하는 디자이너, 자신의 색깔 안에서
최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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