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어지는 계절, 5월은 생명이 소생하며 자연의 사랑으로 이 세상이 가득해지는 달이다. 기나긴 겨울, 시간은 걸음을 멈추고 고요한 죽음과도 같이 생명의 기운마저 잃어버린 듯 앙상함만을 그 검디검은 각질로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빛을 발하는 푸르른 벗들은 올해에도 약속을 지키며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는 생명의 경이로움에 찬가를 부르게 된다. 여전히 살아 있노라고 바람에 흩날리며 인사하는 싱그러운 잎들은 어느새 5월, 봄의 한가운데에서 그 초록의 진수를 발하고 있다. 자연의 정수(精髓)를 닮은 에메랄드. 녹색의 에메랄드는 바로 5월의 탄생석이다.
에메랄드는 베릴이라는 광물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초록색 보석으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신록의 상징 보석이다. 초록색 돌의 왕으로 꼽히는 에메랄드는 수많은 보석 중에서 최초로 장식용으로 쓰여졌으며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즐기던 보석이기도 하다. 에메랄드는 고가에 속하는 보석으로 예전에는 이것을 지니고 있으면 사랑이 변치 않으며, 다가오는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해서 애용되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에메랄드의 녹색은 다산과 재탄생의 의미를 지녔다. 이러한 녹색에 대한 믿음은 한때 중세 유럽에서 결혼식에 녹색 예복을 입는 유행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종교계에선 죄로부터의 해방, 부활을 뜻하는 색으로 사용되었다.
사랑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이룬다. 중세문학에서 녹색은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색이었으며, 로마인에게 녹색은 비너스의 색이었다. 비너스는 정원과 야채, 포도밭의 여신이며 그리스인들에게는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였다. 태양이 그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는 초저녁, 산등성이 위로 유독 반짝이는 별 하나는 새벽녘까지 여전히 빛을 발하는 샛별로 남는다. 이 샛별이 사랑의 여신의 이름을 지닌 ‘금성 비너스’다. 현대 우주과학의 발전은 황색의 가스층으로 가려져 있던 금성 비너스의 모습을 ‘파이어니어 비너스 탐사대’가 촬영하게 되었고 우리에게 보내온 사진 속의 금성 비너스는 놀랍게도 녹색이었다.
시력을 소생시키는 돌, 에메랄드
에메랄드의 어원은 그리스어 ‘스마라그두스(Smarag-dos)’에서 유래되었고, 이는 ‘녹색 돌(Green stone)’을 의미한다. “녹색은 눈을 기쁘게 하며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의 작가 플리니우스의 말처럼 에메랄드는 오랫동안 ‘시력을 소생시키는 돌’로 인식되어 왔다.
최초의 에메랄드 광산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광산으로, 이것은 BC 2000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폭군 네로 황제도 에메랄드를 좋아하여 언제나 거대한 에메랄드를 수집했다. 또한 네로의 아내 포피아 사비나 왕비도 에메랄드에 대한 애착이 대단해 결혼예물로 주피터 신전에 봉납된 에메랄드를 갖고 싶어했으며, 결국 그것을 손에 넣고 말았다. 당시 신성을 깨뜨린 왕비의 무례함에 신전을 지키던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였으나 포피아 왕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 최초로 가장 고가의 안경을 만들어 남편 네로 황제에게 선물했고 나머지 에메랄드 9개는 자신의 장식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편 로마의 네로 황제는 죄수들을 사자에게 내어주어 뜯어먹도록 하여 피로 뒤범벅된 죄수와 사자를 관람하였는데, 솟구쳐 나오는 강렬하면서 참혹한 붉은 피는 그의 눈을 피로하게 하였고 이럴 때 눈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납작하게 다듬어진 에메랄드를 통해서 구경했다. 다른 여러 문화권에서도 에메랄드는 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8C까지 유럽의 보석 조각가들은 정교한 작업으로 인해 피로해진 눈을 에메랄드를 쳐다봄으로써 해소했다고 한다.
눈과 관련된 또 다른 전설로는 고대 에게해의 키프로스섬 해안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사자상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 사자상의 두 눈에는 훌륭한 에메랄드가 박혀 있었다고 한다. 이 에메랄드의 빛이 얼마나 강했던지 바닷속까지 비춰서 근처 해안에 물고기들이 이 광채로 인해 겁을 먹고는 모두 도망가버려 어부들이 일손을 놓게 되었고, 결국 사자의 두 눈에 박혀 있던 에메랄드를 빼내고 대신 다른 돌로 교체하였다고 한다.
이밖에도 클레오파트라의 궁전 출입문에 있었던 거북 모양의 장식물에 실제로 많은 에메랄드가 세팅되어 있었으며, 한참을 바라보아도 눈의 피로를 느끼지 않는 에메랄드에 자신의 초상을 새겨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하사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더 나아가 공간 속에서 시력에 도움을 주는 보석으로부터 이를 혀 밑에 넣어두면 미래를 알게 된다는, 시간을 초월하는 예언의 능력까지 에메랄드에 관한 풍부한 민간전승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대표적으로 ‘까르띠에’의 ‘베스띠에리 컬렉션’에서
정경애· Crystal Tower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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