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던 빠삐용
스트라이프 패턴은 아주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클래식한 패턴이다. 특히 올 여름 큰 인기를 끌면서 복식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거의 모든 스트라이프 패턴이 일제히 시장에 쏟아지며 주목 받고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빠삐용(Papillon) 스트라이프다.
'빠삐용'은 프랑스어로 '죄수'란 뜻이다. 예로부터 서방에서는 죄수들이 탈출할 경우 눈에 잘 띄도록 하기 위해 죄수들에게 커다란 스트라이프 의상을 입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프리즈너 스트라이프(Prisoner Stripe)는 대담하고 기하학적이면서도 모던해보였고 일면 귀여운데다 마린룩과도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어 그동안 많은 캐주얼 의류에게 깊은 영감을 줘왔다.
한편 댄디 스타일의 스트라이프도 올 여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댄디 스트라이프의 역사는 무척 깊다. 상류층의 스트라이프를 빼고 거리의 영패션에 댄디 스트라이프가 도입된 역사를 가늠하자면 40년대의 주트 수트(Zoot Suit)가 거의 유의미한 시초가 아닐까 한다.

◇ 빠삐용과 복고
1973년 제작된 영화 ‘빠삐용’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한 남자의 눈물겨운 탈출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죄수들은 오렌지 컬러의 스트라이프 죄수복을 입고 있다. 과거의 죄수복들은 대부분 스트라이프로 제작되었는데 모던함, 귀여움 여기에 빈티지한 느낌이 섞여 있어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로부터 영감을 빌어왔다. 이 옷은 복고풍의 마린 룩과도 상당히 유사해 여름용 캐주얼 의상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패턴 중 하나다.
프리즈너 스트라이프에는 어릿광대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찰리 채플린의 1917년 작 'The Adve nture'에는 이런 매력이 잘 드러나 있다.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이미지의 죄수복은 권위적인 스타일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위트로 다가오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몇 년간 마린 스트라이프가 지속적인 인기를 끌면서 디자이너들은 평범한 마린 스트라이프가 아닌 보다 새로운 느낌의 스트라이프를 추구하게 됐다. 일찌감치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같은 일본 디자이너들은 프리즈너 스트라이프에 매료되어 80년대 이후 꾸준히 스트라이프 디자인을 전개해왔다. 최근 이런 디자이너들의 빈티지 의류가 인기를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프리즈너 스트라이프는 마린 스트라이프를 잇는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주로 블랙과 화이트를 사용한 스트라이프가 사랑받고 있으며 니트나 구깃한 코튼과 같은 따뜻한 느낌의 소재로 많이 표현된다.
'Juun J' 2016 S/S 컬렉션 중에서 |
◇ 파추코와 모즈
요즘 들어 스트라이프 수트는 넥타이부대 아저씨들보다는 댄디한 젊은층에게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언제나 젊은이들은 화려한 멋쟁이 신사가 되고자 했다. 아마도 그 현대적 기원은 1940년대 미국의 파추코(PACHUCO) 문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 하다. 1940년대에는 유럽의 거리에서 ‘테디보이(Teddy Boy)’란 친구들이 등장해 에드워디안 시대의 수트를 즐겼는가 하면, 미국의 거리에서는 ‘파추코’ 족들이 등장해 주트 수트를 입고 자신의 패션을 뽐내고 다녔다.
주트 수트는 긴 코트형 자켓과 넓은 바지를 매치한 스타일로 1940년대 라틴계 젊은이들이 길거리에서 멋진 신사 흉내를 낼 때 입는 옷이었다. 1960년대에 거리를 휘어잡던 모즈(Mods)족들에게도 스트라이프는 중요했다. 이들은 특히 보팅 블레이저(Boating Blazer)를 즐겼다.
보팅 블레이저는 다양한 스트라이프로 제작된 블레이저다. 서양에선 보트 놀이를 할 때 남성들이 즐겨 입던 옷으로 모즈 족들은 이 옷을 몸에 꼭맞는 스타일로 변형시켜 즐겨 입었다. 1960년대의 락스타들, 특히 비틀즈나 롤링 스톤즈 또한 이런 자켓을 즐겼다. 현재로 넘어온 2016년 S/S 쇼에서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보팅 블레이저로부터 영감을 얻어 제작한 의상으로 런웨이를 장식했다. 톰 브라운(Thom Browne)은 몽클레어 블루(Moncler Blue)쇼에서 화사한 보팅 블레이저를 시리즈로 선보였다. 여성패션에서도 ‘프라다’나 ‘기 라로쉬’, ‘엘리 사브’ 등의 쇼에서 보팅 블레이저로부터 영감을 얻은 아이템들이 무대에 올랐다.
주트 수트 |
'몽클레어 블루' 2016 S/S 컬렉션 중에서 |
◇ 서울의 스트라이프
올해처럼 스트라이프가 유행한 해가 또 있을까. 셔츠는 모두 잔잔한 코튼 스트라이프이고, 팬츠나 스커트, 원피스도 다양한 스트라이프 나염이 점령해버렸다. 한층 대담해진 스트라이프들도 눈에 띈다. 과거엔 가로 방향의 스트라이프 니트가 주였지만 올해에는 수직방향의 버티컬(Vertical) 스트라이프가 부쩍 늘어난 점도 특기할 만 하다.


◇ 데크체어 스트라이프
모든 것을 뒤로하고, 훌쩍 어느 리조트로 휴가를 떠났다고 상상해보자.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보게될 것은 탁트인 수영장과 수영장 곳곳에 비치된 데크체어(Deck Chair)들이다. 데크체어들은 대개 시원한 스트라이프로 만들어진다. 하늘과 바다, 리조트가 주는 상쾌한 느낌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바로 이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여름 의류에 데크체어 스트라이프를 종종 사용해왔다. 올해에는 특히나 많은 디자이너들이 데크체어에 매료된 모습을 보였다.
‘셀린느’는 2016년부터 리조트 컬렉션을 비공개로 처리하고 자신의 웹페이지를 통해서만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뒤늦게 공개된 컬렉션은 상큼한 블루의 데크체어 스트라이프로 가득했다. 한편 ‘막스 마라’ 또한 레드와 옐로우의 상큼한 스트라이프로 S/S 컬렉션을 장식했다.


◇ 스트라이프 디자인
한국에선 올 봄에 유행의 대열에 오르기 시작한 파자마 셔츠들 또한 이런 데크체어 스트라이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파자마는 잠옷인 동시에 '휴식'을 취할 때 입는 옷이란 인식이 강해 그동안 리조트 의류로 다양하게 응용되어 왔다. 최근 몇년 사이 서방에서 파자마에 대한 인기가 커지고 이들은 대부분 데크체어 스트라이프로 디자인되어 리조트 느낌을 더했다. 마린 스트라이프와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이 패턴은 한동안 여성복에서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malcombridg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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