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도 前 MAP 그룹 신규 비즈니스 개발 임원“저도 잘 압니다. 국내 패션업계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걸요. 그러니까 이럴 때일 수록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동남아 시장,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前 인도네시아 MAP 그룹 신규 비즈니스 개발 임원이자 현재 동남아 시장 진입 컨설던트로 활약하고 있는 김영도 대표가 패션리테일페어 세미나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사뭇 진지한 표정의 그는 다소 강경한 말투를 이어나갔다.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 시장. 다들 그 중요성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정도지만, 지금은 바로 행동을 보여야할 때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인도네시아 유통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신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부터 인도네시아 정부가 에너지 세금을 내리고 소득에 대한 세금을 감소시키면서 소비력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남아시장은 선점이 중요한 시장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벌써 대다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뛰어든 상태입니다. 지금이 적기 아니,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김영도 대표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성공한 글로벌 브랜드 사례로 ‘자라’를 꼽았다. ‘자라’는 중국보다도 인도네시아 시장에 먼저 뛰어 들었다. 아직 인도네시아에서 해외 브랜드가 생소하게 여겨질 때 시작한 것이다. 주요 쇼핑몰에 1000㎡ 이상의 대형 매장을 오픈하기 시작한 ‘자라’는 현재 15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1개 매장에서 10억~12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다.
‘자라’가 인도네시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은 파트너십이다. ‘자라’는 인도네시아의 유통사 MAP와 손을 잡고 위탁 판매를 시작했다. ‘자라’의 매출이 커질수록 본인들 수익도 늘어나니 MAP사에서도 적극 지원했다. 결국 ‘자라’를 전개하는 인디텍스사는 이러한 성공 사례를 발판으로 ‘폴앤베어’ ‘마시모두띠’ 등 자사의 전 브랜드를 인도네시아 시장에 정착시킬 수 있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뭘까요? 바로 ‘직접 발을 담궈야 한다’는 거에요.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을 시도하는 국내 브랜드의 사례를 몇 번 지켜봤는데, 다들 리스크를 떠안기 싫어하더군요. ‘한국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니 원하면 갖다 팔아봐라’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데 이건 아주 큰 실수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유통사는 시장 장악력이 크다. 고작 3~4개의 유통사가 유통시장 전체를 뒤흔든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너나없이 진출하다보니 시장도 이미 포화상태여서 정말 잘 나가는 유럽 브랜드, 미국 브랜드가 와도 ‘아니다’ 싶으면 딱지를 놓을 정도다.
“하고 싶다면 달려드세요. 투자도 하세요. 인도네시아 유통사들이 돈이 없어서 투자금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는지 보여주길 원하는 겁니다.”
김 대표는 10여 년간 인도네시아 유통업계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시장 진입 팁을 알려줬다. 그는 성공의 여부가 첫 매장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의 패션매체의 영향력이 비교적 약합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들에게 안긴 첫 인상이 그 브랜드의 운명을 좌우하죠. 브랜드 스토리를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김 대표가 ‘잔스포츠’를 인도네시아에 재도입할 때도 브랜드 스토리를 어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히피였던 코파운더를 초청해 그의 성공 스토리를 대학생들에게 직접 들려주는 자리를 마련했으며, 젊은층을 섭외해 그들이 자주 모이는 ‘세븐일레븐’ 앞에서 ‘잔스포츠’ 가방을 멘 채 공을 차거나 노래를 부르게 했다.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은 오픈 행사에 초청해 여행과 캠핑을 경험하게 했다. 이렇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잔스포츠’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90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김 대표는 현지에 맞춘 인력 구성은 필수라고 말했다. 인도네이사에는 다인종이 모여 살다보니 체형도 취향도 천차만별이다. 또 국내와는 온도나 습도가 다르기 때문에 선호하는 소재도 다르다. 이러한 요소들을 캐치해서 상품화하려면 현지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MD 및 VMD 교육팀을 1년 이상 파견하세요. 현지에서 소싱이 가능하다면 더욱 좋고요. 또 차별화된 매장 콘셉을 갖추고 하루에 200장 팔 수 있는 MD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면 새로운 캐시카우를 손에 쥘 수 있게 될 겁니다.”
PROFILE
·서강대 정치외교학교 졸업
·남일금속 무역부, 기획실장 역임
·‘라리끄’ ‘알렉산더 드 파리’ 등 수입 유통
·중국 진잉백화점 한국 사무소
·인도네시아 리포 그룹 파리쟝 백화점 오픈
·인도네시아 MAP 신규 비즈니스 개발 임원
인도네시아의 '자라' 매장 |
인도네시아 주요 유통사 중 하나인 마타하리 |
'잔스포츠'는 브랜드 스토리를 강조한 마케팅으로 인도네시아 젊은층을 사로잡았다. |
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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