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참으로 신비로운 구석이 많다. 형태를 변화시키거나 표현을 풍부하게 해줄 때는 재료라는 자원이 많이 들지만 색은 좀 다르다. 같은 색이라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풍족하게 쓸 수도 있고, 빈곤하게 쓸 수도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어쨌든 돈 안 들이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이 색이고, 그러한 특징을 잘 활용한다면 백만장자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색을 쓸 수 있다.
풍부한 색이란?
위 그림들에 구현된 색상들을 잘 살펴보자.
맨 처음 디자인은 단색으로만 되어 있다. 단일한 색이기 때문에 한눈에 들어온다는 이점은 있지만 색의 다양함은 기대하기 어렵다. 두 번째 디자인은 첫 번째 디자인보다는 색이 훨씬 다양해지긴 했지만 비슷한 인접 색들로 되어 있다. 색이 좀더 다양해지긴 했지만 인접색 특유의 단조로운 색감이 발목을 잡는다. 세 번째 디자인은 두 번째 디자인보다 색이 훨씬 화려하고 강해 보인다. 강하게 대비되는 색들이 쓰였기 때문이다. 많은 색이 쓰이지는 않았지만 색감이 풍부하게 느껴지고 뚜렷해 보인다. 네 번째 디자인은 색이 좀 복잡하다. 그러면서도 앞의 디자인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앞의 디자인들은 단색이 아니면 두 가지 정도의 색이 대비되고 있어서 색감이 좀 단조로웠지만 이 디자인은 색감이 아주 풍부하게 느껴진다. 녹색도 보이고 빨간색도 보이고 파란색도 보인다.
지금까지는 색의 대비에 입각하여 색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이렇게 풍부한 색의 향연을 많이 다루지는 못했다. 색의 대비에 따른 여러 가지 효과도 중요하지만 색을 풍족하게 표현하고 즐기는 것도 디자인에서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풍족한 색들이 우리의 눈을 즐겁고 윤택하게 해주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만, 색이 풍부하다고 해서 돈이 더 많이 들어가거나 물자가 더 많이 소모되지는 않는다. 물론 물감이 더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색의 효과와 비교 한다면 그 정도는 별로 고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색은 그야말로 별로 들이는 것 없이 미적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는 아주 경제적(?)인 조형적 성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낭비해도 욕을 먹지 않는 색. 디자이너들은 색을 풍족하게 쓰면서 사람들의 눈을 배부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풍족한 색 구현하기
하지만 막상 색을 풍부하게 보이려고 하면 잘 되지 않는다. 무조건 많은 색을 쓴다고 색이 풍족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역시 원리를 알고 활용해야 한다.
<그림 2>는 전체적으로 녹색과 고동색이 대비를 이루고 있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다양한 많은 색들이 어울려 있어서 풍족한 색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림 3>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색의 풍부함이 덜하다.
<그림 3>은 일단 눈부시게 화려해 보인다. 색의 채도나 명도가 높은 탓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그림 2>보다도 색상이 더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림 2>에도 많은 색들이 있지만 크게 보면 녹색 군과 고동색 군으로 나눌 수 있다. 크게 두 가지 군의 색상들만 있기 때문에 색상이 많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다양성에서는 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거의 보색에 가까운 색들이 빚어내는 대비감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그림 3>을 보면 다양한 색이 들어가 있는 것은 같으나 색의 군을 정리하기가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핑크색도 있고, 빨간색도 있고, 오렌지색도 있고, 하늘색도 있다. 각각의 색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매우 풍부한 색감을 즐기게 해준다. 이러한 색들은 모두 색상환에 고루 펼쳐져 있는 색들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군으로 묶을 수 없다. 모든 색들이 병렬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색들이 부각되고 따라서 우리 눈을 화려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이런 것이다. 즉, 색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색상환에 있는 색들을 고루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 영역으로 색상이 치우치지 않도록 색상환 전면에서 색상을 뽑아 쓸 때 풍부한 색을 구현할 수 있다.
색이 풍부해 보이는 디자인을 살펴보면 이런 사실을 어김없이 발견할 수 있다.
<그림 4>의 첫 번째 디자인은 여러 가지 색들이 여러 가지 패턴과 함께 들어가서 색의 풍부함을 배가시키고 있다. 여기서는 주로 오렌지색이나 빨간색, 녹색, 연한 파란색들이 들어가 있다. 모두 색상환에 고루 자리잡고 있는 색들이다. <그림 4>의 두 번째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낮은 채도의 색에서 색상의 풍부함을 구현한 경우이다. 이처럼 채도나 명도가 낮은 상태에서 풍부한 색감이 구현될 경우에는 고딕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채도가 낮은 녹색과 빨간색, 보라색에 가까운 색들이 조화되어 있는데, 이들 색 역시 색상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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