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마가린핑거스' 대표가 힐링 플레이스로 소개한 서울 이태원 '호머피자'에서 그의 절친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김민주 스타일리스트, '마가린핑거스' 대표, 이보람 '202팩토리' 대표, 송단비 '호머피자' 대표 / 사진 심겨울 기자 sku@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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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골목의 ‘호머피자’. 입구를 들어서자 아직 오픈 시간도 멀었건만 즐거운 웃음소리가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송단비 ‘호머피자’ 대표가 설거지를 하는 사이 이주현 ‘마가린핑거스’ 대표와 이보람 ‘202팩토리’ 대표, 김민주 스타일리스트가 송대표를 마주하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다. 호머피자에서라면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일 하다 막힐 때면 전화해요. 얼굴 보자고. 그럼 자연스럽게 여기로 모여요. 단비가 가게 마칠 때까지 기다리며 맥주 한 잔 기울이는 게 낙이에요.”
이주현 ‘마가린핑거스’ 대표가 자신의 절친들을 소개했다. 친구라고는 하지만 사실 비즈니스와 일상을 넘나들며 공유하는 사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친구였던 송단비 대표가 ‘뉴러시안페인팅’이라는 에이전시를 운영할 때는 함께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고, 이보람 ‘202팩토리’ 대표와는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나누거나 콜래보레이션으로 색다른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민주 스타일리스트는 일본 문화복장학원 유학시절 이들이 출장을 오면 통역을 도맡아 해줬다.
어쩌면 남들과는 조금 다른 20대의 길을 함께 토닥이며 걸어온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더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이들의 수다 속에 함께 빠져들어 봤다.
Q : 다들 어린 나이부터 꿈을 펼쳐왔다.
주현: 그렇죠.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안돼 ‘마가린핑거스’를 론칭했으니까요. 옷이 좋아서 뛰어들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7년째네요.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덕분인 것 같아요. 해외시장에서의 관심도 점차 늘고 있고요.
보람: 저도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어요. 금속공예와 섬유공예라는 전공을 살려 백, 지갑, 액세서리를 만들던 것이 ‘202팩토리’의 시작이었죠.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 미국, 일본, 중국, 두바이 등 많은 국가로 뻗어나갔어요.
민주: 전 조금 늦게 출발했어요. 패션을 배우고 싶어 26살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갔죠. 학교에 다니면서도 나일론 재팬에서 블로거나 스타일리스트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어요.
단비: 전 에이전시 사업을 하다 이젠 F&B로 전향했어요.
Q : 에이전시 사업을 접었단 말인가, 휴식도 아니고?
단비: 에이전시 생각이 없어요. 이제. 일을 하면서 에이전시의 필요성에도 의문을 가지게 됐어요. 디자이너 브랜드가 잘 되려면 2~3년은 어떻게든 혼자 버터야하고, 그걸 견뎌내고 나면 우리의 도움 없이도 뭐든 헤쳐나갈 수 있거든요.
주현: 사실 주변에서는 다들 아쉬워했어요. 요즘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에이전시가 많아지기도 했고 여러 제안들이 들어오지만, ‘뉴러시안페인팅’ 만큼 센스있고 적절하게 바이어와 매칭해주는 곳은 찾기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동안 단비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 아니까 그 결정을 지지해주기로 했어요.
보람: 진짜 에이전시 사업 정리하고 나서 안색부터 달라졌어요. 행복해보여요.
단비: 지금 생활에 만족해요. 요식업 쪽에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일단 패션보다는 장벽이 낮으니까요. 옷은 자기 스타일이 아니면 안 사지만 음식이란 건 취향에 맞지 않아도 한 번 먹어보자고 생각하잖아요.
Q : 현재 일에 고민이 많은 건 송단비 대표만이 아닐 것 같다.
보람: 사실 저도 요즘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있어요.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거든요. 단비랑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용기도 얻었고요. 해외 유통망이 꽤나 늘어난 상태여서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다 내려놓으면 괜찮을까 겁이 났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제 자신이더라고요. 요즘에는 운동도 하고 이너뷰티를 닦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주현: 이런 말 해도 되나? 매일이 슬럼프 같은데, 곱씹어 보면 작년에 가장 힘들었어요. 2016 F/W 시즌을 기획하는데 정말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거에요. 어쩌지. 직원들도 있는데 내가 그만두면 다 실직자되는 거 아닌가. 그러다 마음을 비우고 쉽게 가자고 결심했어요.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컬렉션이 완성돼 만족스러워요.
민주: 전 제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세우는 타입이에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이 일을 시작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직 배울 게 많으니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포트폴리오를 보면 최근 것이 가장 만족스러울 정도로 완벽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 이제 갓 30대에 진입했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을 것 같은데.
민주: 쌓여있는 일 빨리 정리하고 빠르면 올해 말, 뉴욕으로 떠날 생각입니다. 보그 뉴욕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거든요. 뉴욕 아니면 베를린행이 될 것 같아요. 그쪽으러 가면 현지에서 옷을 구할 수 있는 숍이나 에이전시를 하나 하나 뚫어나가야 해서 걱정이긴 하지만 어쨌든 좋은 기회니 꼭 해보고 싶어요.
주현: 해외 영업을 담당하는 에이전시가 있어 덕분에 빅바이어들과의 거래가 순조롭게 성사되고 있어요. 국내 유통망과도 매 시즌 프로모션을 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단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장진우 쉐프와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게 됐습니다. 합작해서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거죠. 시기는 아마 8월쯤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 함께 일을 해도 재밌는 결과물이 나올 것 같은데
단비: 안그래도 작년 11월에 10여 개 브랜드를 모아 이곳 호머피자에서 나일론 플리마켓을 열었어요. 친구다보니 의견 조율도 잘되고 사람들도 많이 찾아왔죠. 비가 오는데 줄을 서서 들어왔을 정도니까요. 또 해 볼 의향이 있어요.
민주: 도쿄 아트북 페어에 나가보자고 제안했던 참이에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해 자신만의 아트집을 만들어 파는 행사인데 주목도도 높고 꽤 괜찮았어요. 지난 2년간은 홀로 참가했는데 다음엔 꼭 함께 나가보고 싶어요.
주현: 일도 좋지만 여행 좀 같이 가보고 싶어요.
단비: 맞다 여행!
보람: 가자 가자 말 해놓고 정작 다 같이 가지를 못했어요.
주현: 계획 다 세워놓고 한 명씩 빠져나가 결국 다른 언니와 단 둘이 일본 여행을 갔었어요. 전에 일본 여행을 했을 때 좋은 추억이 많아 같이 가고 싶었던 건데.
단비: 꼭 다음을 기약하겠네요.
‘마가린핑거스’ 2016 S/S 컬렉션 룩북 |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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