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듭니다. 한국 광고사의 멋진 카피로만 기억하기엔 아까운 진언이다. 작은 차이,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그 작은 차이. 하지만 마치 신기루마냥 좀처럼 그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상식적인 것이 꼭 상식적이지 않고, 새로운 것이 반드시 새롭지도 않은 복잡한 현대기업 경영의 현장에서 우선 그 작은 차이 자체를 찾아내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차이가 백지장마냥 좁혀지고, 좋은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구별조차 힘든 상향평준화의 보편화는 성과의 차이가 더더욱 어떤 차이 때문인지 규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작은 크기의 변별성 축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차이가 분명히 엄존하고 여전히 결과의 성패를 가늠하고 있다는 것이다.
◇ 차이란 무엇인가?
차이, 즉 다르다는 것. 차이는 표면적으로는 분명 무엇과 무엇의 비교라는 상대적 의미임과 동시에 그 속성을 받치고 있는 절대적 의미가 핵심이다. 즉 상대적이라는 뜻은 일정 시점 유효했던 수준이나 기준이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대적 구별 속성을 간과하면 변화된 필요충분 요건이나 그 수준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재를 부인하며 과거의 영광스런 경험에 속박되게 된다.
절대적이라는 뜻은 그 차이의 근간이 되는 무엇의 구조와 태도이다. 어찌 보면 차이의 핵심은 당장 우리가 먼저 주목하는 어떤 차이의 수준이나 지표가 아니라 그 차이를 이끈 구조와 태도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한국 지속성장가능 TOP 50 패션기업 분석에서 공유한 이들의 차이 그 자체보다는 이를 가능하게 한 그들의 구조와 태도를 지속성장가능 패션기업의 차별속성으로 우선 주목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 전략의 일관성과 전술의 유연성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말처럼 지속성장 가능 패션기업에는 자신들만의 명료한 핵심 비즈니스 모델과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있다. 이는 기업의 규모와 상관 없이 발견되는 지속성장 패션기업의 공통적 변별점이다.
브랜드 파워이든 유통 네트워크 파워이든 글로벌 SCM 체계이든 자신들의 최고 강점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키고 있다. 소위 ‘강점기반 강점강화(make strong stronger)’ 전략이 이들 지속성장 패션기업의 중심 전략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중심 비즈니스 모델이 견고할수록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시도나 속성의 차용은 더욱 활발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그 흔한 비즈니스 모델 변화 선언이나 체제 혁신 구호의 난무가 없다. 이들에게 환경의 변화나 새로운 비즈니스 속성의 차용은 굳건한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근간으로 활용할 실행의 기회 소재일 뿐 이다. 뿌리깊은 나무 마냥 중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과 가치가 뚜렷하니 새로운 속성 차용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결과론적이기는 하나 전략의 일관성이 높은 패션기업일수록 전술의 유연성이 도리어 더욱 높다는 반비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 기업가정신
최근 한 중국 패션 대기업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바로 중국 패션기업의 최고 강점은 이들에게 여전히 엄존하고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 창업가정신 또는 기업가정신 (an entrepreneurial spirit)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급성장의 주요 원인이 결코 시장의 폭발적인 장세에 기인한 것만도 아니고 2012년부터 겪고 있는 역성장의 어려움이 이들에게 결코 극복 불가능한 과제도 아닐 것이라는 예상을 다름 아닌 중국 패션기업 경영자들의 시들지 않은 기업가정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전설 같은 기업가 정신은 본래 우리나라 패션기업의 전유물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불행하게도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패션산업 부문에서 그 횃불 같은 기업가정신의 전설은 뜸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패션기업의 최고 자산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 사람의 문제에서 그 사람의 으뜸이 되는 최고경영자의 중요성은 새삼 재론의 필요도 없을 것이다.
◇ 기업 경영자원 활용의 명료한 우선순위
기업 경영의 조건 식은 무한 자원의 무한 사용이 아니다. 바로 유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투입해 부가가치를 확대 재생산하여 얻는 획득이 곧 올바른 경영의 과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제 어느 자원을 얼마만큼 투입하고 그 부가가치 획득의 기대 결과에 대해 가늠할 수 있는 경영자원 활용의 수준은 기업경영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경영역량이다.
지속성장가능 패션기업들에게는 이러한 관점에서 비교적 뚜렷한 비즈니스 전략 포트폴리오가 존재한다. 명료한 비즈니스 전략 포트폴리오의 확보는 보다 정교한 경영자원 활용의 밑그림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사실 나비효과마냥 모든 원인과 결과가 촘촘하게 얽힌 현대 기업의 경영에서 도식적 우선순위를 가린다는 게 어찌 보면 터무니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먼저 가장 기초적인 재무적 목표의 명료화가 전제된다면 의외로 그 우선순위는 명확해진다. 예상하고 계획하는 경영과정이 100%의 확률이 아니라고 해서 무의미한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보다 확률 높은 근거로서 재무적 지표의 활용 가치는 상상이상으로 폭 넓고 상당한 수준으로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 기대 역할 중심의 조직문화
흔히 벤처기업이라고 부르는 기업들과 전통적 기업과의 조직 구조의 차이는 다름 아닌 ‘포지션 중심 구조인가 기대역할 중심의 구조인가’라는 차이다.
이번 지속성장가능 TOP 50 패션기업 중 특히 새롭게 진입한 다수의 중견 패션기업의 공통된 변별점은 가히 벤처기업의 조직이라 불러도 좋을 기대 역할 중심의 조직 체제이다. 사실 이러한 조직체계 시스템은 관리, 기획, 영업, 생산 이라는 핵심 직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한다. 전통적 조직의 포지션은 직무의 핵심 기둥의 역할 보다는 자주 의사결정의 병목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패션 기업의 의사결정 수준을 지나치게 높게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무거운 포지션 중심의 조직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장중심 경영이란 말의 본 뜻은 무엇일까? 그 바쁜 전통적 의사결정권자가 현장을 잘 살펴보고 의사결정을 하라는 말인가? 아니면 현장의 누군가가 현장의 수준에 맞는 의사 결정을 하라는 것인가? 패션기업의 직무는 따지고 보면 그것이 크든 작든 모두가 의사결정의 행위이다.
기대역할 중심의 조직 체계는 곧 기대 의사결정 중심의 조직체계이다.

최현호 MPI컨설팅 대표
jacob@mpiconsul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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