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인스타그램의 에바 첸 디렉터, 보그 에디터 수지 멘키스, ‘발망’의 올리비에 루스텡이 토론 후 셀카를 찍고 있다. |
럭셔리의 정의가 변화하고 있다. 첨단 기술의 발전과 신사고 방식을 지닌 밀레니얼 소비자의 부상, 그리고 사회적 책임감을 중시하는 기업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럭셔리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 전세계는 하나가 되었고 글로벌 소비자들은 그들이 누구던지 상관없이 원하는 제품을 언제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갖게 됐다. 또한 테크놀로지가 우리 삶을 이끌어가며 소비자는 소유보다는 경험을 추구하고 물질적인 것보다는 의미 있는 가치를 중시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러한 큰 변화를 바탕으로 지난달 20~21일, ‘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컨퍼런스’가 보그 에디터 수지 멘키스(Suzy Menkes)와 함께 서울에서 개최되었고 트렌드 컨설팅사 스타일러스(Stylus)에서 직접 취재했다.
◇ 파워풀한 소셜미디어
키워드에 해시태그(#)를 붙여 사진의 의미를 설명하고 마케팅으로도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의 패션 파트너십 총책임자인 에바 첸(Eva Chen)과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올리비에 루스텡(Olivier Rousteing)은 스토리텔링과 트렌드 전파 그리고 커뮤니티로서의 소셜 미디어 역할에 대해 역설했다.
에바 첸은 “현대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며 보다 많은 것을 공유하고자 해요. 비주얼 이미지로 무드보드를 만들고 이모지(emoji)로 자신을 표현하죠. 이러한 신세대 취향의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인스타그램은 아주 유용합니다” 라고 말했다. 따라서 브랜드에서는 자기만의 DNA를 풍부한 영감의 비주얼 스토리 텔링으로 보여줄 수 있으며 슬로우 모션 비디오를 통해 단순히 제품 홍보가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진 제작 과정 등을 보여주며 소비자와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진정한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인스타그램에 3백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텡은 컬렉션에서 보여주지 못한 ‘발망’의 뒷이야기뿐 아니라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한다.
“컬렉션이 끝나면 소비자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망’의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고아원 출신으로 입양아인 제 사진을 올림으로써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세상을 보는 시각, 그리고 사람들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또한 기존의 연 2회 컬렉션을 대체하여 소셜 미디어에서 패션쇼를 보여주고 소비자들에게 즉시 판매하는 ‘See now, buy now(보고 바로 구입하기)’ 움직임에 대해서는 “서로 연결된 채로 더 빨리 발전해야만 하죠. 메인 쇼가 끝난 후 곧바로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이 ‘발망’이 택할 길”이라고 했다.
앞으로 ‘발망’은 주요 아이템은 6개월 후 판매하도록 남겨두겠지만 어떤 아이템은 쇼가 끝난 직후 구매 가능하도록 하고, 또 가격도 다양하게 제안하여 대중적인 인스타그램과 고급 오트쿠튀르가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 소비자 경험과 첨단 기술 중심의 럭셔리
최근 소비자들은 명품의 ‘소유’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이나 외식, 제품의 체험과 같은 서비스를 누리는 것을 즐기며 기술 혁신에 따른 편의성과 즉각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럭셔리가 엘리트 계층만을 위한 배타적인 (exclusive) 특성을 띄었다면 미래의 럭셔리는 일반인들이 쉽게 향유할 수 있는 포괄적인(inclusive) 성격을 지니고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것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초연결된 디지털 세대인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여행이나 성형과 같은 자신의 경험을 위해 기꺼이 소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테크놀로지가 우리 삶을 이끌어가기에 인공지능, 웨어러블, 가상현실(VR)과 같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이러한 소비자들의 경험을 극대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VR기기를 이용하여 거실에서 패션쇼를 관람하고 바로 구입한다거나 가상 피팅룸에서 나와 똑같은 아바타를 만들어 옷을 입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녀는 “5G와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콘텐츠가 보다 중요해질 것이며 소비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남들과 더욱 공유하고자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미래 소비자들의 럭셔리 추구 방식은 변화할 것이며 그 가능성은 무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코치(Coach)’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Stuart Vevers)는 유의미한 럭셔리(relevant luxury)를 언급하며 전통적인 럭셔리와 비교 설명하였다.
“클래식이나 헤리티지와 같은 단어는 저에게 의미가 없어요. ‘코치’에 처음 왔을 때 저는 이 하우스의 전통에 얽매이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했지요. 전통은 존재하지만 과거에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죠. 따라서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에 집중합니다. 또한 패션은 배타적이어서는 안됩니다. 소비자와 연결되고 친구 같아야 하죠.”
최근 몇 년간 ‘코치’는 훌륭한 매출 성과를 보였는데 여기에는 소비자의 마인드를 읽고 함께 연결되려는 베버스의 역할이 컸다. 그는 아메리칸 스웨그 감성을 부여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유러피안 럭셔리를 대체하였으며 소비자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스트리트 패션과 가까워지기 위해 몸을 낮추는 태도를 보인 것이 매출 상승의 주요한 원동력이 됐다.
와이어드 컨설팅(Wired Consulting)의 디렉터인 소피 핵포드(Sophie Hackford)는 “미래의 테크놀로지는 현재와 같이 천천히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럭셔리 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주요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구글 자카드 프로젝트와 같이 텍스타일에 내장된 센서를 이용해 물리적인 제스처를 디지털 정보로 표현할 수 있으며, 광고용 드론을 이용해 주변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광고 내용을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매장에서 직접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되고 옷걸이를 뒤적일 필요도 없다. 또 디바이스를 이용해 와인을 마실 때 포도주가 어디에서 재배됐는지, 또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공급망에 대한 정보도 투명하게 볼 수 있고 핸드백 원산지가 어디인지, 진짜 이태리산인지, 진짜 타조 가죽인지도 소비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맞춤형 핸드백 서비스를 제안하는 디자이너 안야 힌드마치(Anya Hindmarch)는 “과거 럭셔리는 장인정신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패션과 개성을 표현하고자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앞으로는 즉각적인 매출이나 성장 수치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인류를 위하여 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여부가 미래의 럭셔리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친환경 크리스탈을 사용하는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의 나디아 스와로브스키(Nadja Swarovski)는 “지속가능성이 기업의 전통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강조하면서 “120년 전부터 수력발전을 활용해왔고 지금도 신기술을 활용하여 물을 절약하고 처리하고 있으며 친환경적인 제조 공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스와로브스키’는 인도와 우간다, 브라질, 중국 등에서 ‘워터 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어린이들에게 물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이슈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또한 ‘구찌’ ‘브리오니’ 등을 소유하고 있는 케어링 그룹의 지속가능성 최고책임자 마리 클레르 다뵈(Marie-Claire Daveu)는 “지속가능성 없는 럭셔리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은 이제 필수지 옵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업차원에서 각 브랜드들이 지속 가능한 소재를 공급받기 위한 솔루션을 찾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플랜을 4년 전에 수립했다.
원료 혁신 랩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재배된 소재를 사용하고 악어가죽 소싱도 파트너십을 통해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하며, 가죽 태닝 공정에서 중금속을 없애는 변화도 시작했다. 또한 면과 폴리에스터를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헌 옷을 재활용해 새로운 원단을 다시 짤 수 있게 되었고, 유기농 면을 사용하고 생산과정에서 물을 30% 덜 사용함으로써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의 호스트 파트너사인 성주그룹의 ‘MCM’ 역시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소비자, 제품, 파트너십, 태도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혁신적인 디자이너들과 협업하고 신소재에 대해 재고하는 등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을 약속했다. 또한 김성주 회장은 사회공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앞으로 10년간 1000만 달러를 레드 재단(red.org)에 기부해 에이즈 퇴치 및 세계각국의 여성과 아동의 건강과 교육을 향상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멈출 수 없는 코리아 파워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이번 컨퍼런스는 참관객의 70%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국제적인 행사였으며 다양한 산업에서의 한류 파워에 대한 큰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성주그룹의 김성주 회장, 가수 박재범, 국립현대미술관 이지윤 운영부장, 카이스트 배상민 교수가 함께한 토론에서는 왜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로서 바라보는 각각의 음악적 견해, 미술·디자인적 견해, 실용과학적 견해를 풀어놓았다. 김성주 회장은 “최근 부상하는 밀레니얼 소비자는 겉으로는 쾌활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가치를 중시하고 선한 것에 영감 받는다.
‘MCM’은 밀레니얼 브랜드이자 밀레니얼 세대를 주 타깃으로 하기에 미래 세대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책임감을 지닌다”고 말하며 럭셔리 브랜드들의 창의적이고 진정성 있는 접근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가상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와이어드 컨설팅의 소피 핵포드 |
‘코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와 그의 인스타그램 페이지 |
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컨퍼런스에 참가한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
(왼쪽부터) 케어링 그룹의 마리끌레르 다뵈, '스와로브스키'의 나디아 스와로브스키, 성주그룹의 김성주 회장 |
(왼쪽부터) 카이스트 배상민 교수,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 국립현대미술관 이지윤 운영부장, 가수 박재범, 보그 에디터 수지 멘키스 |
자료제공 스타일러스 안원경 실장
사진 = INDIGITAL
안원경 실장
kate.ahn@sty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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