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herine-Deneuve, 1966 |
2016년 봄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템이 있다. 모든 브랜드에서 한 개씩은 볼 수 있는 리본 블라우스들이 그 주인공. 흰 블라우스에 검은 리본으로 장식된 이 클래식한 블라우스는 빅토리아 시대와 1970년대에 크게 사랑 받았던 바 있다.
블라우스와 함께 눈에 띄는 아이템은 플리츠 스커트들이다. 이 스커트는 올해 초 열린 프리폴(Pre-fall) 컬렉션에서도 차기 주목 아이템으로 손꼽히며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는 최근 ‘구찌’에서 매 시즌 선보이는 아이템으로 ‘선생님 스커트’라 불리며 고지식한 여성미를 보여준다.
또 하나 주목되는 아이템은 바로 폴로셔츠다. 테니스나 폴로 경기 유니폼에서 유래된 이 셔츠는 그동안 캐주얼 브랜드의 전유물이라 여겨졌지만 올 봄에는 여성복에서 앞다퉈 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70년대에도 이 같은 패션은 ‘모드 사쥬(Mode Sage, 정숙한 모드)’라 불리며 한차례 크게 유행했다.
Pleats Skirt |
Pleats Skirt |
Gucci |
Celine |
Stella McCartney |
우리는 70년대라고 하면 가장 먼저 히피패션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70년대는 복식적으로 가장 융성한 클래식 패션의 시대이기도 했다.
70년대에는 히피패션과 다른 파격적 패션이 시장에 팽배하면서 시장 한편에서는 이와는 상반된 무드, 매우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스타일들이 일종의 안티 트렌드(Anti-trend)로 대두했다. '랄프로렌' 풍의 캐주얼들이 인기를 모으고 '버버리'가 다시금 큰 사랑을 받기 시작했으며, 여성복에도 '입생로랑'이 1969년에 제안한 단정한 클래식 수트 패션이 인기를 모았다.
이 때 갑자기 등장한 참한 양갓집 규수 풍 패션을 '모드 사쥬(Mode Sage, 정숙한 모드) '라고 불렀는데, 리본 블라우스와 학교 선생님 같은 플리츠 스커트, 스트랩 구두 등이 그 전형적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올 봄 패션에서 가장 새로운 점은 복고패션이 이런 정숙한 모드로부터 영감을 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셔츠보다 블라우스 비중이 높아졌고, 블라우스에는 리본과 프릴이 장식돼 여성미를 강조한다. 60년대의 베이비돌 스타일과 70년대의 '모드 사쥬'를 잇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패션이 재 등장한 셈이다. 불경기에는 클래식한 패션이 유행한다고 했던가.
일부 학자들은 경기가 완전히 얼어붙은 요즘, 다시 정숙한 여성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여성의 심리는 매우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그들의 말대로 좋은 남성에게 선택 받길 원하는 여성들의 심리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이런 분석은 그리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이런 패션을 즐기는 여성들은 맞선 시장에 나와있는 혼기에 찬 여성들이라기 보다는 거리의 철없는 젊은 여성들이니 말이다.
Mode sage |
Gucci |
정숙한 모드가 전하는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데는 영화 <로마의 휴일>의 여주인공인 앤 공주가 가장 적절한 사례다. 이 영화는 왕실에서 화초처럼 자란 순진무구한 공주가 로마에서 혼자 휴일을 즐기다 만난 어느 기자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오드리 헵번이 연기한 앤 공주는 보수적 환경에서 자라난 청초하고 순진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다.
이 영화에서 앤 공주의 패션은 거의 블라우스와 스커트 차림이다. 수수한 차림으로 거리에 나온 오드리 헵번의 모습은 사회적 세속의 틈바구니에서도 전혀 때묻지 않은 진주처럼 그녀를 사랑스럽게 빛나도록 만들어준다.
이 영화의 의상 디자이너였던 에디스 헤드(Edith Head)는 오스카상을 몇 차례나 휩쓸었던 거물로, 이 영화 속에서 공주의 잠옷까지도 순진무구함을 강조하며 섬세한 디자인을 보여줬다. 긴 머리를 단정히 빗어 내리고 리본 블라우스에 롱 스커트를 입은 채 로마를 활보하던 오드리 헵번의 모습은 이후 복식사에서도 잊지 못할 전형으로 기억되고 있다.
70년대를 클래식의 시대라 부르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당시 젊은 층에게 유행했던 '프레피 룩(Preppy Look, 아이비 리그의 대학생들의 차림을 모방했던 패션)'때문이다. 그리고 이 프레피 룩은 영화 <러브스토리>의 대성공으로 크게 주목 받게 된다. 이 영화는 현대에서 신파라 불리는 모든 플롯의 원형이기도 하다.
부잣집 아들이자 하버드 법대생인 남 주인공과 평범한 대학에 다니는 여 주인공의 아름다운 사랑과 결실, 불치병으로 사망하는 여 주인공 등 한때 모든 드라마를 휩쓸고 지나간 플롯의 원형이 바로 이 영화인 셈이다. 영화의 여 주인공 알리 맥그로우는 사랑스러운 여대생의 차림을 멋지게 소화해내며 단숨에 패션 아이콘이 됐다.
크고 늘씬한 체격의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트렌치 코트, 아이비 니트, 비니, 체크 미니스커트, 더블 재킷 등을 유행시켰다. 지난해 '타미힐피거'는 <러브스토리>의 여 주인공 알리 맥그로우로부터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아이비 패션은 70년대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그 원형의 뿌리는 같다고 볼 수 있다.
Ali MacGraw 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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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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