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holas K, Sportmax, Marni |
스타워즈가 가진 힘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미국 연예정보 월간지 베니티페어에는 ‘스타워즈가 우리의 패션을 어떻게 바꾸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1977년에 최초 개봉되어 40년에 걸쳐 시리즈가 만들어진 이 대작 영화는 아닌게 아니라 패션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16년 봄 상품들이 출시되면서 많은 패션 전문지들은 지난해 개봉된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의 스타일에 빗대어 트렌드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먼저 주인공 레이의 드레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사막풍의 해체적 스타일들이 눈길을 끈다. 그런가 하면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의 유니폼은 유니섹스 브랜드들이 스웻셔츠를 디자인할 때 가장 많이 응용하는 스타일 중 하나가 됐다.
흑백의 깔끔한 대비와 미래적인 면 분할이 특징인 스타일은 힙합 브랜드들이 특히 선호한다. 아울러 스타워즈가 가진 독특한 동양적 정서는 80년대에 패션계를 한번 크게 흔들었던 ‘재패니즈 아방가르드’와 맥락을 같이한다. 기모노 스타일과 중세풍의 튜닉을 혼합한 듯한 스타일들은 정신적 수양을 강조하는 제다이들의 의상인 동시에 실제로 2015년과 2016년 여성복의 중요한 패션 코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Balenciaga |
Rodarte |
스타워즈 프린트가 패션쇼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발렌시아가’ 쇼부터였다. ‘발렌시아가’는 이때 프릴 칼라가 달린 박시한 티셔츠에 스타워즈 프린트를 찍어 시리즈로 제안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티셔츠는 당시 전세계 스트리트에서 촬영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이 흐름은 그 뒤에도 지속돼 지난 2014년에는 미국의 ‘로다테’와 영국의 ‘프린’이 스타워즈 프린트를 대대적으로 사용하며 다시금 화제가 됐다.
‘로다테’는 레드카펫용 롱드레스들에 스타워즈의 주인공들을 시리즈로 프린트했다. 한편 ‘프린’은 도회적인 셔츠와 캐주얼한 실크 드레스 위에 다스베이더의 얼굴을 프린트해 독특한 이미지를 자아냈다. 이런 흐름은 2016년 F/W에도 계속됐다. 얼마 전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낙점돼 최고의 스타로 부상중인 뎀나 즈바살리아의 ‘베트멍’에서도 스타워즈를 모티브로하는 의상을 선보였다.
왜 디자이너들은 스타워즈 프린트를 이토록 선호하는 것일까? 이 영화는 사실 우주, 미래, 선과 악, 기(氣)라는 동양적 주제와 복고라는 모든 유행 테마를 한 번에 보여주는 놀라운 코드다. 모든 트렌드를 심플하게 압축하고 싶은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스타워즈 프린트는 가장 매력적인 대상이 아닐 수 없다.
Star Wars |
Phillip Lim |
Marni |
Rick Owens |
스타워즈가 이처럼 패션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오늘날 패션이 추구하는 미학과 스타워즈가 보여주는 미학의 많은 부분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번성한 테크놀로지 시대에 ‘힐링’과 ‘느린 삶’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마치 첨단 기술의 세상에서 세상의 선함을 위해 싸우는 제다이들처럼 말이다.
스타워즈가 개봉되던 1977년은 레이 카와쿠보, 이세이 미야케 등 일본 디자이너들이 파리에서 크게 주목받으며 전세계에 ‘흑(黑)의 충격’이라 불리던 재패니즘 트렌드를 구축하던 시기였다. 이들이 추구하던 스타일들은 동서양의 벽과 남녀의 벽을 뛰어넘는 아방가르드 스타일을 보여줬고, 이것이 오늘날 유니섹스 캐주얼의 토대를 구축했다. 스타워즈에서 제다이 기사들의 복장이 바로 이런 재패니즈 아방가르드와 연결된다.
스타워즈가 바라본 미래는 언제나 첨단 기술과 황량한 사막의 이미지가 공존한다. 이는 미래라기 보다 아이폰을 쓰며 유목민풍의 패션을 즐기는 오늘날 우리 시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들의 의상은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스웻셔츠나 애슬레저풍의 단품에 자주 이용하는 모티브가 됐고, <스타워즈:깨어난 포스>편의 여주인공이었던 레이의 의상은 ‘릭오웬스’ 스타일과 매우 유사하다.
영화 자체에 대한 논평은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77년 이후로 인류의 미래, 첨단 기술 속의 정신을 테마로 해온 이 영화의 미학이 패션을 대변하는 한, 패션에서 스타워즈란 코드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Fashion finds the force’ London, 2015 |
Adidas Originals X Star Wars kids |
디즈니 사는 <스타워즈:깨어난 포스>편을 개봉하면서 다양한 패션 콜래보 행사들을 열었다. 특히 미국의 블루밍데일즈 백화점과 콜래보한 ‘패션을 위한 포스’란 행사와 영국의 셀프리지 백화점과 콜래보한 ‘패션이 포스를 찾다’란 행사가 주목받았다. 지난해 11월 영국 셀프리지 백화점의 ‘패션이 포스를 찾다’ 행사에서 10명의 영국 디자이너들이 스타워즈로부터 영감을 얻은 스타일들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셀프리지 백화점과 공동 기획한 스웻셔츠 시리즈와 디자이너들이 각자 발표한 특별작품들이 전시, 판매됐다.
이 수익금은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이 아동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고 한다. 같은 해 12월, 디즈니사는 미국의 백화점 블루밍데일즈와 유사한 콜래보를 또 한번 진행했다. '패션을 위한 포스'란 이름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10명의 디자이너가 스타워즈로부터 영감을 얻은 디자인들을 내놓았다. 이들 또한 경매 방식으로 블루밍데일즈에서만 판매했으며, 그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또한 ‘아디다스’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스타워즈 콜래보를 진행해왔다. 특히 유명한 라인은 ‘아디다스 X 스타워즈’의 스니커 라인과 ‘아디다스 X 스톰트루퍼’ 티셔츠 라인, ‘아디다스 X 제국’ 티셔츠 라인 등이다. 2015년에는 키즈라인에서도 스타워즈 콜래보가 이루어졌다.
‘아디다스 X 스톰트루퍼’ 티셔츠 라인은 아동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세련된 블랙의 티셔츠 라인을 선보였다. 또한 트랙수트가 주요 아이템이 되었는데 ‘아디다스’ 룩북에서는 소년들이 레이저처럼 빛나는 요다와 다스베이더 캐릭터가 찍혀진 블랙의 트랙수트를 입고 광선검을 들고 노는 장면들이 찍혀있었다.
이 밖에도 스타워즈 영화의 포스터들이 찍혀진 아동용 스니커즈들이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돼 인기를 모았다. 아동복에서는 이 밖에도 ‘한나앤더슨’ ‘유니클로 키즈’ 등에서 스타워즈 콜래보를 전개한 바 있으며, 2016년 봄 현재 ‘제이크루 키즈’와 ‘포에버21 키즈’에서 스타워즈 컬렉션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Iris Van Herpen |
3D Printing Dress |
얼마 전 열린 다보스 포럼의 화두는 사물 컴퓨터(CPS:Cyber Physical System)였다. 국제 경제 포럼에서 기술 관련 주제를 택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IT 기술이 세계의 경제 판도를 바꿔 놓을 만큼 주도적인 분야가 되었음을 말해준다.
이번 포럼에 초청된 패션인들은 대부분 이베이, LVMH, ‘나이키’ 등의 공룡기업들의 인사이지만 미국의 한창 뜨는 쇼핑몰 자디닷컴(Zady.com) 또한 초대됐다.
다보스 포럼에서 패션은 큰 주제가 아니지만 이번 글로벌 아젠다인 ‘4차 산업혁명’은 패션산업과 정말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디지털 생산 기술, 가공, 3D 프린팅과 새로운 컴퓨터 디자인 기술이 의류 생산을 거의 즉석생산에 가깝게 몰아가고 있는데, 이베이 최고 책임자 데빈 위니그는 이런 시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실현 단계에 있다고 말한다.
패션 디자이너들 중 아이리스 반 헤르펜은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작품을 꾸준히 패션위크마다 선보였다. 그녀의 작품은 3D 프린팅 드레스가 실제 소비자들이 입기 원하는 아름다운 드레스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가까이 다가온 패션의 놀라운 변화가 상업적인 붐을 일으킬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김소희 대표
malcombridg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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