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넘나드는 ‘Multi Fusion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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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9 오전 10:43:32

쿵푸에서 사무라이 액션과 웨스턴까지… 복수의 여신이 돌아왔다. 4년 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가공할 만한 피의 처형을 감행하던 ‘브라이드(우마 서먼 분)’는 이제 철천지원수 ‘빌(데이빗 캐러딘 분)’에게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다. 한때는 가장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브라이드’와 ‘빌’.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빌을 죽여라!’라는 제목처럼 과연 그녀는 마지막 복수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과연 자신의 딸과는 어떻게 재회할 것인가! 이소룡표 옐로우 트레이닝복과 아식스 운동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비디오 점원 일을 하던 영화광 시절부터 아시아 무협영화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의 이전 작품들이 미국 B급 하위장르나 1980년대 홍콩 누아르에 대한 오마주들로 채워졌다면 <킬빌> 1, 2편은 웨스턴과 더불어 아시아의 B급 액션영화에 바치는 타란티노의 경배라고 할 수 있다. 한 인터뷰에서, “<킬빌>은 내가 본 영화의 기억만으로 완성시킨 동화나라의 이야기다”라고 말한 타란티노는 1960년대 마카로니 웨스턴, 홍콩 쿵푸영화, 일본의 시대극이나 야쿠자영화, 그리고 로저 코먼이 만들어낸 블랙 스플로이테이션 영화 등에 심취해 있었다. 할리우드산 영화와는 다르게 섹스와 선혈 낭자한 복수극뿐이었지만 총격전이나 쿵푸, 검술 장면의 스타일리시한 연출에 감동을 받아 <킬빌>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일방적인 복수극이라는 단순한 시나리오와 달리 곳곳에 등장하는 오마주는 관객에게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오렌 이시이(루시 리우 분)’와 싸우는 ‘브라이드’의 복장은 사상 최강의 무술 스타 이소룡이 <사망유희>(78)에서 입은 트레이닝복을 모델로 한 것이다. ‘아식스’ 운동화까지 <사망유희>에 충실히 따랐다. 후카사쿠 킨지를 존경했던 타란티노는 후카사쿠 킨지가 감독한 <배틀 로얄>에 출연했던 쿠리야마 치아키를 여고생 킬러 ‘고고 유바리’ 역으로 등장시킨다. <배틀 로얄>에서 쿠리야마가 좇아오던 남학생을 죽이는 장면처럼 <킬빌>에서는 매우 잔혹하게 재현된다. <킬빌>에 출연하는 치바 신이치(소니 치바)의 극중 이름은 다름 아닌 하토리 한조. 1980년부터 방송한 TV 시리즈 <하토리 한조-그림자 군단>에서 치바 신이치가 연기한 캐릭터다. 그리고 오렌 이시이가 새하얀 기모노를 입고 눈덮인 일본 정원에서 결투하는 장면은 코이케 카즈오 원작의 만화를 영화화 <슈라 유키히메>(73)를 재현한 것이다. 우산에 숨긴 칼을 들고 부모의 원수를 갚는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복수극인 <킬빌>과 닮았다. 이러한 오마주는 온갖 장르의 북새통 속에서 타란티노 특유의 유쾌한 상상력을 가능케 하며 마카로니 웨스턴의 황량한 느낌과 잔뜩 각이 잡힌 쿵푸영화의 투박한 느낌을 한 편의 영화 속에 아우른다. 패션과 음악으로 보여주는 퓨전 스타일 <킬빌>은 한마디로 ‘퓨전의 극치’를 보여준다. 1편에서 프랑스와 일본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혼혈 여성 오렌 이시이와 브라이드가 마지막 혈전을 벌인 일본식 정원이, 2편에서는 텍사스의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버드’의 낡은 트레일러가 대신했다. 대사는 일본어와 영어가 같이 사용되고 액션은 중국 정통 무협과 사무라이 액션 그리고 보안관이 같이 출연하며 애니메이션과 흑백 필름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회상 장면의 쿵푸 수련장면에서 ‘씨부!’라는 호칭이 주는 코믹한 느낌은 한 편의 영화 속에 다양한 스타일의 질감을 펼쳐 보이는 타란티노 특유의 실험적인 소산이다. 또한 황량한 서부에 고요하게 울리는 ‘빌’의 대나무 퉁소 소리는 귀를 의심케 할 만큼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요소들은 다양한 문화의 공존이라는 트렌드와 맞물려 예측불허의 충격을 선사한다. 영화의 느낌을 배가시켜 주는 음악에서도 퓨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선율에서부터 가지 메이코의 애절한 엔카 ‘학살의 숲’까지 이질적인 음악들이 하나로 조합되어 브라이드의 복수 여정에 동참한다. 또한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로베르트 로드리게즈는 직접 작곡한 곡을 손수 연주하며, 전설적인 힙합 그룹 우탱 클랜의 RZA, 컨츄리 음악계의 거장 쟈니 캐쉬 등의 음악들이 영화 속에 공존한다. 가죽과 데님에서 면 소재로의 변화 타란티노 감독은 <킬빌2>에서 영화의 무게중심을 조금씩 모성 쪽으로 옮겨오며 ‘배신’을 위한 사전작업을 수행해 나간다. 모성의 상징이기도 한 그녀의 가슴은 전편과 후편에서 두 번씩이나 피로 물들지만 결국 그 가슴으로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딸을 부둥켜안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의상

김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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