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명절 연휴가 끝나는 시점에 발표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와 북한의 '자산 동결'맞대응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물론 패션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개성공단의 섬유봉제 기업들이 봄 시즌용 패션의류 완제품과 원자재를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일 오후 정부 성명을 통해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11일 북한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전면 중단에 반발해 남측 인원을 추방하고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시켰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섬유와 기계금속을 취급하는 중소기업 124개 업체가 운영 중이며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생산액이 5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이 500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에는 73개 섬유봉제 기업이 입주해 있는데 평균 투자액이 350만 달러, 생산액이 310만 달러로 투자 대비 생산액이 높은 편이어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신원, 인디에프, 좋은사람들, 로만손 등 중견기업 외에도 평안, 서도산업 등 완제품과 의류 소재를 생산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입주해있다. 특히 국내에는 이들과 협력하는 업체도 수백개에 이르러 피해는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섬유봉제 기업 상당수가 올 봄 납품을 앞두고 원청 기업으로부터 받은 원단 등 원자재를 대량 들여간 상태라 이에 따른 손해 배상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패션 브랜드의 의류를 주문자상표생산 방식(OEM)으로 생산해 납품하는데 의류는 시즌에 따른 납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생산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면 바로 판매 중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베스띠벨리' '씨' 등을 전개하는 신원은 이날 오전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방침에 완성품 위주로 물량을 빼내기 위해 개성 공단에 트럭을 보냈다. 자사 브랜드의 내수 물품만 생산하는 개성 공장의 생산량은 전체의 10% 내외다. 신원 관계자는 "공장과 원단, 완제품을 다 포함하면 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 생산에는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2013년에도 개성공단 폐쇄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제품 생산에는 문제 없을 것이다. 생산라인을 중국과 필리핀 등으로 옮기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로만손 관계자는 "지난 개성공단 생산 중단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라인을 분산시켜놓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직도 입주 기업들은 실오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봉제 기업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끝나는 시점에 사전에 통보 받은 바 없이 날벼락을 맞아 당혹스럽다"면서 "원자재와 생산된 제품을 내올 수 있기만을 마지막 기대하고 있지만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입주 기업 관계자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개성공단 내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하소연하며 "다른 공장에서라도 위탁생산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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