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약화되고 싱글맘(혹은 싱글대디), 결혼하지 않은 채 자녀를 입양하는 여성들이 새로운 소비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게이 커플이 업계의 뜨거운 집중을 받고 있다. 게이(동성애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지적·경제적 수준을 무기로 매스컴과 업계에 파워를 행사해 왔지만 사회 전반의 거부감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가장 많은 게이가 활동하고 있다고 분석되는 패션업계에서조차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무대 구성이나 패션 사진, 광고 사진은 늘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의심(?)받는 디자이너나 패션 종사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혹은 모호한 변호를 통해 게이 논란을 잠재워야 했다.
“패션계에서 성공하려면 게이가 되든지 게이와 친근한 관계를 구축하라.”
미국과 유럽 패션계에 공공연하게 떠도는 이 말은 수많은 게이 디자이너와 사진작가가 활동하는 현실을 잘 드러내는 동시에 ‘게이 지향적’인 패션계를 조롱하는 표현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게이의 결혼을 합법화하고 나오면서 수면 아래에서 움직여왔던 게이 소비자들이 오픈된 소비 집단으로 뭉치는 현상을 보이고, 업계는 이들을 타겟으로 한 마케팅에 돌입하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케네스콜」, 게이 마케팅에 적극적
이런 가운데 심플하면서도 도회적인 디자인으로 실용적인 꾸뛰르의 이미지를 심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케네스콜(Kenneth Cole)」은 록펠러센터 매장 쇼윈도에 남녀 게이 커플을 등장시켜, 게이들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재빨리 표명했다. 똑같은 옷차림에 각각 손을 잡고 서 있는 남녀 커플과 게이 커플의 결혼을 처음으로 허가한 샌프란시스코, 뉴팰쯔 지역의 결혼허가소를 안내하는 화살표가 전시된 쇼윈도에는 이 모든 장면을 요약하는 듯한 광고문구 한 줄, “We see a pattern here”이 매장을 장식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도회적이고 깔끔한 디자인과 달리 정치·사회적인 마케팅 방식을 즐겨 사용해 온 「케네스콜」의 마케팅 전략에 일치하는 것으로 디자이너의 사회적 참여를 주장하고 있는 디자이너 케네스 콜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
케네스 콜은 에이즈가 터부시되던 1985년,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취시키고 연구기금 조성에 적극 참여하는 정책과 마케팅을 시작한 이후 홈리스, 아동학대 등 사회적 이슈를 지속적으로 알리면서 암네스티(Amnesty:국제사면위원회)가 수여하는 미디어 스포트라이트 상, ‘디바인디자인(Divine Design)’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등이 시상하는 인권상을 수상했고, 부시의 이라크전 개전을 적극 비판하는 등 사회참여적인 마케팅에도 앞장서 왔다.
그러면서도 1994년 이후 <포브스(Fobes)>지가 선정해 온 미국내 ‘200대 소기업 베스트’ 명단에 지속적으로 올라,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목적을 실행하면서도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멈추지 않는 모범적인 기업가 원형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인권에 민감한 케네스 콜이 ‘게이 결혼’을 옹호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나온 만큼 그간 수동적인 입장을 취해온 미 패션업계는 게이 소비자들에 대한 입장을 정립해야 하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케네스 콜이 게이 결혼을 옹호하는 이유는 그 자신이 게이라서가 아니다(케네스 콜은 前 뉴욕 주지사 마리아 쿠오모의 딸과 결혼한 이성애자다).
그는 개인의 자유와 소수에 대한 열린 마음을 적극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게이 커플을 등장시킨 마케팅 역시, 게이 결혼에 대한 적극적인 찬성보다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옹호’라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케네스 콜은 지면 광고를 통해서도 게이 커플을 등장시킨 마케팅을 시리즈로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미 패션가에서 게이 마케팅이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다.
리차드 타일러 , ‘립스틱 레즈비언’ 깜짝쇼
호주 디자이너 리차드 타일러(Richard Tyler) 역시 미국의 ‘게이 결혼’ 논란에 편승, 게이 마케팅 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최근 뉴욕에서 컬렉션을 개최한 리차드 타일러는 신부와 신랑의 옷차림을 한 여성 모델이 캣워크 무대 한 가운데에서 키스를 하는 장면을 연출, 동성애자들에 대한 적극적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이벤트는 뉴욕 시장이 동성결혼서에 승인 서명을 한 후 87쌍의 게이 커플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부부 서약을 한 당일에 이뤄진 것으로서, 미국시장에 관심이 높은 리차드 타일러의 마케팅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일명 ‘립스틱 레즈비언’으로 불린 이번 이벤트는 그 동안 시류에 편승하는 깜짝 이벤트에 거리감을 두었던 리차드 타일러의 관행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는 유난히 패션에 민감하고 패션을 리드하는 동성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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