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인으로 살아온 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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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8 오후 5:30:25

저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산모퉁이를 지나 자전거를 타고 오는 우편배달부 아저씨로 부터 엄마소식이 그리워 동내 솔밭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던 그리움들. 몽당 연필로 습자지에 침 묻혀 가며 그리움을 적어 보낸 사연들. 솜 넣은 무명저고리 소매 깃에 콧물로 코팅(?)했던 겨울날의 모습들이 떠 오릅니다. 제 고향은 경북 의성입니다. 중학교에 올라와 나의 특기는 웅변이였습니다. 각종 웅변대회에 입상하여 탄 상품들은 영어 사전과 놋쇠 밥그릇을 탔지요. 지난날들의 가난했던 우리들의 아름다운 추억들입니다. 연탄아궁이시절 하늘 나라를 오락가락하던 운명들. 가난이 싫어 붓을 놓았던 불운들. 교회에서의 설치 미술 활동들이 디자이너 길의 기초가 됐지요. 고등학교 1학년말에 처음 여학생과 미팅을 했지요. 너무나 떨렸던 순간들. 문화빵과 보리차를 홀짝이면서 마셔대던 기억들을 잊을 수가 없어요. 재수를 거쳐 철학과에 입학한 나는 또 다른 방황이 있었습니다. 휴학과 복학을 거듭타가 어머님의 소망이신 성직자의 길을 포기하고 패션계에 입문하게 된 거죠. 철원 비무장지대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서울 유학 생활은 나의 인생의 큰 획을 긋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패션계의 대모이신 최경자선생님 연구실에 발탁되면서 나의 새로운 삶이 열려졌습니다. 어느새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 그 옛날 추억들을 장성한 아들과 딸에게 들려줍니다. 아이들도 나를 닮아서 편지 쓰기를 좋아합니다. 이-메일로 주고받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쉰세대인 저도 배우고 있습니다. 돋보기를 걸치고 컴퓨터 자판기를 더듬거리며 쉰세대인 나는 삭막한 도시를 훈훈한 마음으로 산모퉁이 돌아 찾아온 우편배달부 아저씨를 그리며 오늘도 편지를 씁니다. 34년이 넘도록 패션계에 몸담아온 세월들. 함께 해온 동업자인 안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칼럼을 통해 틈틈히 그 고마음을 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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