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의 요소가 많거나 버릴 수 없는 형태 요소가 많을 때는 필요없는 것을 버리는 정도의 접근으로는 좋은 형태를 디자인하기가 힘들다. 형태 정리가 완전하게 습득되면 다음은 형태 요소들을 서로 연관지워서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 주는, 구도나 구조를 만드는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별자리와 형태
태고적 부터 밤하늘에는 지금처럼 수많은 별들이 뿌려져 있었을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 누가 그렇게 모아 놓았는지 알 수 없는 별들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하늘에서 그저 무심하게 흩어져서 반짝거리고만 있었을 테고 볼거리가 그다지 없었던 옛날, 반짝거리는 밤하늘은 아주 좋은 볼거리였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누구에서부터인가 밤하늘을 무심하게 수놓던 별들은 전갈이 되기도 하고, 물고기가 되기도 하고 처녀가 되기도 하였다. 누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별들을 그렇게 위치지워 놓은 것은 아니겠지만 몇몇 사람들의 주관적인 해석은 납득할 만한 설명과 재미있는 뒷 얘기들로 인해 숨겨진 진실의 발견이 되었다. 사람의 손은 막을 수 있었지만 사람의 눈과 마음은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단 사람들의 마음이 허락되고 부터 무심했던 밤하늘은 질서와 규칙으로 가득차게 되고, 온갖 이야기와 꿈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이제 밤하늘은 그저 그런 볼거리가 아니라 수많은 동시상영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큰 노천 극장이 된 것이다.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형태를 만드는 일이고 그것은 무심한 형태 요소들을 모아서 재미있는 인상과 이야기를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다. 같은 모양의 별이라고 해도 어떤 것은 사자가 되고 어떤 것은 백조가 된다. 같은 이야기라해도 어떤 것은 모험 활극이 되고 어떤 것은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가 된다. 이제 모든 것은 디자이너가 정하고 책임을 져야한다.
형태의 복잡성과 형태의 구성
조형적으로 필요없는 것을 없에는 일도 필요한 것이 많을 때에는 한계에 부딪힌다.
형태를 이루는 조형요소들이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고, 조형적 비중이 서로 비슷할 때에는 필요한 것과 필요없는 것의 단순한 이분법 만으로는 형태를 만들어 나갈 수가 없다. 게다가 형태를 이루는 요소가 하나가 아니라 수십, 수백으로 늘어날 경우에는 단지 형태를 이루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형태의 무정부 상태를 극복하기 힘들다. 더욱이 언제까지나 형태를 단순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 강한 인상으로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형태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진화의 뿌리에 가까이 있는 생명체일 수록 몸의 구조는 간단하다. 한 두개의 세포나 한 두개의 기관으로 이루어진 몸은 별다른 요소 없어도 자기의 몸을 유지하는 데에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고등생물로 발전해 갈 수록 몸을 구성하는 요소가 많아져서 몸의 형상을 유지하기 위한 뼈대가 필요하게 된다. 나아가 고등생물의 외형은 뼈대의 구조에 따라 수 만가지로 달라지게 된다.
생명체의 뼈와 같이 형태의 요소가 많아지거나 고도화되면 형태 요소들은 조형적 뼈대를 중심으로 해서 하나의 형태 덩어리를 이룬다. 이때 형태의 뼈대는 형태내의 조형요소들을 견고하게 결합하면서, 뼈대 안으로 들어오는 형태와 그렇지 않은 형태를 구분짖는 경계선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위의 그림처럼 아무리 많은 형태 요소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형태 요소들이 서로 짜임새있게 질서를 구축하게 되면, 흔들림 없는 하나의 덩어리가 만들어지게 된다.
구도나 구조만의 드러냄
조형은 언제나 형태 요소들의 묶음으로 다가온다. 이 묶음이 무리 없는 질서로 다스려졌을 때, 형태는 우리의 눈에 저항감없이 자연스럽게 안착하게 된다. 또한 이 질서는 다양한 형태요소들을 한 품에 안으면서도 변화무쌍한 모습이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이 단계에 이르게 되면 눈에 보이는 형상, 그 자체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형상의 질서가 중요하게 된다. 이 질서를 평면에서는 주로 ‘구도’라고 부르고, 입체에 있어서는 ‘구조’라 부른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조형의 질서, 형태의 구조나 구도는 동서고금의 거의 모든 조형예술에서 대단히 중요한 조형 원리로 취급받아왔다.
이런 식으로 조형적 질서를 우선시하는 생각이 깊어지면, 구체적인 형상보다는 아예 구조 그 자체만을 드러내려고 하는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말하자면 눈에 보이는 것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추상조형은 이렇게 시작된다. 아래 그림과 같은 대부분 기하학적 추상작품들은 형태를 조율하는 구조를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만든 결과이다.
추상 조형에서부터는 형태의 주인공은 형태가 아니라 형태를 구성하는 질서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
사물을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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