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스 - 중국 상하이
아시아에서 조계지(租界地)는 자국민에게 뼈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항이라는 명분 아래 불평등한 조약이 체결되어, 다른 나라의 법적 지배가 미치는 일정 지역이었기 때문. 특히 중국 상하이는 아편전쟁이 끝난 후 맺어진 난징조약에 따라 1843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의 조계지로 지목된 도시였다.
하지만 당대 고난의 역사가 수세기가 흐른 뒤 전혀 다른 의미로 남게 되는 것을 우리는 종종 확인하곤 한다.
근대 중국의 뼈아픈 역사를 대변하는 상하이의 조계지, 그 중에서도 특히 옛 프랑스 조계지가 최근 상하이의 매력을 한 층 더 높여주는 멋스러운 공간으로 주목 받고 있다. 고풍스러운 유럽 양식과 중국의 주거 양식이 공존하는 건축물, 아치 모양을 이루며 길을 따라 빼곡한 플라타너스, 멋스러운 레스토랑, 분위기 좋은 노천카페. 걷고 싶은 거리, 우캉루(武康路) 주변으로 펼쳐진 풍경이다.
용푸후이(The YongFoo Elite)

상하이 지하철 10호선 상하이도서관역에서 내려 여유를 만끽하며 기분 좋게 걷기 좋은 후난루(湖南路)를 따라 걷다 보면 먼저 용푸로(雍福路)를 만나게 된다. 먼저 용푸로를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옛 상하이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용푸후이’ 건물과 마주하게 된다.
‘용푸후이’는 1930년대 지어진 넓은 정원이 달린 저택으로 1998년까지 영국 영사관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현재는 정원식 레스토랑으로 사용되며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지만, 오픈 당시만 해도 거액의 멤버십회원만 드나들 수 있는 사교클럽으로 여전히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남아 있다.
특히 수령이 백 년은 될 듯한 수목과 군데군데 눈길을 끄는 다양한 소품으로 장식된 신비스러운 느낌의 정원은 반드시 시간을 내서 둘러볼 만 하다.
더불어 약 3000만RMB(약 55억원)를 들여 수집한 1000여개의 공예품으로 약 3년의 시간을 들여 정교하게 꾸민 내부 역시 그 자체로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에서 100여 년 전의 상하이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파린느(Farine)

용푸후이를 둘러본 후 다시 플라타너스 길을 따라 후난루를 걷다 보면 금새 우캉루다.
방향을 틀어 우캉루를 따라 걷다 보면 프랑스식 베이커리 ‘파린느’를 만날 수 있다. 솔솔 풍기는 맛있는 빵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 이곳은 빵, 케이크, 음료를 맛볼 수 있는 카페. 길게 늘어선 줄에서 차례를 기다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예쁜 모양으로 눈까지 사로잡는 다양한 빵과 케익이 눈에 들어온다.
맛으로 소문난 집답게 손님이 많은 덕에 회전이 빨라 갓 구워 따끈따끈한 크로와상을 맛볼 수 있다.


수트서플라이(SUITSUPPLY)

가로수를 따라 우캉루 끝자락까지 걸어 안푸루(安福路)로 접어들면,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운집한 거리에 자리한 네덜란드 남성복 브랜드 ‘수트서플라이’ 매장을 만날 수 있다.
동서양이 공존하는 거리에 자리잡은 ‘수트서플라이’, 클래식하고 깔끔한 느낌의 매장으로 들어서 2층으로 올라서면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붉은 벽과 나무를 깎아 만든 중국식 호리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이어지는 맞은편 벽에는 서양인 남녀 모델의 거리낌 없는 노출로 연출된 파격적인 화보가 벽을 채우고 있다. 서양식 정장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매장 안에 장식된 동양적 소품과 벌집모양 창살문으로 이뤄진 피팅룸이 어색함이 없다.
재단실 안쪽에선 동양인 재단사의 손에서 미리 떠둔 패턴으로 맞춤복 제작을 시작하는 가위질 소리가, 홀에서는 희끗희끗한 머리의 서양 고객이 미리 맞춰둔 옷을 피팅하는 모습이 이곳이 바로 동서양이 공존하는 상하이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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