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속에 녹아있는 남녀상열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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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8 오후 12:01:28

개봉 첫 주말 관객 백만 돌파, 한국영화 최다 주말 관객수, 최고 예매 점유율, 최다 개봉관 기록 등 여러 가지 흥행 기록을 남겼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커스튬 디자인을 맡았던 디자이너 정구호와 김희진이 '제41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았다. 철저한 고증과 적절한 상상력이 낳은 우아하고 컬러풀한 의상과 소품은 ‘백의민족’만 살았을 것 같은 조선시대에 대한 통념을 깨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양반들의 문화를 그려냈다. 경제와 문화 모든 면에서 황금기를 누렸던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갖가지 장신구와 화려한 색채의 의상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전작들에서 화면과 배경의 색과 인물들의 심리를 조화시키는 재능을 보인 이재용 감독은 미술비로 순제작비 50억원의 40%에 해당하는 20억원을 투입했다. 이유는 비주얼 완성도를 위해서였다. 한복, 신발, 가구 등의 색깔이나 문양 등에서 각 분야 장인들의 고증을 거쳐 하나하나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었고, 조원의 갓이나 허리띠, 벼루, 부채, 비녀, 양반과 기방의 반상 등 소품에서도 당시의 정확한 재현에 욕심을 부렸다. 안동의 옥연정사, 태안반도, 담양의 소쇄원, 진도의 운림산방 등 과거의 정취가살아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것도 화면에 대해 심혈을 기울인 감독의 의도가 드러나 있다.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를 맡은 정구호는 “전통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섯 가지 색만 쓰이는 조선시대 한복과 달리 캐릭터별로 보라색이나 붉은색, 무채색으로 한복의 색을 맞췄다”고 한다. “상에 음식을 놓을 때에도 색깔을 컨트롤하거나 들꽃, 풀잎 등으로 장식을 더해 옷과 배경 이미지에 어울리도록 했어요”라는 정구호는 색채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영화 속 등장하는 의상만 120여벌이지만 모든 한복은 손염색과 손바느질을 고집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최선을 다한 그의 고집스런 의지는 화면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은은하고 화려한 컬러감이 잘 드러난 한복을 입고 한데 어울려 담소를 나누는 여인네들의 모습은 그래픽 효과를 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비로운 색채감을 선사한다. 그야말로 한편의 화보집을 보는 듯 우아하고 아름답다. 사랑, 증오, 절개, 순정이 묻어 있는 의상 ‘절개’와 ‘검소’를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던 조선 시대에 ‘패션’을 논한다면 모순이겠지만 여성들의 머리에 얹는 가체 가격이 집 한 채 가격에 육박했다는 자료를 보면 18세기 정조 연간의 조선 사대부의 멋 부리기가 요즘 못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열녀문 또한 같은 맥락이다. 얼마나 열녀가 없었으면 열녀문까지 세워 그 공(?)을 칭송했겠는가. 아무튼 제작팀은 명인들의 고증과 상상력을 가미해 당시 상류층 패션 스타일을 주인공들의 성격에 맞춰 만들어냈다. 요부 조씨 부인은 섹시한 화려함이 필수 조건. 욕망을 상징하는 붉은 색과 보라색, 선명한 노랑색 등의 색채를 주조로 당시 첨단 유행인 폭 좁은 소매, 짧은 저고리를 입는다. 보통 열 폭인 치마폭을 열 두 폭으로 키워 몸매를 드러내고 움직일 때 화려한 동세를 부여했다. 영화 초반부 조씨 부인이 자신의 속내를 숨기고 있을 때에는 부드러운 중간 톤의 의상을 입다가 후반 부 성격이 드러나면서 채도가 높은 의상을 입는다. 특히 진자주색 치마에 보라색 저고리는 욕심과 증오가 가득한 조씨 부인의 캐릭터와 잘 맞는 의상이다. 지조를 중요시 여기는 모범적인 규수 숙부인의 차림새는 역시 보수적이다. 넉넉한 품과 길이의 저고리, 법이 금하는 가체를 얹지 않은 쪽 머리, 그리고 열 폭 치마다. 컬러는 은은한 회색, 갈색, 녹색 등 튀지 않는 색조로 일관하지만 사랑을 알아 감에 따라 레드가 등장한다. 조원이 선물한 붉은 목도리는 대표적인 예. 컬러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조원은 염색이 되지 않은 아이보리빛 소색과 청색 두 가지로 표현된다. 진짜 말총으로 만든 갓, 부채 테두리에 은입사를 하는 등 간결하고 멋스러운 디테일로 바람둥이의 필수요소인 세련된 스타일의 터치를 가했다. 이질적인 문화 충돌이 빚어낸 <스캔들> “어느 날 바로크 음악을 듣다가 문득 서양 클래식 음악이 한국 사극의 배경으로 나오면 어떤 충돌이 생길지 궁금했다”라고 영화의 기획단계에 관해 설명한 이재용 감독은 서양의 느낌에 동양적 요소가 가미된 기존의 두 요소의 ‘충돌’을 노렸다. 국악을 사용해온 다른 시대극들과 달리 음악감독 이병우가 작곡한 현악 연주곡은 관객에게 눈과 귀가 느끼는 이미지의 충돌을 맛보게 했다. 이러한 시도는 음악과 포스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염색한 가체를 올린 이미숙의 모습과 뮤직비디오의 배경음악으로 펑크한 댄스곡 ‘Kinda Kinky’를 사용

김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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