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erson 2015 S/S |
높은 기온과 습도로 몸을 무겁게 짓누르던 여름 공기가 물러가고 청량감 가득한 가을 바람이 밀려 왔다. 공기가 서늘해지니 그 동안 피하고만 싶던 햇살을 일부러 찾아가 그 따듯하고 강렬한 빛에 몸을 맡기고 싶어진다.
하얀 피부와 동안을 지키기 위해 사시사철 자외선 차단 지수 높은 썬블록을 고수하는 여성들이라도 ‘봄볕은 며느리 쪼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 는 속담을 들으면 어쩐지 가을 햇살에는 관대해 진다. 실제로 봄에는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 얇아지기 때문에 겨울 동안 춥고 건조했던 날씨에 약해진 피부는 강렬한 봄볕을 받게 되면 노화가 촉진된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들의 체내 비타민 D 농도는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데 가을볕은 비타민 D 합성을 도와준다. 자외선은 파장이 긴 것부터 작은 순으로 UV-A, B, C로 나뉘는데 그 중 중간 영역인 UV-B가 프로 비타민 D를 비타민 D로 전환시키는 과정에 필요하다.
가을은 봄보다 습도가 높아 일사량이 줄어 불필요한 자외선은 차단되고, 비타민 D 합성에 필요한 UV-B를 받기에 좋은 환경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높여 튼튼한 뼈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며, 일부 항암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숙면을 취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세로토닌이 나와 우울감을 줄여주기도 한다. 가을볕이 보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다른 현상은 몸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좀 멀게 느껴지더라도, 가을 햇살을 쐬면 즉각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니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해진 날씨에 으슬으슬했던 몸이 가을 햇살을 만나면 마음이 느긋해지고 평온해진다. 몸만 따듯해져도 충만해진 기분에 아등바등 살 필요 뭐 있나, 신선같은 기분이 들어 인생을 한 걸음 물러나 보게도 된다.
그래서일까? 햇살이 있는 풍경은 더없이 평화롭고 안정감을 준다.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조명이 필요한 컬렉션 무대에서 잔잔한 햇살과 그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대체 불가능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2015 S/S 시즌 ‘DVF’와 ‘더키 브라운’ 컬렉션에서는 이러한 햇살의 매력을 듬뿍 담아 냈었다.
하지만 ‘J.W. 앤더슨’처럼 약간의 트릭을 쓰는 경우도 있다. 모자에 비친 햇살이라고만 생각했던 빛은 사실 2015 S/S 컬렉션의 중요한 소품이었던 큼직한 곡면을 이루는 모자를 강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쏜 조명이었다. 모자와 조명을 이용해 햇살이 비추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것이 재미있다.
Duckie Brown 2015 S/S |
DVF 2015 S/S |
DVF 2015 S/S |
고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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