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모양, 대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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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7 오후 6:23:47

어떤 형태이든지 대칭으로 해주면 견고한 구조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대칭은 디자인에 입문한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디자이너들이나 형태의 안정감과 무게감을 많이 주어야 할 경우에 자주 구현하게 되는 조형 원리이다. 하지만 대칭형은 구조의 안정감이 너무 강해서 답답하게 느껴질 경우가 많고 권위적으로 보이기가 쉽다. 대칭 만들기 재미난 실험을 해보자. <그림 1>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어지럽게 모여 있다. 여기에 거울에 비친 것같이 반사되는 형태를 <그림 2>처럼 나란히 병치시켜 보자. 어지럽던 형태들은 신기하게도 안정된 형태로 변해버린다. 나란히 놓여진 형태들이 서로 대구를 이루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짜임새가 생기는 것이다. 어떠한 형태이든지 좌우대칭으로 해주면 최소한 혼란스러워 지지는 않는다. 대칭은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강력한 방법이다. 그런데 대칭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대칭 형태는 옛날부터 서양의 조형세계에서는 각별한 대접을 받았다. 로마시대의 건축가인 마르쿠스 비트리우스(Marcus Vitrius Pollio)는 그의 《건축에 관한 10서》라는 책에서 건축의 아름다움은 “건축의 외관이 경쾌하고 우아하며, 건물 각 부분의 치수관계가 올바른 균제비례(대칭비례)를 이루고 있을 경우에 얻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약하자면 건물의 아름다움은 바로 대칭구조에서 온다는 말인데,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이 주장은 힘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양적 사고의 일방성이 거북하기도 하다. 일부러 대칭형을 피했던 우리 선조들의 미학관은 그렇다면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었단 말인가? 어쨌든 그의 말이 진실이든 하나의 가설이든 대칭형은 그만큼 조형의 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볍지가 않다. 가장 안정적인 구조 대칭형은 가장 안정적인 구조이다. 이 구조적 안정성이 과하게 표현되면, 형태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엄숙함을 유발시켜 복종심을 불러일으키기 쉽고, 그러한 형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무한한 권위를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대칭 형태는 예로부터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대칭형은 역사상 가장 많은 정치적 차출(?)을 당한 형태 원리가 되었다. 특히 현대 이전까지 서양역사에서 대칭형의 위세는 대단했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양의 중세 교회나 궁전, 나아가 도시 전체는 거의 대부분 대칭형이었다. 대칭 형태가 딱딱하긴 하지만 그래도 중세의 천재 예술가들의 손길을 타기도 하면서 엄격함과 더불어 예술정신을 듬뿍 머금기도 했다. 그러나 열악한 문명의 손아귀에서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권위의 이빨을 드러내는 데에 이용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있었다. 대부분 파시즘정권이나 독재정권들은 중세의 권위를 복사하기 위해서 대칭형을 자주 쓰곤 했다. <그림 4>의 나치 전당대회에 모인 사람들의 사진을 보라. 대칭 형태가 얼마나 섬뜩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같은 대칭 형태라고 하더라도 어떠한 문화에 의해서 조율되는가에 따라 느낌은 이렇게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좌우대칭 형태는 어지러운 형태요소들을 쉽게 안정시킬 수가 있고, 표현하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표현의 용이성 때문에 디자인공부를 막 시작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형태이기도 하다. 패션 디자인과 대칭 형태 패션 디자인은 특히나 좌우대칭 형태를 빼고 생각할 수가 없다. 사람의 몸이 좌우대칭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이 좌우대칭인 이상 그 위에 입혀지는 옷은 좌우대칭 형태를 어떤 식으로든지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렇지 않으면 입었을 때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옷의 모양은 좌우대칭 형태가 될 수밖에 없으며, 디자인에 변화를 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좌우대칭 형태를 기반으로 다양한 디자인적 변용이 일어나게 된다. <그림 5>는 좌우대칭으로 디자인된 패션 디자인의 예이다. 색상도 차분하게 디자인되었지만 좌우대칭의 구조자체가 대단히 안정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옷이 좌우대칭 형태를 벗어나기 힘든 사실은 디자인을 다양하게 만들어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많은 제약이 된다. 대칭 형태 이외의 다양한 조형적 접근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칭 형태는 반복 형태와 마찬가지로 안정성은 강하나 변화의 요소가 적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지기가 쉽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잘못 이용되는 경우에는 사람들의 감성을 오히려 억압하는 기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제약을 비집고 자신의 디자인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디자이너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만들어진 디자인들만 놓고 본다면 그들의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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