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안개 혹은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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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0 오후 5:18:39



R.Owens 2013 F/W

안개가 낀 풍경 안에서 우리는 ‘구름 속을 걷는 듯’이라는 표현을 한다. 본질적으로 수증기인 안개는 구름과 같지만 지면에 닿아 있다는 점이 다르다.

비행기를 타고 갈 때 발 밑으로 구름이 떠 있는 풍경이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매번 새로워 보이듯이, 안개도 평범한 풍경을 특별해 보이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다.

드문드문 안개로 뒤덮인 산이나 호수의 풍경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특히 어떠한 빛이 그 안개가 있는 풍경을 비추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밝고 노란 빛이 비춰주고 있다면 자연 다큐멘터리에 나올 듯 평화로워 보일 것이고, 새벽처럼 푸르스름한 빛이 비춰 진다면 신비로워 보일 것이다. 짙은 안개로 한치 앞도 볼 수 없게 된다면, 이내 미스터리 사건에 휩싸이는 공포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스트’는 이러한 안개의 속성을 이용해 공포감을 한껏 끌어 올린 영화이다.

짙은 안개 뒤에 있는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생명에 위협을 받을 때 인간은 극도의 공포감으로 두려움에 떨게 된다. 볼 수 없고,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것만큼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한편 안개나 연기는 배경 음악이 무엇인지에 따라 그 분위기가 또 달라지게 된다. 밝고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이라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다면 곧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사실 어떠한 상황이든 한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빛과 음악인데, 여기에 안개나 연기는 더욱 드라마틱한 효과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음악이나 연극 등의 무대 효과로 많이 쓰인다. 패션쇼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무대 연출을 하는 데 있어 바닥 면을 타고 밑으로 깔리는 연기와 마치 소독차가 뿜어낸 것처럼 공간 전체를 채우는 연기 중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서도 그 분위기가 달라진다.

공간 전체를 연기로 채운 ‘릭 오웬스’의 2009 F/W, 2013 F/W 컬렉션과 바닥에만 연기가 깔리게 연출한 ‘몽클레어 감므루즈’의 2015 F/W 컬렉션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또한 가득 채운 연기라도 그 배경이 ‘배질리 미슈카’의 2013 F/W 컬렉션처럼 어두운가, ‘릭 오웬스’처럼 밝은가에 따라서도 분명 달랐다.

재미있는 것은 ‘릭 오웬스’의 2013 S/S 컬렉션이었다. 사진상으로는 안개 같아 보이던 무대 효과는 사실 비누 거품을 바닥으로 떨어지도록 한 것이었다. 무대에 대해 많이 고민한 ‘릭 오웬스’의 흔적이 보였다.


Mischka Waw

Moncler Gamme Rouge


고학수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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