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의 백열 전구, 20세기에 등장한 형광등은 21세기의 조명 LED 의 등장으로 곧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되었지만, 일상생활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 듯하다. 무엇보다 형광등의 모양을 한 LED가 등장하면서 형광등의 모습은 여전히 우리 삶에 존재한다.
기다란 선으로 빛나거나 깜빡이는 형광등은 도시적이고 미래적이며 색에 따라 건조하거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댄 플레빈(Dan Flavin)같은 미니멀리즘 설치 예술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재료였다. 아무리 LED가 형광등의 자리를 대신해도 이들은 형광등의 형태적 특징을 계속해서 활용할 것이다.
몇 시즌의 ‘로다테’ 컬렉션을 보다보니 한 줄기 빛이 지나간 듯 어떤 특징이 눈에 띄었다. 바로 형광등이었다. 일부 예외는 있었지만 거의 모든 시즌에서 형광등을 이용해 컬렉션 무대를 연출한 것이 보였다.
한꺼번에 수 십 개의 등을 묶거나, 3차원의 구조물의 일부분에 쓰이거나, 단독으로 세워지기도 하고 벽과 바닥에 가지런히 정렬되거나 흩뿌려지는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로다테’ 브랜드의 특유의 특징과 함께 컬렉션의 분위기가 하나의 실로 꿰어진다.
바로 공포다. 공포 영화 마니아라고 밝힌 ‘로다테’의 멀리비 자매의 컬렉션에 이러한 형광등이 사용된 것은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느껴진다.
그 특유의 차갑고 스산한 분위기 때문에 형사들이 범인을 심문을 할 때나, 연쇄살인범의 외딴 오두막에 갇혔을 때, 큐브처럼 알 수 없는 방에 납치되어 미래적이면서 공포 분위기를 할리우드 영화에서 연출할 때는 형광등은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컬렉션 뒤에는 알렉산드르 드 베탁이라는 패션쇼 프로듀서가 있었다. 현재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디올’ 전시를 비롯해 존 갈리아노부터 라프 시몬스까지의 ‘디올’의 화려한 컬렉션을 연출했던 그는 지난 몇 년 간 ‘로다테’의 컬렉션에서 형광등을 선택하여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던 것이다. 그는 몇 년간 연속적으로 같은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예술적인 ‘로다테’의 옷에 스토리를 더해 주었다.
언젠가 먼 미래에는 20세기의 일상적이고 역사적인 장면들을 장식하던 형광등은 당연히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미래를 그리는 영화들에서 그 길고 하얗게 빛나는 형광등의 특징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처럼 그 특징을 유지한 조명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형광등이야 말로 엣지를 표현하는 데 더 없이 좋은 재료이니 말이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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