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복장학원에서 만난 최효비는 서울 패션계 데뷔 동기가 된다. 그녀는 순천여고를 졸업한 뒤 상경하여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다가 패션모델이 되었다. 유난히 키가 큰 그녀는 신촌의 이대 입구 패션가를 자주 찾아왔고, 우리는 무명시절 서로에게서 동지애를 느꼈다.
신촌시장 소줏집에서 미래를 설계하곤 했다. 그 후 나는 대구에서 ‘아름다운사람들’이란 의상실을 개업하게 되었고, 그녀는 서울에서의 모델 활동이 순탄하여 탑 모델의 위치를 굳혀 갔다. 그녀는 특히 보라색을 좋아했다. 어느 날 사랑에 빠진 그녀는 탑 모델 위치에서 은퇴를 하고 미국으로 훌쩍 유학을 떠나고 말았다. 사랑은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묘약인가. 나는 그녀의 전성기 시절 추억에 빠진다.
나의 가난한 청년 디자이너 시절, 패션쇼를 마치고 막걸리 한잔으로 개런티를 대신했던 기억들……. 연출자가 없었던 시절, 선배 모델이 출연 모델들을 모아와서 패션쇼를 열곤 했다.
최효비는 후배 모델들에게 출연료를 나눠 주고 나면 본인에게 돌아갈 출연료가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막걸리 한잔으로 고마움을 표하곤 하였다. 그녀는 미국에서 결혼하여 워싱턴 정가를 누비는 인물이 되었다. 뒷날 로스엔젤레스 비버리힐즈 부근의 멋진 별장에서 산다는 그녀의 소식을 접한 나는 그녀가 보랏빛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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