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형 파라독스, 튀거나 엄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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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7 오후 3:14:39

대칭은 대단히 엄격한 조형적 인상을 낳는 원리로 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표현의 경향이 강한 형태들을 얌전하게 중화시키는 원리이기도 하다. 음적 성향과 양적 성향이 같이 있는 상태를 서양 언어로는 패러독스라고 한다. 엄격함과 표현의 음과 양은 대칭의 원리에서도 함께 들어가 패러독스한 면을 만들고 있다. 디자이너의 역량은 이러한 패러독스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있다. 잘 쓰면 표현의 극대화요, 못 쓰면 조형적 독재로 흐르게 된다. 대칭은 그런 면에서 대단히 위험한 원리이다. 부자유 속에서의 자유 “자유를 제한받은 곳에서 참된 자유가 가장 잘 발휘된다는 것은 예술 창작만의 과제가 아니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남자들에게》라는 수필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뒤이어 거의 무제한의 자유 위에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어떠한 매력이나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게 된 현대 미술의 실패를 예로 든다. 창조작업에서 자유는 대단히 중요한 지향점이다. 모든 예술가들이나 디자이너들은 자유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창조에서의 자유란 창조하는 사람들의 숱한 노력에 의해 얻어지는 포획물이지 누려야 할 자격으로서,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흔히 생각하듯 표현의 자유나 제도적 제약과 같은 창조자의 외부적 조건이 창조의 자유를 억압하는 실체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창조작업의 부자유는 사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창조자가 처한 상황을 치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데서 나온다. 그 어떤 외부적 상황도 창조하는 사람의 자유의지를 압살하거나 제약할 수가 없다.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들은 오히려 이러한 외부적 제약을 탁월한 능력으로 뛰어넘는 창조자 내부의 현명함을 함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할 때 직면하는 어려움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부자유에 대해서 쉽게 알 수가 있다. 마음은 누구나 일류 디자인을 하고 싶지만 실제 디자인을 해보면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형태도 자유롭게 만들수가 없고 색도 마음대로 조화가 안 된다. 이때 느껴지는 안타까움, 답답함, 소위 창조의 고통이라고 할 수 있는 심리적 부자유함은 외부에서 가해진 것이 아니다. 어쨌든 자유에 대한 의욕이 강할수록 견디기가 쉽지 않다. 자유분방한 거장들의 디자인이 그만큼 부자유함과의 숱한 전투를 거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넘기 힘든 이러한 부자유함과 마찰을 겪으면서부터이다. 대칭과 표현 대칭 형태란 좌우의 모양이 같기 때문에 조형적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 이것은 조형적으로 볼 때 대단한 제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참된 자유는 자유를 제약받는 곳에서 가장 잘 발휘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훌륭한 디자인은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찬란한 조형의 꽃을 피워낸다. 대칭 형태가 표현의 자유를 그리 많이 허락하지 않는 것 같아도 건축물의 미학적 백미들은 대부분 대칭 형태로 되어 있다. 유럽의 중세시대 건물을 한번 보자. <그림 1>은 대칭 형태이긴 하지만 대칭형이 주는 형식적 딱딱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풍부한 장식에서 오는 화려함, 예술적 표현성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디자인이다. 이런 형태를 두고 대칭의 권위적인 느낌이나 대칭의 위압감을 읽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대단히 복잡해진 형태 요소들이 대칭이라는 고삐에 의해 그나마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옳은 해석일 것이다. 부분을 살펴보면 대단히 복잡한 요소로 되어 있다. 각각의 요소들에 표현된 형태의 조각적 완성도는 뛰어나다. 하지만 부분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전체의 조화에 있어서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부분과 부분들간의 결합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디자인에서 좌우대칭이라는 조형 원리는 형태를 제약하기보다는 형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칭 형태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표현성이 제약받는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건축물을 보면 알겠지만 어떠한 조건에서든지 만드는 사람들의 역량에 따라 제약은 얼마든지 극복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림 2>의 랑스 대성당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부분을 장식하는 조형 요소들은 강한 표현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대칭구도는 이들이 하나가 되도록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선에서 그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풍부한 표현성이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끈끈한 조직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건축물만이 아니다. 실상 우리 주변의 수많은 물건들은 좌우대칭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가 딱딱해 보이지는 않다. <그림 3>의 가구처럼 어떤 모양이 대칭되어 있는가, 어떤 색으로 되어 있는가에 따라 부드럽게도 보이고 권위적으로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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