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04년의 전반부가 역사의 기록으로 자리하게 되고, 우리는 새로운 후반부를 맞이하는 지점에 서 있다. 현대 생활 전반에 흐르고 있는 기운은 세기말적인 영향과 세기초적인 흐름이 혼재되어 우리에게 펼쳐지고 있다. 현재 문화를 대변해 줄 수 있는 한 단어를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퓨전(Fusion)’일 것이다. 음식에 있어서 퓨전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음악에 있어서도 서양적인 악기로 연주되는 동양적인 선율이나 전통을 고수하던 클래시컬 뮤직이 재즈로 표현되는 등, 문화에 있어서 이질적으로 여겨졌던 부분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재해석되면서 새로운 장르를 선사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패션 주얼리에 있어서도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주얼리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이도 평생 한 번 구입하는 예물이거나 부(副)의 상징으로 소유하게 되는 파인주얼리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 현대 패션시장에서 패션의 완성단계로 착용되고 멋을 더하기 위한 액세서리로서의 패션 주얼리의 태동은 199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 이루어졌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의류에서 ‘유니섹스’라는 단어 하나로 남성과 여성의 공통분모를 단순히 표현했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으며 남성 안에 있는 여성성이 새로이 눈을 뜨고, 여성 안에 내재해 있던 남성성이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하였다. ‘메트로섹슈얼’로 대변되고 있는 주얼리에선 ‘남성은 터프하다’라는 식의 이미지 패턴이 변하여 여성적인 감도가 더해지고 있고, 여리고 예쁘게만 표현되었던 여성 주얼리 시장에선 대담한 사이즈의 펜던트와 반지, 여전사와 같은 강한 이미지의 주얼리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남성이 남성다움을 잊고 여성스러운 주얼리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여성도 여성스러움을 완전히 무시하고 남성적인 주얼리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을 기저에 깔고 그 위에 반대 성에 대한 표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얼리의 뉴 키워드, 키덜트
미키 마우스, 위니 더 푸우, 바비 인형, 헬로우 키티 등등 인디세대들은 그 이전 세대보다 훨씬 풍부한 캐릭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캐릭터는 어른이 되어서도 순수한 어린시절의 동경으로 여전히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 이들을 가리켜 어릴 적 취향과 감성을 지닌 어른, 즉 ‘키덜트(Kidult : Kid+Adult)’라고 한다.
얼마 전 개봉하여 흥행하고 있는 어른을 위한 만화영화 <슈렉2>처럼 성인의 입장에서 재해석된 동화적인 요소를 지닌 캐릭터들 또한 주얼리의 중요한 모티프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프랑스 태생의 ‘아가타(Agata)’ 강아지와 스페인 출신의 ‘토스(Tous)’ 곰돌이가 대표적이며, 마크 제이콥스와 무라카미 다카시가 디자인한 위트 넘치고 익살스러운 ‘루이비통’의 우주적이며 미래적인 무라카미 컬렉션의 캐릭터들은 예상을 훨씬 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음 타자로 우리 앞에 등장할 캐릭터가 몹시 궁금해지면서 ‘제이에스티나’에서 조만간 선보이게 될 ‘제나(Jena)’ 라인이 기대된다.
아르누보와 아르데코의 컴백
21세기적인 아르누보와 아르데코가 함께 공존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꽃이나 곤충, 동물 등 자연을 주제로 제작된 주얼리들과 파스텔 컬러의 스톤들로 만들어진 비즈 등 자연친화적인 주얼리들이 세기를 넘어서면서 현재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 흐름은 더욱 럭셔리하고 내추럴한 형태로 얼마간 더 연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아르데코의 회귀는 1922년 투탕카멘 왕조의 무덤이 발견되면서 인기를 얻었던 이집트적인 럭셔리에서 중국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동양적인 신 아르데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20세기의 아르데코 주얼리를 선도하였던 ‘까르띠에’가 ‘용의 키스(Le Baiser du Dragon)’라는 주얼리 라인을 통해 선도적으로 주도해 나가고 있는 트렌드다.
모던 프린세스를 향하여…
모든 여성은 프린세스의 꿈을 꾸고 있다. 그렇다고 고전 동화에서처럼 단지 인형 같은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이길 바라지는 않는다. 유럽 왕실의 전통적인 공주의 아름다움과 고고한 기품을 간직하면서도 적극적이고 능력 있는 현대의 여성상 두 가지 모두를 소유한 모던 프린세스이길 희망하는 것이다.
이런 욕망은 다른 패션 아이템보다 주얼리를 통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쇼메’의 광고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거울에 투영된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이 한쪽에선 왕관을 쓰고 다른 한쪽에선 현대적인 리앙 콜렉션의 반지를 착용한 모습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현대 여성이 지닌 내면의 욕망
정경애(Crystal Tower 실장)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