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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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5-06-24 오후 5:30:31



 


지금 대한민국은 화가 나 있다. 메르스로 시작된 경기 침체는 끝을 알 수 없어 더욱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밥그릇을 빼앗길 때, 먹고 살 거리가 없어 졌을 때 사람들은 세상에 극심하게 분노한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마을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촌장을 잘 따르는 이유에 대해 ‘뭘 좀 맥이는 거지’라던 촌장의 말은 국가에도 적용된다. 

역사적으로도 다른 어떤 사회적 문제보다 경제 문제에 대한 분노는 과격한 행동으로 곧잘 표현되어 왔다.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히기는 했지만 가장 근본이 되는 먹고 사는 문제는 생존에 대한 본능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혁명, 미국의 독립 혁명, 신해 혁명, 쿠바 혁명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혁명은 세상을 바꿔왔다.

경제 위기로 사회의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생겨난 패션도 있다. 바로 펑크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표현하는 펑크의 여왕이라는 칭호는 단순히 스타일로 가볍게 사용하기에는 그 시대적 배경의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1970년대 중반 석유 수출국들의 가격 인상과 생산 제한으로 일어난 오일쇼크로 석유를 생산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큰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된다. 그 결과 경제 위기와 청년 실업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했다. 그러한 상황에 불만을 품고 음악으로, 패션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펑크룩이었다.

이러한 문화를 향유한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풋내기, 하찮고 시시한 것, 불량배라는 의미로 펑크족이라고 불렀다. 특히 펑크 문화가 영국에서 발생한 이유에는 20세기에 여전이 견고한 계급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는 바뀌지 않고, 자신의 처지는 크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하위 계층의 패배감에 극단적인 펑크 패션이 폭발적으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표현한 펑크가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유효한 것은 이 세상이 1970년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흔이 넘은 그녀는 지금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뀌길 바라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표현한다.

얼굴을 도화지 삼아 총천연색으로 낙서하듯 그려내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컬렉션의 메이크업은 유명하며, 현실에 안주하려는 젊은이들을 자극한다.

다들 힘든 시기다. 그러나 분노만 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꾸준히 버텨내고, 대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위기는 사람을, 세상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메르스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는 데 좋은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다. 



고학수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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