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에서 잠금 장치가 없었다면 과연 패션 디자인이 지금처럼 다채롭게 발전 할 수 있었을까? 잠금 장치라는 것은 단추, 지퍼, 벨크로, 후크, 옷핀처럼 옷을 입기 위해 양쪽으로 벌어지는 부분을 닫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들이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19세기 전까지 옷을 여밀 수 있는 장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동양에서는 저고리의 고름처럼 옷과 같은 천으로 만든 가느다란 끈을 이용해 묶거나, 천으로 단추를 만들어 여미는 방법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커다란 천을 온 몸에 감아 입던 로마 시대에는 피불라(fibula)라고 하는 옷핀을 이용해 옷을 고정 시켜 입었다. 지금의 옷핀과 거의 같은 구조를 지닌 피불라는 보석과 금 등으로 만들어진 고급 액세서리의 역할도 했다.
현대 패션에서 단추나 지퍼를 잠금 장치로 가장 흔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플라스틱이나 합성 재료를 이용해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이다. 현재의 캐주얼한 옷에 있어서는 실용적인 목적이 더 중요시 되지만 과거에 단추나 옷핀 같은 잠금 장치는 지위와 부를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서양 의복에서 많이 사용되었던 단추 또한 역사가 긴 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다. 왕과 귀족들은 보석과 금, 유리, 상아 등으로 만든 단추를 많이 달아 부와 화려함을 드러냈다. 과거의 단추는 이렇듯 기능성보다는 장식성과 지위를 나타내는데 그 무게가 실려있다.
이로 인해 옷을 입고 벗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20세기에 등장한 패스너(fastener)로 불리는 지퍼나 벨크로는 단숨에 옷을 잠글 수 있는 면에서 혁신적인 장치였다.
이렇게 잠금 장치는 현대에 와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제 역할에 충실하기도 했지만, 최근 런웨이에는 개성 강한 디자인의 잠금 장치가 눈에 띄도록 사용된 모습이 많이 등장했다. 특히 2015 F/W 시즌 많은 디자이너의 컬렉션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제레미 스캇, 세드릭 샬리에, 에스테반 코타자 등은 마치 가방을 잠그는 데 사용될 것 같은 금속성의 잠금 장치를 코트나 재킷에 사용했다. 안토니 베카렐로는 아일렛에 긴 급속 막대를 끼우는 방식으로 재킷의 앞을 여몄다. 크리스토퍼 케인은 전설로 남은 데뷔 컬렉션에서처럼 버클을 이용했는데, 금속성 광택을 더해 벨벳 소재와 대비시켰다. 하지만 그의 컬렉션에서는 무엇보다 천 그 자체로 끼우는 방식을 이용해 잠글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놀라웠다.

고학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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