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직을 제안받고 수락한 지 이제 2주 남짓 됐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 것은 아니나 서울패션위크를 아시아 대표의 이벤트로 만들겠다는 목표만큼은 확고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정구호 디자이너의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임명을 알리는 위촉식 겸 기자간담회에서 정 감독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1997년 여성복 ‘구호’를 론칭한 정 감독은 2003년 제일모직이 브랜드를 인수한 뒤 2013년까지 제일모직 여성복 사업부의 전무로 근무해왔다.
이후 영화 ‘정사’ ‘스캔들’의 의상감독을 맡거나 국립무용단의 창작 무용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패션업계에서는 그의 공백이 길어진다고 느껴지던 차였다. 그런 그가 서울패션위크의 부흥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시에서 제게 서울패션위크의 총감독을 맡긴 이유는 하나일 것입니다. 실무형 패션디자이너인데다 기업에서의 경험까지 갖춘 제 전문성이 필요해서 겠지요. 제 경력과 경험을 활용해 한국 디자이너들의 세계적 위상을 드높일 계획입니다.”
정 감독은 서울패션위크 발전을 위해 3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해외 홍보 강화와, 컨벤션 전문화, 패션 아카이브 구축이 그것이다.
정 감독은 보다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해외 메이저급 언론사들에게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서울패션위크가 ‘그들만의 잔치’로 불리는 것을 보며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공격적인 해외 홍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페어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했다. 패션위크는 BtoB가 주축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지 못하다. 특히 가장 큰 문제점은 ‘파워 바이어의 부재’라며 이것부터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패션 비즈니스가 활발하지 못한 것은 관련 DB가 없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해외 프레스나 투자자가 국내 디자이너에 대해 관심이 생기더라도 제대로된 정보를 얻을 곳이 없는 것. 이에 패션 아카이브를 구축해 디자이너들의 디렉토리 및 포트폴리오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어필을 하려면 국내 디자이너들의 내실부터 다져야겠죠. 내년부터는 포럼이나 세미나 등 대화의 장을 마련해 그 안에서 트렌드나 브랜드 전개 방향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해나갈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전문 심사위원단을 꾸리고 준비 기간을 늘려 컬렉션의 수준을 향상시키려고 합니다.”
정 감독은 서울패션위크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예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뉴욕패션위크나 파리패션위크처럼 글로벌 기업의 후원을 적극 유치해 스스로 생존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구호 총감독은 “최근 ‘샤넬’ ‘루이비통’ ‘디올’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서울에서 글로벌 행사를 개최하면서 서울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패션도시로 떠오르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서울패션위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적기”라며 “서울패션위크의 성장을 위한 따끔한 지적과 제안 등 관심을 보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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