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다음 설명되는 풍경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찾아보시오. 호수에 비쳐 데칼코마니 된 산,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흘러가는 시냇물, 노을 진 바다, 새벽녘 잎사귀에 맺힌 한 방울의 이슬, 비 온 뒤 토란 잎을 굴러다니는 구슬 같은 물방울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 물안개 피어 오르는 호수, 눈 덮인 산.
정답은 물이다. 설명을 보고 머리 속에 떠올린 풍경들은 물이 없다면 볼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흔해서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물은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물은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다. 온도에 따라 고체, 액체, 기체의 상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각 상태에 따라 투명하기도 하고, 반쯤 불투명해지기도 한다. 빛에 의해 색이 변하고, 반짝인다. 무엇보다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물의 특성 때문에 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상징을 함유하고, 수많은 신화와 전설, 예술 작품, 또는 영화에서 주요한 모티프로 사용된다. 물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풍요로움을 주는 생산성뿐만 아니라, 정화, 재생, 치유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 때문에 특히 여성과 물을 연관 짓는다.
패션에서 이러한 물의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놓칠 리가 없다. 많은 디자이너가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의 몸에 물을 표현해 왔다. 물의 다양한 모습을 프린트 하거나, 천을 이용해 흐르는 듯한 인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천의 성질이 물과 닮았다는 데 있다. 고체지만 부드러워 흐르는 물의 성질을 표현하기 좋다. 또한 광택 소재로 주름을 잡으면 물 표면에 반사되는 빛이나 물의 유동적인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
‘캐롤리나 헤레라’는 이번 2015 F/W 컬렉션에서 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냈다. 이전의 ‘마이클 코어스’의 전형적인 수영장의 물을 연상시켰다면, ‘캐롤리나 헤레라’는 좀 더 시적이며 다양한 풍경을 연상시킨다. 그것은 색을 변화시킨 점이 큰 역할을 했다.
‘펠더펠더’는 마치 물 속에서 바로 나온 듯한 헤어 메이크업으로 물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다. 3D 프린팅으로 유명한 ‘이리스 반 헤르펜’은 직접적으로 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테라포밍(다른 행성을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주제였던 만큼 은유적으로 물의 이미지를 반영할 수 밖에 없었다.

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