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벼락에 걸린 장미넝쿨의 봉우리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장미의 계절 5월이 돌아온 것이다. 풍성하게 겹쳐진 장미 꽃잎과 향기를 맡고 있으면 왜 그토록 장미가 오랜 시간,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 받아 왔는지 알 수 있다.
패션에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있어 꽃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오브제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장미는 그 고유의 외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해 얽힌 수많은 설화와 신화, 상징을 담고 있어 디자이너에 의해 수없이 변주되어 왔다.
장미의 아름다움을 패션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선택한 형태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방에도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회화처럼 표현할 것인가, 조각처럼 표현할 것인가의 차이이다.
옷에 장미꽃 무늬를 넣거나, 자수, 시퀸, 패치워크, 프린트 등을 이용해 회화처럼 평면에 표현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돌체 앤 가바나’의 2015 F/W 컬렉션에서는 이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실제와 같은 장미꽃을 표현해냈다.
한편 장미꽃의 구조를 모방하는 경우가 있다. 원단을 이용해 장미의 꽃잎 하나하나가 옷에 달린 것처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어깨, 소매 등 신체 어떤 부위를 막론하고 옷 위에 조각처럼 붙어있을 수 있는데, 2015 F/W ‘알렉산더 맥퀸’ 컬렉션에는 거대한 붉은 장미 두 송이가 달린 원피스를 선보였다. 걸을 때마다 나풀나풀 휘날리는 꽃잎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장미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픈 사람들에게 위의 두 가지 방법은 예술적 표현에 있어 고전적이고 안정적인 기법이다. 그에 비해 추상화해서 표현하는 것은 현대 예술의 범주에 들어갈 만큼 높은 차원의 표현 방식이다. 라프 시몬스는 이렇게 추상화한 디자인을 잘 한다.
2012 F/W 시즌 라프 시몬스가 ‘질 샌더’를 떠나면서 선보인 마지막 컬렉션에서는 마치 꽃다발을 한아름 들고 나온 것처럼 코트의 앞 부분을 움켜쥐어 얼굴이 곧 꽃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그에 앞서 라프 시몬스가 2009년 선보였던 컬렉션은 아직까지도 큰 감동으로 남아있다.
원단이 온 몸을 자유자재로 타고 넘나들며 겉과 안의 구별이 모호한 의상을 선보였던 것이다. 이것은 장미를 추상화 한 것이라고 단정짓지는 못하지만, 구조를 포함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대 예술 작품에 비견할 수 있을 옷이었다. 구상과 추상, 패션 디자인에 있어 어떤 방법론이 더 훌륭하다고 선택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고학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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