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연예인들의 누드집이나 노출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패션가에서 누드(혹은 심한 노출)는 한물 간 트렌드다. 유럽과 미국의 런어웨이 쇼를 살펴보면 셔츠와 스커트의 길이, 진의 밑위가 길어졌고 패션화보에 등장한 모델들의 옷차림도 ‘많이 가린’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같은 현상은 크리스티나아길레라,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입었다고 하기 힘든’ 연예인들의 옷차림에 사람들이 싫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스킨 룩(Skin look)’이 만연하면서 ‘가린 옷차림’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과도한 노출을 조장하는 탱크탑과 미니스커트를 주로 선보여온 「베베(Bebe)」는 아랫배를 덮는 셔츠와 무릎길이의 스커트를 내놓아 ‘누드는 가고, 가리기가 시작된’ 패션계의 추세를 여실히 드러낸다. 지난해 「베베」의 베스트셀러가 가슴까지 내려오는 탑과 힙 계곡을 겨우 가리는 로우라이즈 진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같은 변화는 극명하다.
실제로 7인치(약 18∼19cm) 정도의 로우라이즈 진에 빠져 있던 패션 진 업계도 8∼9인치로 밑위를 늘리고 있으며 허리선을 제대로 잡은 진을 찾기도 쉬워졌다.
전문가들은 ‘노출 다음에는 점잖아지는’ 트렌드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가슴이나 엉덩이를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는 유명인들의 옷차림이 식상함을 제공했다고 지적한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잡지 《엘르(Elle)》의 커버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세퀸 크랍드 진과 팬츠를 입고 등장해 ‘노출이 대세가 아님을’ 입증했고, 《보그(Vogue)》는 7월호(영문판)에 ‘노출은 갔다(“Why showing skin is no longer in.”)’는 기사를 실었을 정도.
럭셔리업계 역시 섹슈얼리즘은 뒤로 빼고 우아한 레이디라이크 룩을 선보이는 데 열심이다.
무찌시아프라다의 롱스커트, 여성적인 실루엣의 샤넬 부끌레 재킷, 베르사체의 ‘귀부인’ 룩은 도발적인 관능 대신 ‘우아한 페미니즘’을 알리는 몇 가지 예.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한 10대를 대상으로 한 라벨 「왯실(Wet Seal)」 역시 튜닉 길이의 탑과 여성적인 스웨터 등이 인기품으로 자리잡아 수년 간 지속되어 온 섹슈얼리즘이 퇴보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처럼 섹슈얼리즘이 힘을 잃자 클래식한 「랄프로렌」 폴로 셔츠의 매출이 늘고 있다고. 심지어 노출천국이라 불렸던 뉴욕의 유명 나이트클럽에도 배를 덮는 스판덱스 탑과 클래식한 옷차림이 트렌드로 떠올라 ‘가리는 옷차림’이 올 가을 패션코드라는 점을 확실히 한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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