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직물을 이용해 종이 접기를 한 것 같은 패션이 유행한 이후로 ‘오리가미’라는 단어는 더 이상 패션계에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오리가미는 종이접기로 번역해 쓰기도 하지만, 이미 쓰나미처럼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다.
상식적으로 종이의 기원을 중국으로 알고 있지만, 종이접기가 일본말로 공식 인정받게 된 것은 그 문화가 일본에서 발전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종이란 식물의 섬유를 물에 풀어 평평하면서 얇게 서로 엉기도록 하여 물을 빼고 말린 것인데, 일본에서는 특히 닥나무와 안피나무의 섬유로 얇고 질긴 종이를 만드는 제지공법이 발달하였다.
가정에서 장지와 병풍을 사용하게 되자, 더욱 강하고 질긴 종이가 필요하게 되면서 섬유를 겹겹이 쌓아서 뜨는 기법이 고안되었다. 미닫이, 제등, 행등 등 12세기말부터 에도시대(17세기경)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종이가 보급되면서, 얇게 빛을 통과시키고, 몇 번을 접어도 찢어지지 않는 종이, 바로 종이접기에 안성맞춤인 일본종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사계절이 뚜렷한 일본에서는 계절에 맞춰 농사와 축제를 하는 등 절기를 구별하는 것을 중시하여, 예의예절을 미덕으로 삼는 문화를 키워왔다. 신에게 바치는 공양물 밑에 종이를 깔거나 공양물을 포장하는 양식은 오래 전부터 있었으며, 이후 무로마치시대(14~16세기)에는 무가사회 예법의 하나로 선물을 예쁘게 포장하는 ‘오리카타’라는 문화가 탄생했다. 바로 이것이 종이접기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일본의 민속 신앙인 신도는 종이 한 장에도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 종이를 자르거나 구기는 등 훼손하지 않고 접는 방식이 발달했다는 의견도 있다.
흔히 한중일을 비교하여 일본은 직선, 중국은 과장된 곡선, 우리는 그 중간의 완만한 곡선을 가진 문화라고 한다. 종이를 오리고 붙여 지화(紙花)같은 공예품을 만들어 낸 우리나라와 달리 정사각형의 종이를 미세한 오차 없이 접어가며 모양을 만드는 오리가미는 정리와 정돈을 칼 같이 지키는 일본인들의 정서와도 잘 맞는다. 오리가미는 한 장의 종이로 단독의 오브제를 완성시키기도 하지만, 수 십장 이상의 동일한 기하학 모양을 반복해 접어 새로운 구조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또한 개개인의 개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유니폼을 입고 그 안에서 단체의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일본인의 미의식이 만들어 낸 오리가미의 한 방식이다.
유독 일본 디자이너의 작품에 이러한 오리가미식 기법이나 종이의 빳빳함을 강조하는 패션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그들의 문화에서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종이의 특성을 일본 디자이너들이 자주 활용하면서 마치 일본만의 문화인양 패션계에 퍼진 점이 아쉽다.
고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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