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와 메이크업은 패션쇼 무대에서 디자이너의 옷과 생각을 극대화하여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단숨에 일상과는 다른 환상의 세계로 관객을 끌고 들어가는 데 효과가 좋은 도구는 가면이다. 수많은 브랜드 중 전위적이라고 일컬어지는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는 가면이 자주 사용된다.
그러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준 다카하시의 언더커버 컬렉션에도 가면이 자주 등장한다. 2013년 F/W 시즌 패션쇼로 컬렉션을 재개한 이래로, 그의 컬렉션에는 정확하게는 얼굴을 가리는 스타일링이 많다. 머리카락으로 눈과 코를 덮어버리거나 깃털을 이용한 기괴한 가면으로 이종교배 된 생명체의 분위기도 만들어 낸다. 눈만 가리기도 하고, 얼굴 전체를 덮어버리기도 한다.
이번 2015 F/W 시즌에는 전에 없이 독특한, 기괴해 보이기까지 한 가면이 등장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이 가면은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꼭 맞게 만들어졌는데, 눈이 있는 윗부분과 입이 있는 아랫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어 위 쪽만 쓴 모델과 아래 쪽만 쓴 모델, 둘 다 쓴 모델들의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웃고 있는 입 모양으로 되어있는 아래쪽 가면이었다. 이 가면을 쓴 모델들은 말에게 재갈을 물린 것처럼 강제적으로 웃고 있어야만 했다. 이 모습은 마치 미인 대회에 참가한 여성처럼 자신의 기분이나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다수의 관객에게 노출되어야 하고, 그들에게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모델들의 현실을 표현한 것 같아 보였다. 한편으로는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가식적인 웃음과 위선의 가면을 써야 하는 현실을 풍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웃고 있는 입 이외에도 눈 부분은 플라스틱을 잘라내 마치 인조 속눈썹을 붙인 것처럼 만들어져 있었으며, 오똑한 코, 갸름한 턱, 큰 눈과 긴 속눈썹, 도톰한 입술 등은 여성들이 원하는 미인형의 조건대로 만들어진 가면이었다. 이를 두고 한 비평가는 이것이 자신의 원래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기 위해 이제 막 새롭게 고친 성형된 얼굴을 빗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했던 언더커버의 컬렉션은 어쨌거나 마음을 동하게 하는 패션쇼였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등장한 유리 파편이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등장한 모델과 ‘상처(Hurt)’라는 컬렉션 배경 음악의 제목에 미루어 보아 디자이너가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의 상처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고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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