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된 형태나 대칭형과 같이 구조적으로 안정된 형태들은 대개 단순한 형태이기가 쉽다. 그런데 형태가 단조롭게 되면 안정감은 있지만, 볼거리가 적다는 단점이 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단점이다. 사람들은 노래가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디자인이 되었든 재미를 원하기 때문이다. 비대칭 구조는 형태의 통일감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통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시도이다.
조형적 재미
노래방 출입을 오래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가수가 노래 부르는 대로 따라 부르는 것이 따분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소리에 바이브레이션도 넣어보고, 본래 곡조에 변화를 주기도 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재미있는 표현을 추구하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노래를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수라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되고 남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것은 비단 노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기본기가 닦이게 되면 그 다음 경지에 이르기 위한 발걸음을 한발 내딛게 된다.
형태를 정리·정돈할 수 있게 되고, 형태요소들을 구조적으로 무리 없이 조절해 줄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일단 조형의 기본 역량은 갖추어졌다고 볼 수가 있다. 이것은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이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조형적 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진짜 시작은 이 다음부터다.
정리된 형태나 대칭형과 같이 구조적으로 안정된 형태들은 대개 단순한 형태이기가 쉽다. 그런데 형태가 단조롭게 되면 안정감은 있지만 볼거리가 적다는 단점을 지니게 된다. 볼거리가 적다는 것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금방 싫증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대단히 중대한 단점이다. 왜냐하면 음악이나 미술이나 디자인이나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같은 어떠한 영향을 주어야 하는데,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딱히 흠잡을 데는 없으나 그다지 흥미롭지가 못하다면 굳이 그러한 것들을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재미란 어떠한 형태의 창조물이 되었든지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가 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디자인이든 뻔해지면 감동을 주지 못하게 된다. 우리의 눈은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원하지만, 변화에서 오는 재미도 같은 정도로 원하기 때문이다.
변칙에서 오는 재미, 규칙에서 오는 안정
예상이 깨지고, 균형이 깨지는 데서 오는 긴장감은 심미적 쾌감을 이루는 주된 원인이다. 노래에서와 마찬가지로 형태를 정리할 줄 알고, 어느 정도 구조의 견고함을 구축할 줄 알게 되면, 짜여진 형태나 단조로운 형태에 대해 슬슬 싫증이 나기 시작한다. 보다 높은 차원의 조형 공부를 할 시기가 되었다는 조짐이다.
형태가 견고해지면 단조롭게 되고, 형태가 다이내믹 해지면 불안해진다. 모든 조형원리의 핵심은 안정된 형태에 재미를 주는 것이다. 안정된 형태는 단조롭고 재미있는 형태는 불안하다. 형태를 안정시키면서 변화를 준다는 것은 분명히 모순이다. 조형이 어려운 것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대칭 구조는 형태의 통일감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주어야 할 경우에 추구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시도이다. 안정된(?) 비대칭 형태들은 변화의 역동성과 의연한 안정감을 동시에 준다. 그래서 많은 디자인이나 미술품들은 비대칭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하지만 조형구조의 본격적인 학습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대칭형은 어렵고 복잡하다.
비대칭 형태의 연습
비대칭 형태를 구현할 때는 전체의 조형상태를 미세하게 조절하고 검토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비대칭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그림 1>에는 사각형의 화면이 하나 있고 그 한가운데에 점이 하나 찍혀 있다.
하얀 바탕은 순결하고 조용하다. 검은색 점은 화면 중앙을 정확하게 분절함으로써 전체화면을 제압하고 있다.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화면은 고요하고 정갈하되, 모서리와 중앙, 바탕과 점은 팽팽한 긴장을 이루며 엄숙하다. 그러나 움직임은 없다.
어느 철학자는 일본 것 중에 가장 탐나는 것이 일장기라고 했다. 가장 단순한 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가장 강력하게 인상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던 것 같다.
기호라는 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효과적으로 압축되고 강하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일장기는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일장기는 청결하면서도 엄격한, 그러나 재미없는 일본의 민족성을 너무나 정확하고 강력하게 형태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장기에다가 파란색 태극무늬와 모서리에 4개의 검은색 괘를 넣어주면 태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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