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플랫(Flat)과 플랫(Plat)의 시대, 크리퍼(Cree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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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오후 4:25:55





2000년대 이후로 패션계의 신발 성향은 양극단으로 나뉘어졌다. 먼저 전에 없던 높은 굽의 유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런웨이에서 독특한 구두굽의 시대가 열리면서 디자이너들 사이에 누가 더 기발한 굽의 구두를 디자인하는가 경연이 펼쳐졌다. 한편 미니홈피, 블로그의 유행으로 사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많아진 리얼웨이의 여성들은 비율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10cm를 육박하는 스틸레토 힐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그러자 반대로 키가 커서 힐을 신지 못하거나, 몸 전체에 무리를 주는 높은 굽에 지친 여성들은 길의 감촉이 느껴질 만큼 밑창이 얇은 플랫(flat)슈즈를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비록 몸은 편하지만 비율이 불만족스럽더라도 대안이 없으니 계속해서 플랫슈즈를 신을 수 밖에 없었다.

다리가 길어 보이는 비율을 만족시키면서도 편안한 신발이라는 모순되는 두 욕망을 읽어낸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구두를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패션계의 제왕 칼 라거펠트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2011 S/S 시즌에 그가 선보인 통굽 샌들은 아무리 ‘샤넬’이라는 브랜드가 붙었어도, 아무리 세계적인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가느다란 힐에 익숙해져 있는 눈에는 도대체 매력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일명 ‘지우개 신발’, 크리퍼와의 차별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시즌 ‘프라다’에서 선보인 신발은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발등을 덮는 윗부분은 지극히 클래식한 정장용 구두를 닮았는데, 밑창은 총 세 개의 층으로 나뉘어 졌다. 짚풀을 엮어 만든 에스파드리유와 두툼한 고무창, 그리고 스포츠 신발에서나 보일법한 톱니형의 바닥창이 겹쳐져 모든 재료의 특징을 다 드러내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신발을 창조해낸 것이다. 게다가 이 독특한 형태가 여성복 컬렉션에서 선보여졌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러한 구성 때문에 이 신발에 붙은 이름이 굉장히 다양했다. 구멍 뚫린 장식의 영국 신사화 같다 하여 브로그(Brogue)라고도 불렸고, 1950년대 테디 보이들이 신던 신발의 두툼한 밑창을 닮아 크리퍼(Creeper)라고도 불리며, 클리퍼(Clipper)로 와전되어 알려지기도 했는데, 정작 홈페이지에는 더비슈(Derby shoe)라는 명칭이 붙어있다.


가방에서 시작해 구두로 영역을 넓혔던 ‘프라다’ 답게 항상 신발에 새로운 기술과 소재를 접목하는 실험을 하기 때문에 탄생 가능한 신발이었다. 이 제품은 이제 ‘프라다’의 시즌리스 아이템으로 정착되어 주문제작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다양한 소재의 밑창을 겹쳐 사용하여 굽을 높이는 것이 새로운 크리퍼의 콘셉이기 때문에 에어가 달린 형태가 나오기도 했으며, ‘스텔라 맥카트니’는 2014 F/W 컬렉션에서 나무와 고무창을 덧댄 한층 높아진 굽의 신발을 선보였다. 힐과 플랫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새롭게 변신한 크리퍼의 활약이 기대된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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