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oundation Cartier)에서 열리는 ‘Pain Couture’ 전시는 장 폴 고티에다운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전시회다. 장 폴 고띠에가 빵과 꾸뛰르(couture)를 결합해 장인 정신의 진수를 선보인 것이다. 처음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전시를 의뢰했을 때, 장 폴 고티에는 망설였다고 한다. 옷이란 살아서 움직이는 몸에 입혀야 의미가 있고, 마네킹에 입혀서 전시하는 것은 마치 묘지를 보는 듯했기 때문. 그때 그의 머리를 번뜩이며 스치는 생각이 바로 빵과 연관시킨 꾸뛰르 전시이다. 빵을 오븐에 넣고 굽는 것은 꾸띄르 작업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타프타(Taffetas)와 무슬린(mousseline)을 대신해 빵으로 된 드레스 등으로 표현된 이 전시는 현대아트로 유명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장 폴 고티에의 작품들이 맞물려서 큰 성황을 이루고 있다.
처음에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구수한 빵 냄새는 어느 향수보다도 감미롭게 느껴진다. 1층 넓은 홀에는 빵으로 구운 스무 벌 남짓의 드레스와 원피스들, 다양한 액세서리가 진열됐다.
빵을 담는 바구니에 영감을 받은 버들가지로 만든 바디구조 위에 바게뜨나 미슈, 시골빵, 바따르드 등등의 프랑스 빵을 붙여서 장식하였다. 또한 장 폴 고티에만의 상징적인 옷들을 전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빵으로 제작된 마린복(줄무늬나 해군복), 퀼트 스커트, 마돈나를 위해 제작했던 코르셋 원피스 등이다.
전시장은 1층 큰 홀에 전부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 바게뜨들을 전부 엮어서 블라인드로 사용한 점이 특이하였다. 그 중간은 마네킹 몸통들을 빵으로 제작해서 걸어놓아서 신비한 인형극을 보는 느낌을 주었다.
1층 전시장 다른 편에는 늘씬한 모델들이 화이트 컬러의 장 폴 고티에가 만든 빵가게 점원 옷을 입고, 직접 지하에서 만든 빵을 팔고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면 그야말로 빵 굽는 아뜰리에가 나온다.
프랑스에서 최고의 빵만드는 사람들이(artisans boulangers) 장 폴 고티에가 직접 그려준 크로키를 가지고 밀가루를 반죽하고, 틀을 만들고, 최고의 기술을 동원해서, 상상할 수도 없는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원피스와 드레스, 액세서리 등이 오븐에서 멋지게 구워져 나온다.
이처럼 장 폴 고티에는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꿈과 현실 사이에서 산책하게 해줬다. 불랑주리(boulangerie)의 현실과 꾸뛰르의 마술의 세계를 만나게 해준다고 할까?
불랑주리의 꿈은 물, 소금, 밀가루, 그리고 베이킹 파우더의 재료를 가지고 작업자의 손을 통해 멋지게 나타난다. 또한 지하에는 영화 〈따띠(Tati)〉에 나오는 의상(코르셋 드레스 등) 포스터와 함께 장 폴 고티에의 특유하고 괴상한 옷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흑백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어려서부터 빵을 좋아한 그는 의상을 때려치우면 빵가게를 열 것이라고 항상 말했다.
장 폴 고티에는, “아름다운 드레스는 보기에 아주 심플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옷을 제작하려면 굉장한 노하우와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지요. 이것은 음식에서도 같습니다. 좋은 요리란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요리인 것처럼 옷도 입어서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야 하는 법이죠. 멋진 케이크를 보면 군침이 흐르듯 나에겐 컨셉에 맞는 소재와 컬러를 찾는 일이 최우선으로 적용되곤 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는 10월 10일까지 계속된다.
황세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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