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훗날 패션사가들은 2000년대를 ‘스키니진과 킬힐’의 시대라고 명명하지 않을까? 스키니진과 킬힐의 조합은 21세기 전세계 여성들을 강타했다.
10cm를 넘는 구두들이 나타나자 여성들은 더욱 가늘고 긴 실루엣을 아름답다고 여기기 시작했고, 이러한 요구와 맞물려 쭉 뻗은 다리를 드러내기 위한 스키니진, 엉덩이만 겨우 가릴 정도로 짧은 바지가 하의 실종 패션이란 이름으로 등장했다. 이러한 경향은 남성에게까지 잣대로 적용되어 스키니진과 키높이 깔창의 조합으로 완성되었다.
유행은 그 시대에 호응 받는 아름다움을 위해 몸의 불편을 감수하게 만든다. 그리고 새로운 유행은 이 불편함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할 때 등장한다. 패션사는 이 두 가지 경향이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
현대판 코르셋이라고 불릴 만큼 몸을 꼭 죄던 스키니진과 온 몸의 무게를 좁은 면적으로 감당해야 했던 킬힐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과거에는 패셔너블하지 못하다고 여겨졌던 운동화와 플랫 샌들, 슬리퍼 등이 편안함과 활동성, 그리고 가장 최신의 유행을 보장하며 해를 넘겨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 신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굽이 평평하다는 점이다.
킬힐처럼 발뒤꿈치가 발가락보다 높으면 정면에서 봤을 때 발등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그만큼 다리에서부터 내려오는 시선이 길어진다. 이를 극단화한 구두가 피부색과 흡사한 누드톤의 펌프스였다. 그런데 어떻게든 길어 보이기 위해 극단적으로 뒤가 높은 굽의 유행이 앞쪽과 뒤쪽이 거의 같도록 평평한(Flat) 굽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샌들의 기원은 널빤지라는 뜻의 샌달리온(Sandalon)에서 유래했다.
특히 야외 활동을 위한 투박한 모양의 스포츠용 샌들이 패션의 최전선에 등장했으며, 운동화의 밑창과 구두, 또는 샌들이 결합된 형태들도 디자이너들에 의해 속속 디자인 되고 있다.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일까. 이런 남성적이거나 아웃도어 분위기의 신발들은 의외로 여성스럽거나 단정한 스타일에도 잘 어울리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탄생시키고 있다.
다만 이러한 스타일은 당연히 킬힐에 비해 다리가 짧아 보인다. 따라서 버버리(사진)와 같이 상의와 다른 색인 무릎 길이의 치마는 전체의 비율을 극단적으로 3등분 하여 보여지기 때문에 키 작은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마르니(사진)처럼 상의와 연결된 폭이 넓고 긴 원피스나 바지, 또는 벨트를 길게 늘어뜨려 하체의 비율을 길어 보이도록 신경 써야 한다.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이 평평한 신발과 풍성한 하의의 조합이 여성의 건강을 위해 다가올 10년의 실루엣으로 간택되길 빌어본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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