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 디자이너에게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일본 문화를 보고 있노라면 울화가 치미는 동시에 의문이 든다. 도대체 일본문화의 매력과 저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마치 진주 목걸이, 동백꽃, 흑·백의 트위드 투피스, 퀼팅 핸드백이 끊임없이 노출되어 사람들에게 ‘샤넬’의 대표 이미지로 학습된 것과 같다. 다른 어떤 브랜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지만 코코 샤넬의 선점과 오랜 기간 반복하여 새로 디자인되고 사람들에게 사랑 받으면서 ‘샤넬’ 브랜드 고유의 정서를 만들어 낸 것처럼 말이다.
일본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만화 등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고 학습되는 그들의 문화와 생활은 동아시아의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한·중·일 어디나 봄이면 시작되는 벚꽃 축제, 서예로 표현되는 문자 체계, 민화나 건축으로 나타나는 이미지와 색은 서양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을 나타낸다.
하지만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한·중·일은 분명 다르다. 그런데 유독이 일본의 이미지가 서구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양극단의 면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중국은 빨강처럼 노골적으로 강렬하기만 하고, 우리 나라는 조용하고 선비처럼 고고해 지루할 수 있는 이미지를 주는데 비해, 일본은 원시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일본인 개개인의 조용하다는 이미지에 비해 강렬하고 노골적인 시각 이미지들이 놀라움과 재미를 준다.
특히 빨강과 검정, 금색 같은 강렬한 색의 조합이나 우키요에나 가문의 문장 등은 특히 현대적인 그래픽으로 치환하기 쉬워 간단하게 이국적인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들이 하루아침에 정립된 것은 아니다.
‘루이비통’ 모노그램에 표현되는 꽃과 별 등의 기하학 문양도 이미 19세기 후반의 서유럽에 불어 닥친 자포니즘의 유행에서 비롯된 것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었을 뿐 아니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 만한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끊임없이 자국의 이미지를 마케팅 하려 했던 노력의 결과이다.
자포니즘의 영향이 과거에는 일본의 공예품들(기모노의 구조, 부채, 자수, 옷감의 무늬 등)이 그들을 자극했다면, 지금은 좀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발전하여 가타가나처럼 문자를 옷에 직접 사용하거나 민화에 나타나는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하고, 기모노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일본 복식을 변형하는데 더 자유로워 졌음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일본 문화가 그들에게 익숙해지고 참고할 자료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하는 것 일 테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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