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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Great Heritage 73 - 니콜라 제스키에르 (Nicolas Ghesquiere)

2015-01-30 오후 1:29:34





방송 프로그램 ‘K팝스타’에서 심사위원들의 감상평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진영, 양현석, 유희열 심사위원 각자가 추구해온 음악 스타일에 따라 제작자로서, 선배로서 감상평을 논리적으로, 때로는 감성적으로 평하는 것을 듣고 있다 보면 어떤 예술 분야의 평론에라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말들이 쏟아진다.

두 명의 10대 참가자가 있다. 한 명은 힘있는 고음으로 외국의 경연대회에서 수상까지 한 실력자이다. 그러나 자신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던 이 창법은 심사위원들에게 기성 가수처럼 노래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또 고음을 낼 때 몸에 힘을 주게 되는 버릇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칭찬을 기대했던 그녀는 충격을 받지만 이내 심사위원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기존의 창법을 버리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힘을 빼고 고음을 내면서 더 좋은 소리를 찾았으며, 나아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게 된다.

부쩍 성장한 그녀의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은 심사위원이 말했다. 겉멋을 없애고 본인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좋은 무대가 나온 것이다. 그들은 기교나 멋이 나쁜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흉내 내는 것을 비판한 것이었다.

그에 비해 타고난 자신만의 감성으로 노래하는 다른 10대 소녀는 순식간에 사람들을 몰입시키고 ‘이미 아티스트다’ 라는 엄청난 칭찬과 관심을 받게 된다.

남의 것을 흉내 내거나 겉모습만 따라 한 지나친 멋부림과 기교는 무대를 보는 사람을 부끄럽고 몸둘바를 모르게 만든다. 그러나 내가 좋아서 따라 부른 노래가 자신만의 흥으로 소화되어 나올 때, 이 즐기면서 몸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기교와 멋은 보는 사람도 즐겁게 한다. 

음악이나 영화, 순수 미술, 문학 등 모든 예술 장르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 소위 아티스트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감상하는 사람을 몰입시키고 감동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모든 아티스트의 목표일 것이다.

불공평하게도 어떤 이들은 타고난 재능만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추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많은 연습과 습작을 통해 자신만의 그루브, 세계관, 이야기를 갖게 된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져라, 힘을 빼고 노래하라는 조언들은 패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유행을 좇아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색이나 실루엣의 옷을 입거나, 너무 잘 입기 위해 공을 들인 티가 나면 보는 사람이 민망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최근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 받는 니콜라 제스키에르, 이자벨 마랑 등 많은 프랑스 디자이너들이 인터뷰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바로 에포트리스(effortless)이다. ‘힘이 들지 않는, 수월해 보이는’으로 해석되는 이 단어가 바로 그토록 알고 싶어하던 ‘무심한 듯 시크하게’의 ‘무심한 듯’에 해당하는 단어였다.


이자벨 마랑의 인터뷰에 의하면 프랑스 여성들은 노력 없이 멋스러워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이는 요즘 젊은 여성들, 특히 옷 좀 입는다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내가 멋 부린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이 창피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현대 여성들이 ‘무심한 듯 시크한’ 프렌치 시크에 열광하는 것은 바로 이 타고난 듯한 멋, 자연스러운 멋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렌치 시크만이 멋에 대한 진리는 아니다. 오히려 이탈리아에서는 공들여 꾸미고 나온 여성에게 칭찬을 해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이며, 미국식 실용주의 정신으로는 시간, 장소, 때에 맞는 옷차림을 하는 것을 철칙으로 여긴다. 이러한 생각들이 바탕이 되어 각 나라별로 발전하는 패션 스타일이 달라지게 된다.

각 나라의 대표적인 멋쟁이들을 떠올려 보자. 프렌치 시크를 대표하는 여성으로는 헝클어진 머리에 완벽히 갖춰 입으려 하지 않는 카린 로이펠트나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나 멋 좀 냈소 하고 단정하게 입으면서도 화려한 패턴과 현대 예술품 같은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미우치아 프라다나 프랑카 소짜니가 있다. 뉴욕에는 세계적인 잡지의 편집장으로 위엄과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항상 매만져진 머리와 잘 차려 입은 안나 윈투어나 뉴요커의 대모 같은 도나 카란이 있겠다.

각 나라의 멋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게다가 요즘은 이 스타일이라는 것이 고착화되어 간다. 위에서 언급한 각 나라별 멋쟁이들의 스타일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파리와 뉴욕, 밀라노처럼 세계적인 패션 도시들의 멋쟁이들을 보고 열망하고 따라 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디자이너라면 자신만의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루이비통’으로 발탁된 것은 프렌치 시크 스타일을 재정립하는데 있어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마크 제이콥스가 ‘루이비통’ 여성복의 근간을 마련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루이비통’을 입는 여성이라고 떠올려보면 가방이 먼저 떠오르지, 아직 그 스타일이 머리 속에 그려지진 않는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그 작업을 완성하는 역할을 해낼 것이다.
역사와 자존심을 가진 프랑스 브랜드로써, 선망 받는 프렌치 시크의 혈통을 가진 브랜드로 ‘루이비통’ 여성 스타일은 어떻게 완성될지 지켜봐야겠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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