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이의 재미있는 일본 라이프스타일 1. 라카구 |
일본 도쿄에서 유럽의 향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카구라자카는 일본 특유의 정취와 이색적인 유럽 낭만이 공존하는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 곳에 어른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라카구(la kagu)’가 작년 10월 오픈했다.
‘라카구’는 패션, 생활잡화, 가구, 카페 등의 일반적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 책과 강의공간이 가미된 지식요소를 융합시킨 신개념의 큐레이션 스토어다.
각 카테고리에는 전문 큐레이터들이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바탕으로 엄선한 제품들을 추천 도서와 함께 제안한다. 단순한 제품을 선정해 진열판매하는 것이 아닌 이들 전문가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라카구’는 1965년대에 지어진 신초샤의 도서창고를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의 전문회사인 사자비리그와 협력해서 만들었다. 각각 다른 분야에서 일본 문화를 이끌고 있는 두 회사의 콜래보레이션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옛것과 새로운 것, 일본과 서양의 문화가 혼재하는 지역자체의 특성과 함께 보편적 가치와 센스있는 양질의 삶을 찾는 ’리밸류’라는 콘셉으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라카구’는 이 지역에 사는 프랑스인들이 카구라자카의 발음이 어려워 라카그라 불리고 있는 것을 감안해 명명했을 만큼, 주변 지역과의 연계가 높다. 이 곳을 통해 이 지역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여, 지역번영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욕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2. 북스페이스와 강의 공간 |
◇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은 옛말, 개념의 큐레이션 스토어 제안
지하철역 출구를 나오자마자 개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넒은 나무계단으로 올라가면 깔끔한 유리 건축물이 있다. 건물 내부는 도서 창고였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여느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는 차별화를 두었다. 전체 면적 962㎡의 매장은 1층에는 여성패션, 생활잡화 및 카페, 2층에는 남성패션, 북스페이스와 강의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리밸류’라는 콘셉처럼 국내외에서 들여온 브랜드 제품부터 일상생활용품까지 큐레이션의 독자적인 시선으로 셀렉트 한 ‘시대와 유행과 상관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제안한다.
1층 여성패션매장에는 대형 셀렉트숍 바이어를 지낸 큐레이터가 ‘끌로에’ ‘마르니’ 등 해외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오리지널제품까지 베이직하고 고급스러우면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전개하며, 정장, 캐주얼, 액세사리, 구두 및 부츠까지 적은 수량을 짜임새 있게 진열판매하고 있다.
생활잡화 매장은 프랑스나 일본의 식기, 빈티지의 조리기구, 타올, 린넨 등 세계 각국에서 수집된 독특한 아이템들이 정성스럽게 진열되어 있다.
매장입구, 기간한정 이벤트 코너에는 신년 기획전으로 ‘일본의 삶, 일본의 식탁전’이 마련되어 있다. 나가사키의 빈티지 칠기식기와 야스다나오코의 그릇을 비롯해서 아코메야 도쿄의 추천 쌀과 뚝배기, 히노끼 쌀통 등이 이와 관련된 추천 도서와 함께 전시판매되고 있다.
카페공간에는 정갈한 흰색 인테리어에 50인이 앉을 수 있는 긴 우드테이블과 의자 및 편안한 쇼파공간이 제공된다. 특히 가마쿠라의 인기 음식점인 ‘롱트랙푸드’의 큐레이터가 ‘미트&브레드’를 콘셉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직수입한 햄, 프랑스식 숙성육가공 ‘샤퀴테리(charcuterie)’ 전문점인 코마다의 수제 소시지, 샐러드와 빵이 제공되며, 가마쿠라의 인기 카페 바리스타가 직접 로스팅한 커피가 제공된다.
야외 테라스에서는 정기적으로 파머스 마켓인 ‘라카구마켓’을 개최함으로써 패션매장뿐만이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제품까지 아이템을 확대한 신개념의 라이프스타일편집숍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3. 남성 매장 |
4. 일본 & 프랑스 식기 |
◇ 타업종 × 타업태의 콜래보레이션, 그 성공 방정식은? 2층 남성패션 매장에는 성인을 위한 아메리칸캐주얼과 헤비듀티(Heavy Duty)를 테마로 오리지널 셔츠와 아메리칸 스타일 아웃도어 제품이 추천 도서와 함께 진열되어 있다.
가구 매장은 일본 북유럽 빈티지명가 ‘하루타’의 큐레이터가 제안하는 가구와 소품이 진열되어 있으며, 반대편에는 신초샤의 도서창고때부터 쓰던 책장을 그대로 활용한 북스페이스가 있다. 이 공간에는 ‘10×10’이란 제목으로 10명의 작가의 10개의 도서라는 기획된 북디렉터의 추천도서가 전시판매되고 있다. 또한 “먹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모르는 거리를 가고싶다’ 등의 독창적인 주제로 분리 전시판매하고 있으며, 상설 강의공간 ‘소코’에서는 주 2회 신초샤 주최로 유명작가와의 토크쇼 등 책과 관련한 이벤트나 워크숍 중심의 ‘지식’을 채우는 다양한 문화이벤트가 기획되고 있다.
전혀 다른 출판업체와 라이프스타일 편집전문업체의 콜래보레이션으로 탄생한 큐레이션 스토어, ‘라카구’가 위치한 카구라자카는 에도시대의 사무라이 저택에서 메이지시대에는 상가 및 주택가로 급속 발전하며 야마노테긴자라는 명칭을 얻었다.
1920~1960년대 고도성장기에는 일본 화류계의 꽃을 피워 정치가나 경제인이 빈번하게 드나들었다. 더불어 문인들이 많이 사는 거리로 역사, 상업, 화류, 거기에 문학이라는 지적 문화가 가세하여 유럽의 전통 문화가 어우러진 곳, 카구라자카이기에 이번 타업종 × 타업태의 새로운 콜래보레이션의 성공이 더욱 기대된다.
김숙이 일본 칼럼니스트
sooke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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