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와 지팡이 든 중절모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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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6 오후 1:21:39

서양에서 바라본 일본,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19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는 전쟁영웅과 일본 무사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러나 영화에는 주인공 사무라이에 버금가는 훌륭한 조연이 많이 등장한다. 뉴질랜드에서 찾은 상상 속의 일본, 자연의 색이 배어든 무채색의 기모노, 화려한 문양과 배색의 아름다움을 얘기해 주는 귀족들의 의상 등은 사무라이의 정신과 함께 영화를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미국 남북전쟁 당시 의상이 일본을 배경으로 등장하고, 인력거를 탄 게이샤와 지팡이를 든 중절모 신사가 나란히 거리를 활보하는 등 동·서양 문화의 충돌은 영화 속 볼거리를 다양하게 한다.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무대는 ‘혁명의 시대’다. 수세기 동안 일본을 다스렸던 천황은 사람들에게 신적인 존재로 알려졌지만 실제 나라를 다스린 자는 쇼군이었다. 일상적인 정치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천황 대신 쇼군이 실제 나라의 권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세기 중반, 쇼군 정부에 불만을 품은 무사계급 사무라이는 도쿠가와 정권을 몰아내고 천황제를 복귀시킨다. 이로써 15세의 어린 메이지가 왕위에 오르게 되나 이미 권력은 개화를 원하는 대신들의 손에 놓이게 된다. 근대화는 일본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 쇼군을 무너뜨린 사무라이 중 상당수는 개화파의 일원으로 새 정부와 전통을 고수하려는 사무라이들은 신흥 개화세력과 맞서게 된다. 이것이 <라스트 사무라이>의 배경이 되는 ‘가고시마의 난’이다. 역사는 아이러니하게 사무라이들이 자신들이 복귀시켰던 천황정부와 맞서 싸우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개화파 관리에게 고용된 네이선 알그렌(톰 크루즈 분)은 신식훈련을 가르치러 바다를 건너 오키나와 항에 도착한다. 서구문명의 편에 서서 인디언을 학살한 죄책감에 시달렸던 그가 다시 서구문명의 편에 서서 사무라이를 학살해야 하는 운명을 지게 된 것이다. 오로지 살아 남는 훈련만을 가르치던 알그렌은 카츠모토(와타나베 켄 분)의 포로로 잡힌 후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사이에서 혼돈을 일으키게 되고, 그것은 곧 사무라이의 편에 선 전투로 이어진다. 동·서양 문화가 만난 도쿄 거리 막부정치 시대를 마지막으로 200여 년 간의 고립정치를 끝내고 서구문명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일본의 메이지유신시기는 옛 문화와 새 문화가 충돌하여 새로운 문화를 발생시키는 드라마틱한 변혁의 시기다. <라스트 사무라이>에는 이러한 변혁의 과도기가 빚어내는 새로운 비주얼이 담겨 있다. 수백 명의 예술가와 기술자가 석 달 간 작업한 세트는 비록 제작사인 워너사의 촬영장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19세기 도쿄의 거리를 완벽히 재현했다. 1876년 인력거와 수레들이 가득했던 거리는 1년이 지난 1877년 마차와 말을 탄 서양 사람들이 대신한다.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사진사에게 사진을 찍는 장면, 시장판의 상인, 중절모를 쓴 남자, 호화로운 인력서를 타고 가는 게이샤 등 동·서양 문화의 혼재가 만드는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한편 거리에는 유난히 전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는 전화 1대당 전화선이 하나였던 시기를 표현해 주는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다. 마을 또한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 알그렌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신의 인생에 필요한 평안을 찾는 곳이다. “일본에는 이제 과거의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그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말한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2주 간 헬리콥터를 동원해 찾은 뉴질랜드의 한 지역을 상상 속의 일본 마을로 탈바꿈시켰다. 의식과 연회를 위해 지은 귀족의 ‘침전조’와는 달리 ‘무가조’라고 불리던 사무라이의 집은 기능성과 실용성을 기반에 두었다. 다다미로 꾸며진 방에서는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잠도 잘 수 있다. 벽 또한 구성이 자유로워 방이 될 수도 거실이 될 수 있어 기능적이다. 고증과 연구 바탕으로 재현된 일본 전통의상 코스튬 디자인을 맡은 나일라 딕슨은, “알그렌은 늘 소외감을 느꼈기 때문에 겉도는 이미지로 묘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군장을 안 달게 하거나 엉터리로 착용하게 만들었어요. 군복은 입었으되 저항하는 것처럼 말이죠”라고 알그렌의 의상을 설명한다. 그녀는 기모노에 있어 시대에 맞게 다양한 색깔과 천을 사용했다. 일본 의상이 화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라스트 사무라이>의 의상이 조금 충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당시 메이지 시대에서처럼 채도가 낮은 색을 많이 사용했으니 말이다. 서민의 의복에서는 옷감 자체에 문양이나 색을 넣는 것을 제외하고는 장식적

김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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