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7회 코리아패션대상 시상식 현장은 흥겨운 연말 분위기로 가득했다. 300석에 달하는 장내는 유통 및 패션 관계자들로 인해 빼곡히 들어찼고 참석자들은 올 한해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설렘으로 들떠 있었다.
최복호 씨앤보코 대표 또한 마찬가지로 떨리는 마음으로 시상식에 임하고 있었다. 그는 이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부터 KTX를 타고 서울로 달려왔다. 이미 오늘의 대통령표창이 그에게 돌아올 것이란 것은 살짝 귀뜸을 받은 후였지만 그렇다고 긴장감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시상식에서 이름이 불리자 잰걸음으로 단상에 올라섰다.
“올해는 제가 패션계에 입문한지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상을 받고 나니 책임감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네요. 앞으로 패션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지해준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보 사랑해!”
예상치 못한 로맨틱한 최 대표의 수상 소감에 관객석에서 감탄의 소리가 새어나왔고, 이내 장내에는 훈훈한 웃음이 퍼져나갔다.
제 7회 코리아패션대상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최복호 씨앤보코 대표(왼쪽)와 산자부 박청원 실장 |
◇ 세계 시장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
최 대표는 한국패션산업의 글로벌화와 우수성을 알리는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이번 코리아패션대상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게 됐다.
그는 1975년 ‘CHOIBOKO’를 론칭한 이후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에 문을 두드려왔다. 1980년에는 실크옷 70벌을 들고 독일 뒤셀도르프 국제여성복박람회를 찾았다가 주문 한 장 못받는 가슴 아픈 경험을 한적도 있다. 1992년 미국 애틀랜타 진출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뉴욕패션위크 컨셉코리아 무대에 오르기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좌절로 인해 주저 않는 것이 아닌 다시 나아가는 방법을 찾은 것이지요. ‘팔리는 옷’을 만들고자 꾸준히 매뉴얼을 개발했으며, 해외 시장의 감성에 부응하기 위해 수차례 디자인을 변경했습니다.”
그는 34년간 50회가 넘는 해외 전시회와 컬렉션에 참가했다. 꾸준한 노력 끝에 ‘CHOIBOKO’는 세계 6개국 26개 편집매장에 걸릴 수 있게 됐다.
◇ 패션과 문화의 융합으로 삶의 본질적 욕구 충족
최 대표의 철학을 읽으려면 경북 청도로 가야한다. 그는 지난 2008년 청도 산자락에 ‘펀 앤 락(Fun&樂)’이라는 부제를 단 ‘패션문화연구소’를 차리고 자리잡았다. 이곳은 숲속의 양장점이자 국내외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갤러리이고, 커피와 자연을 함께 즐기는 쉼터이다. 또 대중 가수들의 공연까지 다양한 문화와 패션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최근에는 글램핑의 열풍에 발맞춰 캠핑장까지 조성했다. 편안한 잠자리와 캠핑도구까지 모두 갖춘 이 곳은 맨몸으로 훌쩍 떠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 인기만점이다.
패션연구소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져 1년이면 약 2만명이 다녀갈 정도다.
“패션은 곧 삶의 표현입니다. 디자이너는 그 모든 삶을 표현하고 제시해야 하는 사명감 있는 것이고요. 라이프스타일에 근거하는 패션의 모든 제안과 표현은 곧 소통이며 호흡하는 삶의 표현입니다. 이 같은 생각 끝에 청도에 패션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연구소의 모토는 ‘즐거움’입니다. 삶의 본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요소이지요.”
경북 청도에 위치한 패션문화연구소 |
경북 청도에 위치한 패션문화연구소 |
◇ 소통으로 상생도모
최 대표는 SNS를 열심히 하는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소통’ 때문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후배 디자이너들과 매일 정보를 주고 받는 최 대표의 열성은 컨셉코리아에서도 이어졌다.
처음 컨셉코리아에 참석했을 때 그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이 생소했다. 과연 무슨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의심하는 것도 잠시 노련하게 업무 협연을 이끌고 컬렉션을 돋보이게 만드는 그들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체험은 블로그와 SNS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선배 디자이너들의 책무 아닐까요? 내가 생각하는 매뉴얼은 숫자를 매기고 그것을 순서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에요. 삶이 묻어나는 리얼한 자료야 말로 쌓이고 쌓여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매뉴얼이자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회사 내부 또한 원할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씨앤보코에는 R&D 게시판, 숙제 창고, 품의서, 업무일지, 고객-매장관리, 고객 약속, 맞춤 수선, 휴무 관리 등 세부화된 항목이 구성돼 해외에서도 스마트폰 하나로 직원들과 손쉽게 소통을 할 수 있다.
◇패션의 미래, 융합에 달렸다
최 대표는 국내 패션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이미 국내 디자이너들은 매우 높은 역량을 갖췄습니다. 패션기업들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들이 힘을 합쳐야만 미래로,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자본과 창작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패션 코드는 유럽에서 미주를 거쳐 곧 아시아시대로 옮겨올 것입니다. 이를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철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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