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자 스키아파렐리와 살바도르 달리가 손을 잡지 않았다면 패션과 예술계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은 더 미뤄졌을까? 두 영역 모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대중에게 선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운명을 같이 한다. 따라서 앞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작점은 미뤄졌을지 몰라도 결국 언젠가는 만나게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옷은 그냥 옷으로만 감상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패션쇼를 감상하기 위해 현대 예술까지도 알아야 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뭔가 새롭고, 독특하고, 이해가 안가는 프린트를 보면 그 디자이너의 영감의 원천이 어느 작가의 예술 작품인지부터 찾아봐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처음 예술과 패션이 손을 맞잡은 1930년 대와 21세기가 된 지금의 경향은 조금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스키아파렐리가 달리에 영감을 받아 커다란 가재가 치마 한 가득 담긴 드레스나 서랍이 달린 수트를 만들었던 1930년대는 전쟁으로 인해 당대 예술가들이 모두 파리에 모이던 시절이었다.
화가, 예술가, 패션 디자이너가 한 자리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시대 정신을 논하던 시대에는 예술가와 패션 디자이너가 상호 교류를 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이후 건축, 산업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사조가 영향을 미쳤지만 패션계에는 1980년대가 되어서야 이에 영향을 받은 새로운 의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고정관념, 엘리트주의에 대한 탈피의 경향으로 하위문화의 패션화, 남녀의 양성적 특징이 혼합 된 앤드로지너스 룩, 제 3세계 민속복식을 끌어온 에스닉 룩, 복식사에 나타난 다양한 시대를 혼합한 역사주의 패션 등이 이 시기 등장했다.
21세기 패션과 예술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디자이너들은 예술 작품을 옷에 프린트하는 방식으로 예술계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패션에 있어 옷에 새겨지는 패턴은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체크 패턴처럼 오랜 시간 사랑 받아 클래식이 된 패턴, 꽃무늬처럼 인간의 본성에 기댄 패턴, 반복적이거나 단독으로 그려진 패턴 등이 있다.
이러한 패턴이 특별함, 고귀함을 갖추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썼다. 현대 예술 작품을 옷으로 옮겨온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예술에서 발견한 것은 아무나 쉽게 알지 못하는, 넘사벽 코드였다. 특히 대중들과 유리되고 싶어하면서도, 대중들이 찾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는 패션 브랜드의 이중적인 숙명을 드러내기에 예술 작품을 패션에 도입하는 것은 탁월한 전술이었다.
때로는 기괴해 보이고, 이상한 취향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알고 보면 꽤나 유명한 현대 예술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 명품 브랜드 상품이나 현대 예술 작품이나 비싸게 팔린다고 하면 좋은 것인 줄 아는 대중들을 현혹시키기에 이보다 합작이 어디 있겠는가.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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