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드디어 ‘이케아’ 매장이 정식으로 한국에 오픈 한다. 그 동안 다양한 경로로 ‘이케아’ 제품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던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인 동시에 국내 가구 업계에는 큰 타격이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큰 가구보다 작고 컴팩트한 생활을 선호하게 된 소비자 취향의 변화, 건강한 가구를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 직접 조립해야 하는 조금의 노력을 감수하더라도 싼 가격으로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는 재미 등이 ‘이케아’가 세계 최대의 가구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이케아’ 뿐 아니라 스웨덴 태생의 ‘볼보나 사브’와 같은 자동차, ‘H&M’으로 잘 알려진 ‘헤네스 & 모리츠’ ‘칩 먼데이’ ‘COS’ 같은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도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쿠션이나 러그, 커튼 같은 패브릭 제품에서 북유럽 스타일이라며 무채색이나 포인트 색상이 들어간 기하학 패턴이 유행하고 있다. 반대로 자잘한 꽃무늬 벽지로 꾸며진 집도 북유럽 스타일이라고 불린다. 도대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공통점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선 그들의 공통점은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공유하며 북유럽 특유의 단순하고 소박한 실용적인 디자인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영감의 원천이다. 또한 간결한 선, 실용성, 장인 정신, 민주적 이상을 특징으로 하는 북유럽 특유의 견고함과 단순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유럽 국가들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수세기 전의 농경 사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사를 짓던 그들의 관습은 실용적이며 검약한 디자인의 기반이 되었다.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하여 집과 배, 가구 등을 만들던 농부와 어부들에 의해 스칸디나비아인들의 디자인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여느 유럽 국가와는 달리 주로 소나무와 가문비나무같이 침엽수가 숲에서 나오는 주재료였으며, 현대에서도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특징을 짓는 재료이자 조형성을 드러내는데 한 가지 특징이 된다.
눈으로 뒤덮인 긴 겨울은 북쪽 사람들이 하얀 눈에 익숙하도록 했으며, 따라서 지중해의 풍부하고 깊은 색상과는 다른 흰색의 채도가 섞인 밝고 창백한 톤과 짧은 여름의 강렬한 원색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21세기에 들어와서야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사랑 받고 있으나 사실은 1947년 이미 세계 디자인 흐름에 큰 인상을 남긴 역사가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의 가구와 유리 제품, 생활용품, 수공예 제품들은 1947년 모던 디자인 최고의 발표회였던 전설적인 밀라노 트리엔날레를 통해 깊은 인상을 주며 등장했다.
1949년 가을에는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 한스 베그너의 ‘의자’가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했으며, 급성장하는 북유럽 디자인 현상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후 10년간 북유럽 다섯 나라의 디자인과 제품들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영향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스칸디나비아인들의 생활 양식은 하나의 스타일이 됐다.
20세기 독일 바우하우스에서 영향을 받은 모더니즘 건축은 북유럽으로 와 더욱 실용적이고 사회 참여적이며, 자연의 형태를 닮은 절제된 형태로 나타났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는 1957년 국제 공모전을 통해 덴마크의 건축가 이예른 우쏜에 의해 설계되었는데, 이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꼭 추운 지역에서만 선호되는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더 빛을 발했다. 그들은 예술이기보다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복지국가의 철학을 보완하는 디자인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북유럽 국가들은 생활 속의 미학을 중시해 왔다. 최장 6개월간 지속되는 길고 추운 겨울과 빙하, 숲, 그리고 호수로 이루어진 척박한 환경 탓에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 집 안을 실용적 이고 기능적이며 안락하고 편안하게 가꾸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상생활의 소박한 미, 기능적 가치와 풍부한 색감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은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고 쉽게 질리지 않으며 세련미를 잃지 않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한 타임리스 디자인으로 사랑 받게 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북유럽 스타일은 유행을 하게 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 있다. 즉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내 집이 아니라며 굳이 돈을 들여 꾸미지 않았으나, 최근 젊은 층에서 짧게 살더라도 시각적으로 예쁘고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는 욕구가 높아짐에 따라 적은 비용으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북유럽 디자인이 대세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은 만드는 과정이나 디자인적으로 장식 없이 단순하고 심플함이 특징이다.
‘아크네 스튜디오’에서도 이러한 북유럽 자연의 색과 형태를 닮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우선 색에서 확실히 에밀리오 푸치나 돌체 앤 가바나 등의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이 선호하는 선명한 색상과는 다른 흰색이 약간 가미된, 그렇다고 파스텔처럼 달달한 색상은 아닌 진중한 느낌의 색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때때로 원색들도 사용되는데, 이는 스웨덴 국기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노랑과 약간 채도가 떨어진 파랑이기도 하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사랑 받는 것은 자연을 닮았기 때문이다. 자연을 닮은 디자인은 사실 전세계 어디에서나 사랑 받는 보편성을 갖는다. 다만 각 지역의 자연의 차이가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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