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코틀랜드 독립 사태를 통해 많은 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랐고 일부는 과거와 달라졌다. 전세계가 주목했던 사건이 되면서 자치권이 확대 되었고, ‘scot’로 도메인 독립을 이뤄냈다. 결과적으로 영국에서 분리 되진 못했지만 한편으로 스코틀랜드는 엄청난 홍보효과를 얻었다. 적어도 그 동안 잘 몰랐던 사람들이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차이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가 영국 연방에서 독립을 주장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민족과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백인들을 뭉뚱그려 영어를 할 줄 아는 서양인으로 생각하지만 우리가 중국, 일본과 다른 것처럼 서양인들도 민족이 다양하며, 그에 따라 언어, 문화가 차이가 난다.
우선 잉글랜드는 앵글로 색슨족의 후예이고 스코틀랜드는 켈트족의 후손이다. 언어도 잉글랜드는 영어를 사용하며 스코틀랜드는 18세기 초반 영국 연방에 합쳐진 후 영어를 쓰지만 스코트어(스코틀랜드식 영어)와 스코틀랜드 게일어(고대 켈트어에 뿌리를 둔 언어)를 공용어로 함께 쓰고 있다.
켈트족은 알프스 북부로부터 유럽 일대에 널리 세력을 뻗쳐 지중해 문화권을 자주 위협했다. 그들의 미술은 지중해 방면의 자연주의 미술과는 대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서, 인간이나 기타 자연물의 사실적인 표현에는 의미를 인정하지 않았다. 초자연적인 힘을 추상적, 기호적 수단에 의해 현실화하는 것을 조형의 목적으로 삼아 인체, 동물 등의 모티브를 잡을 때에도 이것을 극도로 추상화, 문양화하는 것을 상례로 삼았다. 일종의 상징미술이며 초자연주의 미술이다.
구글에서 켈트족(celtic)을 검색하면 뭔가 주술사가 등장할 것 같은 독특한 모양의 매듭 문양이 나온다. 셀틱 노트(celtic knot), 또는 인터레이스 패턴(interlace patterns)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이 문양은 켈트족의 예술관을 잘 보여준다.
켈트 족의 매듭은 사실 매듭이라기 보다 하나의 양식으로 시작 되었다. 매듭의 끝 부분이 없이 무한하게 연결되는 형태는 취하며, 직조방식처럼 서로 엉켜지는 모양을 특징으로 한다. 이 매듭모양은 주로 기독교의 기념비나 서적의 장식으로 사용되었다.
켈틱 매듭이 기독교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기독교 서적에도 삽화로 사용되었으며, 그 표현은 인간, 동물, 식물을 포함하여 다양하게 나타내게 된다. 실제로 매듭을 만든다기 보다 매듭 형태의 그림이나 조각이 활용된 것이다.
본격적으로 매듭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6세기 기술의 발달로 이탈리아와 유럽 각지에서 복잡하게 짜인 끈 장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러한 직조 형식은 비잔틴 건축양식과 콥트예술, 켈트 예술, 이슬람 예술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러시아와 에티오피아, 유럽 등지로 퍼져나가게 된다. 현대에 들어 셀틱 노트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웨일즈 인의 국가적 정체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오늘 알아볼 홀리 풀튼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태어나 에딘버러 예술 대학과 RCA에서 공부하고 현재 런던 컬렉션에서 2009년부터 자신의 브랜드 컬렉션을 진행하고 있는 디자이너이다. 그녀의 컬렉션은 흥미로운 패턴, 큼직한 액세서리로 잘 알려져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셀틱 패턴도 그녀가 자주 사용하는 무늬였다. (사진 1)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이 무한으로 연결되는 모양이 셀틱 노트와 닮았다.
홀리 풀튼의 패턴에 자주 등장하는 또 다른 무늬는 바로 아르데코를 연상시키는 패턴이다. 실제로는 건축물이 아닌 다양한 기하학적 도형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긴 직사각형의 대칭형태를 유지함으로써 기계나 건축물을 형상화 한 듯한 패턴 이미지(사진 2)를 만들어 낸다. 이는 그녀만의 시그니처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때로는 영국 제 2의 산업도시였던 글래스고의 높은 건물들을 상징화한듯 보이기도 하는데, 인공적인 건축물과 꽃이나 나비, 새 등의 자연물과의 결합으로 표현하기도 한다.(사진 3)
스코틀랜드가 낳은 유명한 디자이너 찰스 레이 맥킨토시는 아르데코 건축의 선두주자였다. 스페인엔 가우디가 있다면 스코틀랜드에는 찰스 맥킨토시가 있다고 할 만큼 그의 근현대에서의 건축적, 산업적 위치는 대단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공예가와 화가로서도 활동을 하였는데, 그래픽 디자인에서도 홀리 풀튼은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사진 4)
마치 연기처럼 끝이 사라질 법한 끈 모양도 종종 등장하는데, 찰스 맥킨토시의 작품 이미지를 검색해 보면 그 유사성에 느껴진다. 특히 직선과 직각을 기조로 한 맥킨토시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우아함과 섬세함을 잃지 않고, 밝은 색조와 더불어 음악적, 수학적인 분위기를 창조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데, 이는 홀리 풀튼이 패션과도 유사한 분위기이다. 이렇게 아르데코 풍의 패턴이 신체의 일부분을 변형한 패턴과 만나면 또 하나의 홀리 풀튼식 시그니처 패턴이 탄생한다. (사진 5)
지금까지 그녀는 여성이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손, 하이힐을 신은 다리, 빨간 입술, 또는 나체의 여인 모습을 패턴화하여 옷에 프린트하기도 하여 현대적이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완성시킨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명의 스코틀랜드 패션 디자이너들, 크리스토퍼 케인, 조나단 선더스, 홀리 풀튼은 막연히 우리가 생각해 왔던 영국 디자이너의 특징과 달리 스코틀랜드인 만의 특징을 은유적으로, 때로는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영국을 방문하게 되면 런던뿐 아니라 글래스고나 에딘버러, 그리고 무엇보다 때묻지 않은 땅 하일랜드에 가보고 싶어졌다.



고학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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