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 진출은 모든 패션 디자이너들의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이 커졌다고는 하나 아직은 유통 환경이 열악한데다 소비층 또한 소수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곳에서 브랜드를 알리고 수주까지 이끌어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
이렇게 해외 시장 진출을 고심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을 돕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오정은 에이프릴오 디렉터와 이동준 강남왕 대표가 그 주인공. 이들은 각자 중국과 미국에서 패션 비즈니스를 접하고 이를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역량있는 국내 디자이너를과 함께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 시장에 도전할 디자이너 어디 없나요?
오정은 에이프릴오 디렉터

지난달 서울 각지에서 열린 패션 박람회에서는 분주하게 디자이너들을 찾아다니는 오정은 에이프릴오(가칭) 디렉터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뉴욕에서 ‘이상봉’ 컬렉션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던 그녀가 서울에는 어쩐 일일까?
“함께 미국 시장에 도전할 디자이너를 찾고 있어요. ‘이상봉’에서 일하면서 여러 디자이너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좋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곳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제가 그간 미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이들의 미국 시장 진입을 도우려해요.”
여성복 ‘이엔씨’의 디자이너로 패션업계에 발을 들인 오 디렉터는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순수 미술을 전공했던 그녀는 미국에서 경영학을,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패션 커뮤니케이션까지 공부했다. 이후 ‘갭’ ‘빅토리아시크릿’ 등 글로벌 브랜드에서 근무한 뒤 예술과 패션을 함께 선보이는 이상봉 뉴욕 컬렉션에 합류하게 된다.
“‘이상봉’을 통해 뉴욕 패션업계의 생태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이상봉’은 국내에서야 업력이 오래된 브랜드이지만 뉴욕에서는 신진 디자이너나 다름없었거든요. 꾸준히 활동하다보니 미디어들에서는 조금씩 반응이 왔는데 그래도 수주를 받기까지는 2년 가까이 걸리더라고요. 바이어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4시즌은 지켜본 거죠.”
이러한 이유로 오 디렉터는 디자이너 브랜드 선정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그녀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독창적인 브랜드 색이야말로 세계 시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라는 것이다. 또 미국 시장 특성상 실용성까지 갖춰야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인들은 입었을 때 편한 옷을 우선시하므로 서양인의 체형을 반영한 패턴이 필요하다.
“그래서 각종 매거진을 통한 PR, 그리고 쇼룸 비즈니스와 더불어 생산처 연계 지원까지 제공할 방침입니다. 이미 생산 공장도 다 확보해놓은 상태에요.”
오 디렉터는 이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본력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야기 했듯 2년 정도는 이익 없이 투자만 해야한다고 보면 돼요. 보통 한달에 PR비용으로만 2만달러 정도가 소요되는데, 신진 디자이너의 입장을 감안해 최소한으로 줄여도 5000달러는 매달 지출될 것을 감안해야 해요.”
오 디렉터는 우선 이달 중으로 5개 이내의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올 가을부터 뉴욕 시장에 소개할 예정이다. 미국 현지에는 하이패션을 다루는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등 관련 전문가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는 중이다.
“저 또한 그들에게 평가받는 입장이라 브랜드를 고르고 또 고르고 있어요. 그런데 금세 소문이나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오는데 제가 다 도움을 드릴 수 없어 죄송할 따름이에요. 그만큼 국내 디자이너들이 해외 시장에 대한 갈증이 큰 것 같아요. 간절한 만큼 반드시 좋은 성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오정은 이력
1999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순수미술 전공
1999~2002 ‘ENC’ 디자이너/ 주이너 마케팅 디렉터
2006 뉴욕주립대학교 경영학 전공
2009 연세대학교 패션산업 커뮤니케이션 전공
2007~2010 약진무역 기획실장
2010~2012 이상봉 파리스 뉴욕 오피스 팀장
2013~ 미국 ‘Gold Fill’ ‘Farmer’ ‘NOS’ 등 컨설팅
제대로 된 한국 정보가 신뢰 첫걸음이죠
이동준 강남왕 대표

최근 국내 패션 시장은 중국인 큰손 관광객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드라마 등을 통해 국내 브랜드를 접한 중국인들은 갖고 싶은 브랜드 제품 사진을 고이 오려와 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한 번 떴다하면 같은 상품을 수십 개씩 쓸어담는 것도 다반사다보니 중국인에게 한 번 입소문 나면 매출이 훌쩍 뛰어오른다. 그러나 이동준 강남왕 대표는 아직 우리가 중국인들의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패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인들의 잠재 수요는 풍부합니다. 특히 베이징은 뉴욕만큼이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여서 저마다 원하는 콘텐츠가 다릅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을 찾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건 뻔한 관광책자와 경복궁, 명동 등으로 이어지는 한정된 관광코스이지요. 이러한 중국인들에게 적합한 브랜드를 소개하고 만족도를 높여준다면 중국에 돌아가서도 한국 브랜드를 다시 찾지 않을까요?”
2006년 중국 베이징에 건너간 이동준 대표는 브랜드 마케팅, 행사 및 파티 기획, 음반제작과 유통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렀다. 국순당의
중국지역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디초콜릿은 중국 시장 론칭부터 함께 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홍보를 돕기도 하고 모바일 콘텐츠 기획에 참여하기도 했다. 덕분에 유명 영화감독부터 전용 비행기를 판매하는 사람까지 폭넓은 인간관계를 구축하게 됐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중국 친구들이 종종 묻더라고요. 한국에서 쇼핑하려면 어딜 가야하는지,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 클럽에 놀러가고 싶은데 어디가 좋을지 등등. 저도 한국 떠나온지 오래라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한국에 대한 제대로된 정보를 주기 위해 강남왕을 만들었습니다.”
이 대표는 강남이 서울의 한강 이남이라는 지리적 의미뿐 아니라 가장 트렌디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곳이라는 데 주목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강남왕 쇼룸을 마련하고 뷰티, 컬처, 쇼핑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선별한 업체와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강남왕은 국내 브랜드를 중국 현지에 소개하는 역할까지 해낼 계획이다. 패션 분야는 파워블로거인 으네무드와 함께 ‘지아니팍’ ‘비나제이’ ‘티티’ 등 10여 개 브랜드를 선정했다. 이들 브랜드를 SNS, 블로그, 배너 광고 등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홍보해 먼저 중국 시장 내 수요를 불러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유명 트렌드 리더와 셀러브리티 등을 활용한 VIP마케팅도 펼칠 계획입니다. 그간 중국에서 활동하며 명품브랜드와 VIP행사 초대 1순위인 DJ, 개인 전용기 세일즈 팀장, 영화감독, 연예인 헤어 및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다양한 인맥을 갖췄거든요. 이들 모두 강남왕의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디자이너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중국 진출을 꿈꾸고 있다면 조금 더 서두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몇년 뒤면 한국이나 한류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발빠르게 진출해 브랜드 현지화를 통해 안착시켜야하죠. 보다 효과적인 중국 시장 진출법을 알고 싶다면 강남왕을 찾아주세요.”
이동준 이력
2000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경영학 전공
2007 중국 모바일 콘텐츠 ‘호호한국’ 론칭 기획 및 마케팅
2007~2010 중국 음반회사 ‘Leeway Networks’ 대표
2008 중국 이벤트·파티 회사 ‘FAME’ 론칭, 디자이너 Kristos Aurran 중국 마케팅
2010 Cityweekend reader’s Choice 한국 브랜드 전시 기획, 제중 한국저작권협회 중국 마케터의 날 진행
2010~2011 중국 부띠끄 클럽 ‘Twilo’ 대표, 국순당 중국 행사 기획 및 마케팅, 따산즈 798 한중문화센터 기획 및 마케팅
2011 디초콜렛 중국 론칭 컨설팅 및 마케팅, 디자이너 브랜드 Cnady&Cavier 행사 기획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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