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시대, More than Numbers

이번 ‘지속성장 50대 패션기업’ 분석 막바지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문은 “과연 ‘성장하지 않는 시장에서 성장하기’의 핵심 동인은 무엇인가?”였다.
사실 우리 패션 비즈니스 경영 과정에서 듣게 되는 고수들의 딱 떨어지는 조언조차도 지극히 옳긴 하지만 당장 무얼 어찌해야 할지 여전히 막연한 도덕군자의 경구로만 남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2013년 지속성장 50대 패션기업의 선정 및 분석작업은 그저 ‘아 그렇구나’ 하는 체감적 호기심만을 해소하는 1차원적인 ‘nice to know’ 수준에 머무르지 않으려 하였다. 그 보다는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감되고 실제 패션 비즈니스 경영과정에서 유용한 ‘available to decide’가 가능한 문제 해결의 단초나 실마리의 발굴에 더욱 중점을 두었다.
대한민국 ‘지속성장 50대 패션기업’의 면면이나 개별 지표는 조만간 발표될 종합 보고서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그래서 본란에서는 서두에서 전술하였듯 ‘성장하지 않는 시장’에서도 여전히 기업경영 생존의 건강과 성장 에너지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의 공통적인, 그러면서도 역설적으로 차별적인 패션 비즈니스 경영역량 DNA를 정리해 보기로 한다.

◇ 고객과 시장에 대한 재정의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시니어 시장에 대한 마케팅 경구 중 ‘나이에 주목하지 말고 나이가 요구하는 편의에 주목하라’라는 구절이 있다. 이를 차용하면 성장하지 않는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이들 50대 선도 패션 기업들은 고객과 시장에 대한 주목에 그치지 않고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편의를 보다 더 잘 감지하고 해석하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새로운 고객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한 소위 이머징 S고객(Silver, Single, Smart)에 대한 이들 선도기업의 차별적 유입역량이 결과적으로 차별적 성장이라는 경영성과 결과의 가장 큰 기반이 되었다.
나하고 관계 없을 것 같은 현상에서 나하고 관계 있는 기회를 발견하는 역량의 구현은 ‘보다 많이’ 또는 ‘보다 자세하게’가 아니라 ‘전과 다른 시각’ 또는 ‘전과 다른 기준’ 을 통해 비로소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시점 시장의 승자로 군림하고 있는 아웃도아 영역의 빅 플레이어들은 아웃도어 시장의 두터운 구매층으로 엄존하는 장노년 소비자 저변을 그저 aged, old 로 바라보지만은 않았다.
이들의 놀라운 성장은 그들을 그저 여유있고 시간 많은 노인네가 아니라 정확히 OPAL(Old People with Active Life)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그 결과가 가능했던 것이다.
◇ 수요에 대한 재정의
수요는 총량 제한의 법칙에 갇혀 있는 것일까? ‘수요는 한정된 것이다’ 라는 전제와 ‘수요는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라는 전제는 근본적으로 성장전략의 틀을 완전히 바꾸어놓게 된다. 'From A demand taker to a demand innovator'란 개념은 반드시 애플과 같은 수준의 기업 또는 소위 첨단이라고 칭해지는 그러한 산업군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어느 산업 부문이든 기업의 성장기회는 수요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창출해내는 능력에 비례한다.
다수가 좌절하고 고전했던 2013년 우리 패션시장에서도 대단한 자본, 대단한 인력, 대단한 브랜드의 배경 없이도 당당히 50대 선도 패션기업에 이름을 올린 다수 패션기업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바로 다름 아닌 ‘수요 혁신을 통한 성장 기회의 창출’ 역량이 있었기에 그 무슨 대단한 과거 없이도 이러한 성과가 가능하였던 것이다.
◇ 흔들리는 시장 점유율 신화
‘큰 놈이 더 잘 한다' 라는 The more, the better 로 축약되는 ‘시장점유율의 신화’ 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미 '이윤 리더가 시장 리더를 이긴다’ 라는 명제가 등장하였다.
우리 패션시장에서도 몇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러한 현상은 2013년의 결과에서도 더욱 증폭되고 심화되고 있는 여전한 진행형이다. 사실 '많이 팔면 많이 남는다' 라는 점유율 신화의 개념은 소위 필요의 경제시대 (Economy of need) 에는 옳은 정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양적 수요 개념이 지배하는 소비경제 시대가 아닌 질적 수요가 더 강조되는 요구의 경제시대(Economy of desire) 이다. 이번의 조사 분석 결과만 보더라도 크기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고 영향력이 강한 요소이지만, 예전과 같은 기업의 지위를 결정하는 절대 기준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 성장통(growth pain)
결코 짧지만은 않은 우리나라 패션산업의 여정에서 한 때 새로운 패션시장의 아이콘으로, 기린아로 부러움과 존경을 받았던 기업들이 지금은 그러한 존재감은 물론 존립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사실 기업의 성장과정 중 겪게 되는 성장통은 어느 한 면 자연스런 현상인지도 모른다.
이번 2013년 상위 50대 선도 패션기업들 중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러한 성장통의 과정 중에 있는 기업들도 다수 발견되었다.
이들 기업들에게는 이번의 성장통 극복과정이 향후 기업의 모습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들에게는 예전의 성장세 관성만을 고집하는 급한 마음보다는 기업의 미래 차원을 바꾼다는 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반드시 요구된다.
전략적이라 함은 결과적으로 유효해야 하는 것이다. 이 유효함(Available)의 기준은 다시 먼저 재무 측면에서 감당가능(affordable)하고 조직 측면에서 납득될 수 있어야 (acceptable) 하며, 실행 측면에서 적용할 수 있어야(applicable) 한다는 의미이다.
◇ 2% 차이가 성장을 결정한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라는 명구는 단지 히트 광고 카피에 머무르고 있지 않다.
사실 모든 현상에서도 결과로 벌어진 엄청난 격차를 보며 그 출발이나 과정 또한 그 만큼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 속단하지만 사실 결과 대비 그 차이는 실로 백짓장이라 말할 만큼 미미할 때가 많다.
날이 갈수록 우리 패션산업에서도 전통적인 기본 핵심 경쟁역량의 상향 평준화로 제품, 가격, 유통, 판촉, 서비스 등 구체적인 부문별 품질의 차이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점이 당락을 결정짓듯 잘 포착되지도 않는 그 2%의 차이가 결국 기업의 성장을 결정하고 있음이 이번의 작업에서도 다시 확인되었다.
다시 말하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그 정도는 또는 이 정도면 하는 느슨한 자의적 판단이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
흔히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만 정도는 있다’ 라는 경구처럼 50대 선도 패션기업에서 너무나 창조적인 전략이나 대단한 경영 기법을 찾으려 한다면 오산이다.
이들이 가진 공통적인 성장 DNA의 핵심은 기본과 꾸준함이다. 진리는 지나치게 당연해서 놓치기 쉽다고 한다. 이들 선도기업에 벤치마킹에서 무언가 더 자극적인, 무언가 더 극적인 그 무엇인가만을 배우려 든다면 평범 속에 감추어진 보석을 놓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다만 50대 선도 패션기업들의 공통점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아는 것과 하는 것의 (The knowing-doing gap)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다’ 라는 것이다.
최현호 MPI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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