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넓은 계층과 세대에 걸쳐 광범위하게 패션을 사랑하는 여성들에 비하면 남성들이 패션에 갖는 관심은 아주 적다.
대신 일부의 마니아 층에서는 여성들보다도 훨씬 깊이 있게 패션에 대해 공부하는 남성들이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트렌드를 익혀야 하는 여성들에 비해, 그 변화가 적고 느린 남성복에서는 오히려 전통과 정통성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특성 때문이다.
이는 비즈니스 자리에서의 격식에 맞지 않는 옷차림으로 인한 실패를 줄이고자 하는 생존 본능과도 연결된다. 그러한 남, 녀의 차이는 옷뿐 아니라 신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수도 없이 변하는 트렌드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웨지힐, 플랫폼 청키힐, 스틸레토, 글래디에이터, 플랫슈즈, 부티, 오픈토, 슬링백 등의 용어를 섭렵한다.
그에 비해 남성용 신발의 종류를 분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것은 당연하다.
운동화를 제외한 남성의 가죽 신발은 형태적으로 크게 끈으로 묶어 신어야 하는 옥스퍼드(Oxford)와 그냥 미끄러지듯 신을 수 있는 슬립온(Slip on)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옥스퍼드는 격식을 차린 정장을 입을 때 신으며, 비록 끈은 없지만 몽크 스트랩까지는 정장용 구두로 허용된다. 캐주얼한 복장에 신는 슬립온에는 로퍼, 샌들, 부츠, 슬리퍼 등 다양한 형태의 신이 포함된다.
옥스퍼드는 다시 다양한 하위 체계로 분류된다. 우선 팁(tip)의 모양에 따른 구별법이 있다. 팁이란 구두의 캡(cap 발끝부분)에 덧대진 조각을 말한다.
스트레이트 팁(tip), 유(U) 팁, 스퀘어 팁, 윙팁(제비 날개 모양)으로 나뉘며, 거의 구두 코 모양과 일치하므로, 구두의 형태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남성 구두는 여성의 것에 비해 장식이나 색이 다양하지 않은 만큼, 옥스퍼드에서 유일하게 무늬가 들어가 화려하고 클래식하며 가장 격조 높은 이미지를 주는 것이 바로 브로그(Brogue)이다.
브로그의 특징은 구두의 스티치를 따라 작은 구멍들을 낸 것이다. 스코트랜드의 늪지대에서 신던 신발에서 유래하였는데, 신 안으로 들어온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실용적 목적에 따라 구멍을 낸 것이었다. 19세기말에 영국의 한 골퍼가 신으면서 스포츠화로 흘러 들어왔으며, 20세기 초에 비로소 정장용 구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희한하게도 최근 두 컬렉션에서 이 브로그를 여성 패션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마리 카트란주’의 2014 S/S 컬렉션에서는 그녀의 특기인 디지털 프린트의 주제로 브로그를 선택했으며, ‘메종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2014 FW 컬렉션에서는 이 브로그가 여성의 수트 안에 이너웨어로 가슴 부위인 V라인 안에 빼꼼히 자리하고 있었다.
너무도 뜬금없는 위치에 자리한 남성용 구두의 디테일로 초현실적 느낌마저 주며 깊은 인상을 남긴 두 컬렉션이었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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