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은 위험한 거야!
최근 우리 사회는 일련의 불행한 사건들을 겪으며 이제껏 드러나지 않았던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비로소 마주하게 되었다.
적당한 자기편의주의적 판단과 과정들이 결국에는 한 치도 용납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당연한 진리가 온 사회를 무거운 아픔으로 짓누르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 전반의 만성적 적당주의와 막연한 낙관론은 그 동안 이루어 낸 눈부신 성장과 속도의 강렬한 빛에 가려 그 위험성이 제대로 노출될 기회가 전무하였다.
우리 패션 비즈니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문자 그대로 ‘Risk Taking’이란 Risk를 잘 장악하고 관리한다는 의미임에도 그저 Risk는 약간 불편하지만 언제나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그 위험을 누구보다 먼저 용감하게 감수하는 게 묘한 미덕으로 남아 있다. 말은 ‘High Risk, High Return’이되, 몸은 언제나 High Return에 먼저 가 있는 것이다.
외감 기준 2013년 우리나라 패션기업들의 경영성과에는 이러한 관점에서 그 동안 수도 없이 들어왔던 위기론과는 차원이 다른 민낯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이번 패션기업 경영성과 분석결과는 2013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영업을 진행하고 생존한 외감 패션기업 274개사의 외감 재무제표를 기초로 하였다.
◇ 무너지는 과거 패러다임
“외형 성장은 기본이라고요?”
이제까지 우리는 외발 자전거 달리기 마냥 외형 성장의 멈춤을 곧 기업의 멈춤으로 동일시 할 만큼 패션기업들에 매출의 감소는 극히 예외적인 사실로 인식되어 왔다.
부진즉퇴란 말처럼은 매출의 감소는 곧 기업의 도태라는 인식이 보편적인 시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경험칙의 유효성을 전제한다면 2013년 전체 분석대상 패션기업의 절반을 육박하는 매출 축소기업의 출현은 현재 시점에 회자되고 있는 위기론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이는 지난 5개년간 매출축소기업 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10%대에 불과하던 매출축소기업 비중이 이처럼 가파르게 높아진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표-1, 그래프-1)

대마불사란 말은 적어도 우리 패션 비즈니스에서는 사라지게 될 것 같다. 매출의 부침에서 자유롭지 못한 변동성의 덫은 일부 중소기업에만 해당되는 언덕이 아니다.
전체 매출 축소기업 124개 사 중 기업회계 매출기준 1000 억원 이상의 중견 패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0%에 이르고 있어 다시 한 번 “패션 비즈니스에서 안전 구간은 없다”라는 말을 되새기게 되는것이다.(표-2, 그래프-2)


사실 매출이 두 자리 수 차원으로 감소한다는 것은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결과이다. 당장의 인풋과 아웃풋의 밸런스 문제도 심각하지만 그 보다 과도한 인풋이 몰고올 다음 단계의 파장이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다수 매출 축소 패션기업의 실상이 계획된 매출 축소전략에 의한 결과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표-3, 그래프-3)


“패션 비즈니스는 고부가가치 산업?”
패션산업은 브랜드를 기반으로 그 어느 산업 부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높은 최초 표시가격 배수로 자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고민 없이 과장되기도 한다.
기회마다 전술하였듯 4~5배를 넘나드는 Tag 가격 배수에 현혹되어 실제로 획득하는 부가가치가 적어도 몇 곱절은 될 거라는 굳은 잘못된 신념은 언제나 무조건 일단 팔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무대뽀 영업 마인드가 지배해 왔다.
벌써 십 수년 전부터 해외 선진 패션 기업들이 소위 면도날 마진 시대의 도래로 정교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정립에 몰두할 때에도 대다수 우리나라 패션기업들은 이를 그저 그야말로 딴나라 얘기로만 생각한 듯싶다.
패션 비즈니스의 핵심이 이미 오래 전 형식 배수에서 적중률 이라는 확률로 이전되었음에도 우리나라 패션기업들의 경영 정서 저변에는 여전히 버릴 수 없는 한방에 대한 미련이 아직도 질기고도 짙게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수익지표인 영업이익률만을 보면 일견 패션 비즈니스는 여전히 다른 비즈니스 영역보다 좀 나은 형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소위 선적이 곧 종결인 수출이나 제조 비즈니스와의 동일 비교는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주지하듯, 패션 비즈니스에서 손익계산서에 시현된 영업이익은 단지 팔린 것들에만 국한된 부분적인 미완결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투입은 되었으나 경영의 결과로 반영되고 회수되지 못한 재고는 늘 언제나 폭탄처럼 품에 안겨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나타나고 있는 지속적인 재고자산 회전률의 악화를 감안하면 더 이상 패션 비즈니스를 마냥 예외적인 부가가치 산업으로 당연시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표 4, 5, 6)
“패션 비즈니스는 현금 장사라고요?”
패션 비즈니스는 거대 자본이 필요하지 않은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부문으로 이해되어 왔다. 높은 마진과 비교적 짧은 환금 회전으로 초기 한 시즌 정도의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신용만으로도 진입이 가능한 벤처 비즈니스로 평가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패션 벤처기업 성공 스토리를 자주 접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날이 갈수록 패션 비즈니스는 점점 자본집약적인 머니 게임과도 같은 비즈니스 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일부의 의견처럼 그저 단위 브랜드 비즈니스의 규모경제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재고자산 회전률이나 영업현금흐름 지표 수준을 보면 패션 비즈니스를 현금 회전이 용이한 비즈니스 군으로 자리매김 하기엔 의문이 따른다.
더더구나 최근 점점 낮아지는 수익률과 품질 및 마케팅 수준의 상향 평준화로 가중되고 있는 비용의 증가 압박은 패션 비즈니스를 캐쉬 비즈니스로 보기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표-7) 마지막으로 2013년 우리나라 패션기업들의 전체 평균 프로파일로 본란의 맺음글을 대신한다.
Quo Vadis Fashion Business? (표 8, 그래프4)



최현호 MPI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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